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목소리 ② 암호명 V... 조현상, 폭스바겐 수입사 '차명 지배'도 자백
뉴스타파가 입수한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에는 또다른 불법 자백이 나온다. 효성그룹 임원과의 통화 녹음파일에서 조현상 부회장은 폭스바겐 수입사인 마이스터모터스를 암호명 ‘V’로 지칭하면서 “우리가 51%를 가진 대주주”라며 차명 지배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조현상 부회장은 마이스터스모터스를 지배했던 기간 동안 발생한 세금 문제 등 여러 법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3년 효성그룹 전직 직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조현상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마이스터모터스를 차명으로 지배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으나 당시 HS효성과 조현상 부회장 측은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돈 없는 사람한테 돈 대줘.. 우리가 대주주”
2019년 10월 25일, 조현상 부회장은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당시 효성그룹 전 모 상무와 통화했다. 조 부회장은 이 통화에서 ‘V’라고 지칭한 회사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 상무가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요. 이 V법인은 비즈니스를, 우리가 대주주고... 돈이 없는 사람한테 돈을 대줘가지고 그 비즈니스를 천억 이천억 이상까지 키워준 거 아니예요?
- 조현상 부회장 - 전 모 상무의 통화 내용 중 (2019년 10월 15일)
조현상 부회장과 그 측근들 사이에서 ‘V법인’은 폭스바겐 수입사 마이스터스모터스를 뜻하는 암호명이다. 즉 마이스터모터스의 대주주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자신이 대주주로서의 경영권을 당시 마이스터모터스 이기준 대표에게 위임했다고도 말했다.
조현상 : 그 사이에 월급 받을 거 다 받고 자기 쓸 비용 다 쓰고 경영권 자기가 행사할 거 위임받아서 다 하고 경영권이 나한테 있는 거를 그 사람한테 위임해 준 거 아니에요?
전 모 상무 :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네
조현상 : 왜냐면 우리가 대주주니까
- 조현상 부회장 - 전 모 상무의 통화 내용 중 (2019년 10월 15일)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지분 51% 차명 보유
조현상 부회장이 마이스터모터스의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게 된 것은 2007년부터다. 당시 마이스터모터스는 15억 규모의 유상 증자를 단행했는데, 여기에 박 모 씨와 김 모 씨가 참여해 각각 31%와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런데 박 모 씨와 김 모 씨는 조현상 부회장에게 이름을 빌려준 차명 지분 보유자에 불과했다. (관련 기사 : 효성 조현상 부부회장, 폭스바겐 딜러사 지분도 차명 소유)

지난 2023년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와 같이 조현상 부회장은 차명 지분 보유자인 박 씨 및 김 씨와 주식 명의 신탁 약정서를 작성했는데, 수탁자(맡은 사람)는 박 씨와 김 씨로 되어있고 신탁자(맡긴 사람)는 안성훈 현 HS효성 대표로 되어 있다. 안성훈 대표는 2014년 중부세무서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조현상의 지시를 받아 주식을 취득했으며 실제 소유자는 조현상”이라고 적시했다. 즉 조현상은 차명 지분을 소유할 때조차 차명을 사용하는 이중의 차명 구조로 자신을 철저히 숨겨놓은 것이다.

