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맛집-광주 북구 중흥동 ‘뒷골목뒷고기’]한적한 골목에 숨겨진 특별한 돼지고기 맛

안세훈 기자 2025. 7.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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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업자도 몰래 먹던 ‘뒷고기’ 전문점
뽈살·관자살 등 7가지 특수부위 한판
‘쫄깃·아삭·꼬들’…다채로운 식감 으뜸
가성비 넘치는 뒷고기 한 점에 ‘피로 싹’
광주 북구 중흥동 '뒷골목뒷고기'에서는 도축업자도 몰래 먹던 돼지고기 7가지 특수부위를 즐길 수 있다. /안세훈 기자

"저녁 뭐 먹지?"

오늘도 어김없이 일상생활 속 최대 난제에 부딪힌다. 누군가 "삼겹살이나 먹자"고 무심코 답했다면 조용히 남도일보의 '남도 맛집' 기사를 보여주자. 그는 아직 진짜 돼지고기의 '숨겨진 세계'에 입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돼지고기 부위는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삼겹살과 목살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부위가 있다. 과거 도축업자들이 너무 맛있어 일반에는 팔지 않고 뒤로 몰래 빼돌려 자기들끼리만 먹었다는 '뒷고기'다. 광주 북구 중흥동 한적한 뒷골목에 가면 '뒷고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뒷골목뒷고기'의 시그니처 메뉴인 7가지 특수부위 모듬 한판. /안세훈 기자

이름부터 정직하다. '뒷골목뒷고기'라는 상호에서부터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가게 내부에 들어서면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동그란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정겹게 손님을 맞이한다.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와 정겨운 사투리가 오가는 대화 속 유쾌한 웃음소리는 BGM(배경음악). 고소한 육향까지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말 그대로 '도심 속 쉼터'다. 옆 테이블과 모르는 사이라도 금세 친구가 될 것 같은 푸근함도 이곳의 '찐 매력'이다.
 
'뒷골목뒷고기'의 시그니쳐 메뉴인 7가지 특수부위 모듬 한판. /안세훈 기자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모둠 뒷고기 한판이다. 주문과 동시에 마치 잘 차려진 고기 뷔페의 축소판처럼 나무 도마에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7가지 부위의 선홍빛 고기들은 이름표를 꽂은 채 당당한 위용을 뽐낸다.

불판에 올라온 첫 타자는 '뽈살'과 '관자살'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아주 소량만 나온다는 이 부위들은 쫄깃한 식감의 정점을 보여준다. '뽈살'은 지방이 적어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참 재미지다. 관자놀이 부위인 '관자살'은 지방이 거의 없어 담백함의 극치를 보여주면서도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다음 타자는 '꽃살'과 '뒷덜미살'이다. 이름처럼 눈꽃 같은 마블링을 자랑하는 '꽃살'은 목덜미 쪽 살로, 부드러움과 아삭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불판 위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지방은 고소함의 결정체다. '뒷덜미살'은 특유의 꼬들꼬들하고 오독오독한 식감이 씹는 행위 자체를 즐거움으로 만들어준다. '뼈살'도 기다린다. 뼈에 붙어있던 살코기를 정성껏 발라내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농축된 감칠맛과 쫀득함이 으뜸이다. 술안주로 이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항정살보다 더 진한 고소함과 천상의 서걱거림을 자랑하는 '두항정살', 혀 밑 살이라는 이름처럼 야들야들한 부드러움이 특징인 '설하살'까지 맛보고 나면 도축업자들이 왜 뒷고기를 뒤로 빼돌렸는지 온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콩나물, 샐러드, 김치 등 정갈한 밑반찬들은 이 고기 잔치의 훌륭한 파트너다. /안세훈 기자
달궈진 돌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은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함께 나온 새송이버섯과 양파를 가장자리에 올리고, 중앙에서 노릇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소금에만 살짝 찍어 본연의 맛을 느껴본다. 이어 새콤달콤한 파절이와 함께 상추에 싸서 입안 가득 그 풍미를 즐겨본다. 새콤하게 무친 파절이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최고의 명품 조연이다. 콩나물, 샐러드, 김치 등 정갈한 밑반찬들은 이 고기 잔치의 훌륭한 파트너다. 여기에 시원한 소맥 한 잔이 더해지면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뒷골목뒷고기' 가게 벽에 가수 진시몬, 프로축구 K리그 미드필더 이지승 등 많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적혀 있다. /안세훈 기자

뒷고기로 배를 채웠다고 끝이 아니다. 이곳의 착한 가격대 '안주거리' 라인업도 일품이다. '닭발볶음'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화끈한 매운맛을 자랑한다.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입맛을 리셋시켜주는 '골뱅이무침'은 2차를 고민하던 주당들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 '두부김치'는 막걸리 한 잔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뒷골목뒷고기'는 화려함 대신 진솔함으로, 평범함 대신 특별함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하게 즐기고 싶다면 '뒷골목뒷고기'는 단언컨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진짜 맛집은 보이지 않는 뒷골목에 숨어있는 법이니까.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남도일보는 '남도 맛집' 취재와 관련, 어떤 광고를 요구하거나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