회장님 목소리 ① ‘디베스트’ 차명 법인 맞다, 조현상 육성으로 확인
뉴스타파는 지난 2023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분 차명 보유 의혹과 차명 법인 지배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당시 이 내용을 제보한 ‘전직 효성그룹 직원’은 보도 이후 조 부회장의 불법 행위 일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경고 처분만을 내리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그로부터 약 2년이 흐른 올해 초, 뉴스타파는 ‘김건희 집사 게이트’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조현상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조 부회장은 녹음파일에서 계열사 지분 차명 보유 의혹 등을 자신의 육성으로 인정하며, 최측근인 전 모 상무와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상무는 효성그룹의 각종 불법 행위를 기획·실행한 인물로 조 부회장의 ‘오른팔’로 꼽힌다. 2023년 뉴스타파의 연속보도 당시엔 내부고발자이자 ‘전직 효성그룹 직원’으로 소개됐다.
뉴스타파가 이들의 녹음 파일을 검토한 결과, 지난 2023년 2월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조현상 부회장의 ‘더클래스효성’(현 HS효성더클래스) 지분 차명 보유 의혹은 조 부회장의 육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보도 당시 효성그룹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조현상 부회장, '더클래스효성' 지분 차명 보유 의혹 실토
뉴스타파가 입수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조현상 부회장은 전 모 상무와의 통화에서 더클래스효성의 2대 주주였던 ‘디베스트파트너스’(이하 디베스트)를 자신이 인수했다고 자백했다. 더클래스효성은 벤츠 수입 등 외제차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주)효성이 지분 58.02%를 가졌던 효성그룹 계열사다. 이 회사의 2대 주주는 지분 31.54%를 가진 투자회사 디베스트였는데, 조 부회장은 디베스트가 자신의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현상 부회장: 디베스트…디베스트 것이 남아 있는데. 디베스트를 내가 인수를 해서 결국은 소각을 하든 뭘 하든 그 주식을 활용을 할 때 그 계약서들이 문제가 없겠느냐… 그게 어떻게 됩니까?
전OO 상무: 일단은 사장님이 디베스트의 주식을 소유한 이 상태는 전혀 문제가 없고요.
- 2015년 10월 31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전 모 상무의 전화통화
여기서 전 상무는 앞서 밝힌 것처럼 조 부회장을 도와 효성그룹의 각종 불법 행위를 실행해 온 인물이다. 앞서 그는 디베스트가 조 부회장을 대신해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도록 주도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그는 디베스트가 ‘조 부회장의 차명회사였다’고 실토했다. 조 부회장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조현상 부회장: 그러니까 뭐 그게 차명이었다는 둥 또는…
전OO 상무: 왜 P3(조현상)냐는 둥… 그러니까 ‘왜 P3냐’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이게 ‘차명이다’라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사실은? ‘애초부터 P3 (소유) 아니냐?’ 라는 부분에 대해서 편안하지는 않다.
- 2015년 10월 31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전 모 상무의 전화통화
해당 통화는 2015년 10월 31일에 이뤄졌다. 통화 내용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효성그룹 계열사인 더클래스효성의 지배구조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통화가 오간 당시를 기준으로 조 부회장은 본인 명의로 된 더클래스효성 지분 3.48%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디베스트가 가진 지분 31.54%가 조 부회장의 것이었다. 2014년 12월경 조 부회장은 디베스트를 비밀리에 인수해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했다. 그러니까 당시 기준, 조 부회장의 실제 지분은 기존 3.48%에 31.54%를 더한 35.02%였다.
이로부터 약 1달 뒤인 2015년 11월경, 조 부회장은 기존 1대 주주인 (주)효성이 가진 더클래스효성 지분 58.02%까지 전량 인수한다. 이로써 조 부회장은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93%까지 늘렸다. 결국 조 부회장과 전 상무는 더클래스효성을 조 부회장의 ‘개인회사’로 만들기 위해 대책을 논의한 것이다.
더클래스효성 ‘2대 주주’ 디베스트… 실소유주는 조현상
그렇다면, 이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디베스트라는 회사는 더클래스효성과 무슨 관계이며, 어떻게 지분을 차명으로 갖게 된 것일까.
설립 당시, 더클래스효성은 (주)효성이 대주주로 조현상 부회장을 포함한 효성 총수 일가 삼형제가 각자 지분을 나눠가진 비상장 ‘가족회사’였다. 비장상사였기 때문에 총수 일가의 용인 없이는 지분 거래가 불가능했다.
이런 가족회사에 디베스트가 처음 2대 주주로 등장한 시점은 2007년 12월이다. 당시 더클래스효성은 전시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겠다며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때 나타난 재무적 투자자가 바로 디베스트다.
뉴스타파의 지난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2007년 유상증자 당시 효성그룹은 더클래스효성의 실적이 좋지 않아 투자를 꺼렸다고 한다. 이에 효성 삼형제가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법인의 사업기회를 편취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법률 검토를 받고 계획을 접었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 일가는 제3의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로 합의했다. ‘외부자’인 디베스트가 더클래스효성의 2대 주주가 될 수 있던 배경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3형제 중 막내인 조현상 부회장이 따로 디베스트 측과 이면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친구인 김재훈 디베스트 대표를 이용해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차명으로 취득했다. 이들의 이면계약에 따라, 디베스트가 보유한 더클래스효성 지분 31.54%의 실소유주는 조 부회장이 됐다.