조현상 부회장이 마이스터모터스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한 이유는 무엇일까. 효성그룹이 당시 메르세데스 벤츠 수입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사인 폭스바겐 수입사를 함께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차명 보유자 사망 이후 “지분 31%, 100억에 되팔아야”
조현상 부회장과 효성그룹 전 임원 전 모 씨가 통화했던 2019년 당시 조현상의 마이스터모터스 차명 지배에 문제가 생겼다. 차명 지분 중 31%를 보유하고 있던 박 모 씨가 사망한 것이다. 박 씨의 아들은 상속 절차를 진행해야 하니 차명 지분 소유 상태를 해소해달라고 조현상 부회장에게 요청했다.
조 부회장은 이 지분을 마이스터스모터스에 되팔기로 했다. 31%의 지분을 회사가 되산 뒤 자사주로 편입시키면 기존에 48%를 보유하고 있던 이기준 마이스터스모터스 대표가 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조현상은 31% 지분과 함께 마이스터모터스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지배도 함께 포기하기로 한 셈이다. 대신 그 대가로 아주 비싼 값을 불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통화 녹음 파일에서 조현상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 돈이 없는 사람을 그것도 경영권을 위임하면서까지 도와줬고. 나는 그동안에 받은 거 하나도 없으면 의당 지금 그 사람이 나한테 치러줘야 될 값어치라는 거는 30%를, 더군다나 자사주로 매입을 하게 만들어주니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혀서 사실은 나는 팔아야 된단 말이에요.
거기에 사실은 얹혀서 그동안에 받지 못했던 배당에 해당하는 리턴은 주고서 이걸 정리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거는 다 얹혀가지고 대충 계산하니까 한 90억 100억 되더라고, 그게. 한 100억 돼요. 그만큼은 값어치를 치고 내 30%를 넘겨야 되고...
- 조현상 부회장 - 전 모 상무의 통화 내용 중 (2019년 10월 15일)
그런데 조 부회장이 2007년 이 지분 31%를 매입할 때 든 돈은 9억 1천만 원 가량이다. 약 9억 정도에 산 지분을 12년 뒤 100억 원에 되팔겠다는 것이다.
차질 생기자 폭언... “왜 일을 이따위로 해놓나 매번?”
그러나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마이스터스모터스 이기준 대표가 조 부회장의 지시로 박 씨의 아들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이 돈이 상환되지 않으면 조현상의 지분을 사줄 수 없다고 버틴 것이다. 조 부회장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격분했다.
조현상 : 그걸 왜 나랑 연결을 시키냐고 내 인터레스트하고… 왜 일을 이따위로 해놓나 매번? 빨리 해결하세요…. 전 상무!
전 모 상무 : 네 네
조현상 : 빨리 해결하라고! 여보세요?
전 모 상무 :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조현상 : 어… 당연한거 아니야? 아니 내가 지금 논리적으로 따져. 내가 지금 책임져야 될 거 다 졌잖아. 지고 싶은 생각 정말 추호도 없는데 그럼 그 책임을 질 나머지 사람들은 져 줘야지. 아니야?
전 모 상무 : 네 맞습니다. 네
조현상 : 지금 경영도 개똥같이 된 것도 지금 내가 지금 뒤로 자빠질 판에 빨리 해결하세요. 돈 받아오게. (중략) 일부라도 갚으라 하고 설득을 해 가지고 나머지 돈은 내가 받을 수 있게 해 ! 정히 그게 안 되면… 난 모르겠어. 나한테 묻지 마세요. 나한테 물을 건 아니잖아 당신이.
전 모 상무 : 예 알겠습니다.
조현상 : 당연한 거지. 그게 세상에 나한테 똥볼을 찰 일이야 당신이? 빨리 해결하세요. 내가 다 얘기해놨으니까.
- 조현상 부회장 - 전 모 상무의 통화 내용 중 (2019년 10월 15일)

12년 만에 9배에 되팔아... 수익률 842%
이후 전 모 상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경위를 거쳐서인지 조현상 부회장은 자신의 뜻대로 차명 지분 31%를 마이스터모터스에 되팔았다. 마이스터모터스의 2019년 공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마이스터모터스는 박 모 씨가 보유하고 있던 차명 지분 31%를 85억 8천여만 원에 인수해 자사주로 편입시켰다. 조현상 부회장 입장에서는 비록 처음에 요구했던 100억 원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상당히 근접한 액수로 매각에 성공한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2007년 조현상 부회장이 31% 지분을 확보하는 데 든 돈은 9억 1천만 원에 불과했다. 12년 만에 76억 7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수익률은 842%다. 연 복리로 따져도 20.5%, 워런 버핏도 울고 갈 수익률이다.

‘집사 회사’ 투자 뒤 공정위는 ‘경고’만
지난 2023년 4월 뉴스타파는 조 부회장의 측근이자 위 통화 녹음 파일의 당사자인 전 모 상무로부터 제보를 받아 조현상 부회장의 마이스터모터스 차명 지배 의혹을 보도했다. 비록 조현상 부회장 본인의 통화 녹음 파일은 없었지만 조현상 부회장의 차명 지분 보유를 입증하고도 남을 만큼 입증 자료가 많았다. 그러나 어느 수사 기관도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보다 못한 제보자 전 모 상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마이스터스모터스는 사실상 효성 계열사였다”는 취지로 공익신고를 했다.
약 두달 뒤인 2023년 6월, 효성은 김건희 집사 김 모 씨가 지분을 갖고 있던 부실 벤처기업 IMS에 35억 원을 투자했다. IMS 상장이 어려워질 경우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미리 돌려주고 마지막에야 돈을 돌려받는 조건의 ‘후순위 투자’였다.
8개월 뒤인 2024년 2월 공정위는 계열사 누락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경고 조치만을 내렸다. 그마저 조현상이 아니라 당시 효성그룹 부회장이었던 조현준 부회장에게 내린 처분이다. 검찰 고발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

오늘 뉴스타파가 보도하는 조현상 부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에는 조현상 부회장의 ‘자백’이 들어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차명 지배의 증거는 없다. 김건희 집사 게이트의 베일까지 벗겨지고 있는 지금,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를 할 지 지켜볼 때다.
HS효성은 조현상 부회장의 마이스터모터스 차명 지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답변이 없다는 게 답변"이라고 답했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