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돈

우리는 이상적인 국가와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늘 불안하다. 이데아는 이데아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히 살 것처럼 치열하게 산다. 좌충우돌하며 사는 것이 우리가 사는 목적이자 삶이 아닐까? 그러나 21대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사고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삶의 목적이 가족이나 사회, 인류를 향한 공적에서 "나" 자신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에서 발표한 소상인 자영업자 빚 탕감과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발행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희비가 엇갈린다. 보편적 복지 취약계층을 구제해준다는 취지로 내놓은 정책이라면 빚 탕감과 돈 푸는 일 외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정부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개인 부채를 내년부터 113만여 명의 빚 16조 4천억 원을 탕감하거나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하겠다고 한다. 오랫동안 빚에 시달려온 소상공인들에게는 희망의 소리일 것이고, 밤낮 성실히 일하며 빚을 갚아온 사람들은 이럴 줄 알았다면 괜히 밤낮 잠도 못 자고 땀 흘렸다고 억울해할 것이다. 정부가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가끔 봉사활동 다니다 보면 자영업자들을 만난다. 조금 있다가 보면 명함을 돌리고 바쁘다며 자리를 뜬다. 손과 발보다는 입으로 일하다가 가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는 불편하더라도 '다 먹고 사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눈에 걸리는 것은 그들이 모시고 다니는 자동차와 차림새다. 젊은 자영업자들이 몰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외제 차와 입고 다니는 상표가 부담스럽다. 영업이나 홍보 활동할 때는 얼마든지 입고 타고 다녀도 괜찮지만, 봉사활동 나왔을 때는 편한 차림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갑자기 그 사람이 운영하던 영업장도 사람도 보이지 않다가 몇 년 후에 다시 나타나 최근에 다른 업종을 개업했으니 놀러 오라고 선전한다. 은행 돈을 아주 잘 활용해 사업하고 땅 사고 집 사 화려하게 사는 능력자들도 있다.
반면 출근길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도 있다. 수시로 가게 주인이 바뀌고 쿵쾅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터줏대감처럼 그 자리를 지킨다. 좋은 상품으로 어떻게 하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건물주가 되어 내 건물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는 주인들은 대체로 게으르거나 장사하는 자세가 안 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업자들은 빚 갚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융자나 대출을 더 받아서 사업을 할까 고민한다. 물론 열심히 살아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전 국민 대상으로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 7월 21일부터 시작되니 언제부터 신청하라는 문자가 온다. 1인당 15만 원, 기초대상자나 취약계층에는 40만 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 절실한 가정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돈이란 주면 누구나 다 좋아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민생 회복 소비 쿠폰만큼은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15만 원 받고도 유쾌하지 않은 일을 정부는 왜 할까? 비단 이뿐인가? 국회 예산 정책처에 따르면 현금을 나눠주는데 운영비만 550억, 민생 회복 쿠폰 신청, 안내, 접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446억 원, 시스템 구축 106억 원이 든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4명은 한 푼도 안 내는 셈이며 25만 원 받기 위해 세금 45만 원 이상을 내야 하는 꼴이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내놓은 정책이겠지만 좀 더 지켜보고 국민의 반응을 들어보고 결정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이 주는 돈이라면 감사히 받을 수 있지만 국민이 내는 세금을 내 돈처럼 뿌린다면 반가워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앞으로 너희들이 갚아야 할 세금이라면 철없는 아이들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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