이후 더클래스효성은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해 우량 회사가 됐다. 그러자, 조 부회장은 2014년 12월 차명으로 갖고 있던 디베스트 지분을 자신이 직접 인수해 본인 명의로 돌린다. 다른 두 형제들과의 경영권 분쟁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그리고 문제의 통화 직후인 2015년 11월경, (주)효성 몫의 지분 58.02%도 인수했다. 이렇게 벤츠 수입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은 조현상 부회장의 것이 됐다.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이 보유했던 지분을 인수하게 된 데는 효성 총수 일가의 경영 비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도 있다. 지난 2023년 2월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전 모 상무는 ‘당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첫째 형 조현준 사장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점이어서,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측에서는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막내 조현상 부회장이 대주주 지분을 인수하길 원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더클래스효성 장악 앞두고 형제들 견제… “그런 증거가 있냐고요?”
이렇듯 조 부회장은 당시 여러 여건상 더클래스효성을 자신이 직접 인수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뒤, 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오른팔인 전 상무와 통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더클래스효성의 다른 주주인 자신의 형들이 법적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통화에서 조 부회장은 디베스트가 2007년 유상증자에 참여할 당시 다른 두 형들에게 동의를 구했는지 묻는다. 또 형들이 자신에게 디베스트 몫의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3분의 1씩 나눠갖자고 요구할 근거가 있는지도 캐물었다.
조현상 부회장: 그런 증거가 있냐고요?
전OO 상무: 제가 사장님(조현상)하고 협의하에 P1(조현준)하고 P2(조현문)에게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참여하겠습니까?’ 라고 얘기했을 때에 그분들도 ‘참여할 의사가 별로 없다’ 라고 하는 걸 제가 직접 들었습니다.
조현상 부회장: 전 상무님이 들은 거고 그 사람들은 얘기한 적이 없는 거지. 그 증거가 어디 있어?
전OO상무: (2007년)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으로 효성 및 P1,2,3 (삼형제)가 서명하게 되어 있는 문건들을 가지고 P2(조현문)에게도 제가 직접 설명을 좀 드렸고요. P1(조현준)께도 제가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당시에 2007년도 말에 그래서 제3의 재무적 투자자가 들어온 부분을 제가 설명을 드렸거든요.
조현상 부회장: 그런 거는 우리 얘기고요. 결과적으로 사인이 돼 있으니까는 뭐 그런 부분은 있으나, 그 사인이 돼 있다는 것도 자기는 이거는 나중에 우리 3분의 1씩 가져오는 걸로 이해를 하고 사인해 준 거다.(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할 건가?) 결국은 ‘프록시(대리인)로 들어온 거고 우리가 3분의 1씩이니까, 그건 3분의 1씩 가져가는 걸로 이해하고 사인한 거지, 우리한테 P3(조현상)쪽으로 오는 걸로 나는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생각이 바뀔 수가 있거든.
전OO상무: 네, 네.
조현상 부회장 : 그러니까 증거가 없으면 이제 땡깡 부리는 거지.
전OO상무: 네
- 2015년 10월 31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전 모 상무의 전화통화
전 상무는 P1과 P2, 즉 형들인 조현준과 조현문이 디베스트와의 이면계약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조 부회장을 안심시킨다.
조현상 부회장 : ‘우리 셋이 그 당시에 상황을 보니까 (사업이) 될지 안 될지 몰랐는데, 되면은 잘 되면 나중에 가져오고. 가져온다고 하면 3분의 1씩 가져오는 거고. 왜냐하면 지분이 3분의 1이니까. 안되면 그냥 거기가 (디베스트가) 상환을 받든지 아니면 우선주 전환을 하든지 해서 간다.’ (형들이) 이렇게 얘기하면 그것도 또 먹힐 수도 있잖아요.
전OO 상무 : 근데 단 한 번도 제가 (형들에게) 디베스트파트너스의 소유주가 김재훈이라는 말을 드린 적은 없고요.
조현상 부회장 : 응
- 2015년 10월 31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전 모 상무의 전화통화
조 부회장은 알짜 회사인 더클래스효성을 자신이 장악하는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증거 자료를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조현상 부회장 : 그런 걸 좀 자료를 다 모아서 준비를 해야 되고. 그러니까 그걸 해야지 이 전체 58% (효성 지분) 플러스 31.5% (디베스트 지분)가 완성이 되잖아.
전OO 상무 : 네 그렇습니다.
조현상 부회장 :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마시고
전OO 상무 : 알겠습니다. 네
조현상 부회장 : 다음부터는 이런 거 할 때 좀 꼼꼼하게 누가 봐도 문제가 없는 증거를 남겨놓으시기 바랍니다.
전OO 상무 : 네 알겠습니다. 네.
- 2015년 10월 31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전 모 상무의 전화통화
디베스트는 사명 변경해 현재 HS효성 수입사부문 지주회사
이들의 통화 내용대로 조현상 부회장은 2015년 11월, 계열사인 (주)효성으로부터 더클래스효성 지분 58%를 취득해 “전체 58% 플러스 31.5%”라는 그림을 완성시켰다. 더클래스효성을 개인 회사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어 2016년 8월에는 2년 가까이 위장 계열사로 뒀던 디베스트를 효성 계열사로 공시했다. 만약, 오른팔인 전 모 상무의 내부고발이 없었다면, 완전범죄로 끝났을지 모를 심각한 경영 비리다.
2017년 디베스트는 사명을 에이에스씨(ASC)로 변경했다. 현재는 조 부회장이 세운 HS효성의 수입차 사업부문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사이, 오른팔 전 상무는 효성에서 나와 2023년 뉴스타파에 조 부회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제보했다.
전 상무는 언론 제보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총수 일가와 관계된 비리를 공익신고했다. 공정위는 조사에 나섰지만 효성그룹과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경고 처분만 내렸을 뿐, 조 부회장은 결국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HS효성과 조 부회장 측에 디베스트 지분 차명 보유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입장이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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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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