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목소리 ③ 불법 대출 흔적 남긴 직원에 "나쁜 사람들, 이름 알려달라"
뉴스타파가 입수한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의 녹음 파일에서 조 부회장은 폭스바겐 수입사인 마이스터모터스의 지분을 차명 소유했다는 사실을 본인 입으로 자백했다. 이에 더해 조 부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에는 마이스터모터스의 차명 지분을 매입할 당시 계열사인 효성캐피탈로부터 불법 대출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조 부회장은 자신의 측근이자 오른팔이었던 전 모 상무에게 마이스터스모터스 대출 관련 서류를 살펴보다 본사 임원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기록을 발견했다며 이는 “목을 찌를 수 있는 것”이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출 심사에 관여한 직원들 이름을 알려달라고도 했다.
“캐피탈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
2015년 10월 31일.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이 측근 전 모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가 문제 삼은 건 이른바 ‘V건’과 관련한 대출이었다. 앞선 기사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V건은 마이스터모터스를 지칭하는 조현상 부회장과 그 측근들 사이의 암호명이다.
앞선 기사에서 보도했듯, 조현상 부회장은 2007년 2월 폭스바겐 수입사인 마이스터모터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1%를 차명으로 인수했다. 15억 원으로 지분 51%를 사들여 대주주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15억 원조차 자신의 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이 15억 원을 대출해줬다. 물론 주식을 매입한 게 차명이었던만큼 대출 역시 차명으로 이루어졌다.
조현상 부회장은 전 모 상무와의 통화에서 당시 대출 관련 서류를 읽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V(마이스터) 건 경우에도… 대출 관련된 걸 내가 쭉 서류를 읽어보고 그러니까, 캐피탈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인 게 거기다가 무슨 본부 임원이 관여했다, 관심을 가졌다, 이런 걸 다 써놨네. 세상에 그게 말이 됩니까?
- 조현상 부회장 - 전 모 상무의 통화 내용 중 (2015년 10월 31일)
효성캐피탈 직원들이 대출 관련 서류에 ‘본부 임원 (본사 임원의 오기로 보인다)이 관여했다, ‘이00 상무가 관심을 가졌다’는 기록을 남겨두었다며 효성 캐피탈 직원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
국세청과 검찰이 지나친 불법 대출의 흔적들
2007년 당시 효성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였다. (현재는 매각돼 MG 캐피탈이 됐다.) 대주주는 (주)효성이었다. 여신전문금융업 회사는 여러가지 규제를 받는다. 그 중 하나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 제한이다.

이 법조항에 따르면 2007년 조현상 부회장이 마이스터스모터스 지분을 차명으로 사들일 때 실행된 대출은 불법이다. 조현상은 (주)효성의 특수 관계인이었고 다른 회사, 즉 마이스터스모터스에 대한 출자를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효성캐피탈 직원들이 이게 불법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대출 서류에 본사 임원의 관심이나 개입같은 흔적을 남겨둔 건 효성캐피탈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일말의 ‘자구책’ 아니었을까.
이 통화가 이루어지기 2년 전인 2013년 검찰과 국세청은 조 부회장의 마이스터모터스 차명 지배에 대해 조사했다. 그런데 미납 증여세 5억 원을 추징하는데 그쳤고 어찌된 일인지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의 자금을 동원한 불법 대출 혐의는 조사하지 않았다. 조현상 부회장은 당시의 검찰 수사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다 이런 흔적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했다.
“내가 옛날 13년 또 검찰 조사 자료를 좀 들여다보다가 이건 진짜 너무하구나. 나쁜 사람들이다. 지금 목을 찌를 수 있는 거 해놓은 거 아니야? 잘못된 거가 아니고.. 내가 피가 거꾸로 솟아가지고… 그런 게 있기 때문에 지금 이후의 것들도 다시 점검하세요.”
목을 찌를 수 있는 것, 즉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검찰과 국세청에 노출시킨 효성캐피탈 직원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정의한 조현상 부부회장, 가까스로 법망을 피했던 기억 때문인지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까지 말했다. 대출 서류에 본사 개입의 흔적이 남았음에도 조현상의 셀프 대출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검찰과 국세청의 2013년 행적에는 의문이 남는다.
“누가 대출 심사했는지 보고하라”... 그런데 A타워는?
조 부회장은 범죄의 흔적이 남도록 방치했다며 자신의 오른팔 전 모 상무를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V, 즉 마이스터모터스 대출 건은 누가 심사했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범죄를 지시해놓고 그 범죄를 아무 흔적 없이 철저히 실행하지 못했다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꼴이다.
조현상 : 근데 그거는 전 상무님이 그거는 그거를 코디네잇을 했으니까 그런 부분까지 꼼꼼히 챙겼었어야 되죠.
전 모 상무 : 네 맞습니다. 네.
조현상: 세상에 그게 말이 됩니까?
전 모 상무 : 예 잘못됐습니다. 잘못됐습니다. 네.
조현상 : 저기 v는 누가 그때 심사했었었는지 다 나한테 좀 알려주세요.
전 모 상무 : 네 알겠습니다.
- 조현상 부회장 - 전 모 상무의 통화 내용 중 (2015년 10월 31일)
그런데 조 부회장은 통화 말미에 갑자기 이렇게 묻는다.
조현상 : 지금 이후의 것들도 다시 점검하세요. 예를 들면 A타워는 그런거 없지?
전 모 상무 : 네 그런 거 없습니다. 네.
조현상 : 그 이후의 것들도 다 이00(효성캐피탈 임원)한테… 다 말도 안 된다고
- 조현상 부회장 - 전 모 상무의 통화 내용 중 (2015년 10월 31일)
A타워가 대체 무엇이기에 조현상 부회장이 이토록 걱정을 하는 것일까. 혹시 A타워에도 효성캐피탈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동원한 것은 아닐까.
뉴스타파는 지난 몇 달 동안 조현상 부회장이 그토록 걱정하던 A타워의 비밀을 추적했다. 그 결과 A타워는 조현상 부회장의 부동산 차명 보유와 계열사 자금 동원, 횡령 의혹까지 온갖 의혹을 모두 담고 있는 ‘범죄의 종합 선물 세트’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A타워 의혹에 대한 취재 결과는 다음 달에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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