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수익 보장” 금 투자 미끼로 102억 사기…리딩방 조직 15명 검거

부산경찰청, 필리핀 거점 둔 조직 일망타진…피해자 120명, 고위직·서민까지 다양

금 투자 리딩방 사기 일당이 활용한 허위 투자 광고 문자.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200% 수익 보장’ ‘원금 3배 보장’ 등의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유혹해 100억 원 넘는 돈을 가로챈 ‘금 투자 리딩방’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필리핀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국내에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며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금 투자 리딩방을 운영하며 투자자 120명으로부터 총 102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필리핀 현지 관리자 A(30대) 씨 등 국내외 조직원 1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 결과 A 씨 일당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1년간 필리핀에서 가짜 금 거래 투자사이트를 운영하며, 고수익을 미끼로 피해자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주식 리딩방을 가장한 문자광고를 무작위로 발송해 피해자들을 오픈채팅방으로 유도했다.

이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이른바 ‘바람잡이’를 동원해 ‘해외선물 금 거래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에 200% 수익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의 허위 수익 인증 글을 올렸다. 이 같은 글에 속은 투자자들은 무료 체험 투자를 하게 되고, A 씨 일당은 수익금을 조작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었다. 이후 1대1 컨설팅을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고, 수익금 인출을 위해 세금과 수수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반복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범죄 행각은 철저한 역할 분담 아래 가족까지 끌어들인 조직적인 형태로 이뤄졌다. A 씨는 국내에 있는 친동생을 필리핀으로 불러 고향 친구들의 항공권을 대신 구매해 오게 한 뒤, 현지에서 사기 범행에 가담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원들은 모두 20~40대였으며, 피해자는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직군도 공무원, 대기업 직원, 자영업자 등 폭넓게 분포해 있었다. 피해 금액은 최소 500만 원에서 많게는 5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일부 피해자는 친척에게 돈을 빌리거나 주택담보 대출까지 받는 등 생활 기반이 흔들릴 만큼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첫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수사가 본격화되자 해외에 머물던 A 씨 형제가 도주했지만, 출국금지 상태에서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공범 검거로 인한 압박에 결국 자수했다.

경찰은 A 씨의 주거지에서 명품 1억6000만 원어치를 압수하고, 부동산과 차량 등 약 6억 원 상당의 재산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해 총 7억6000만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고수익을 미끼로 한 리딩방 사기 범죄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민생침해형 금융범죄”라며 “앞으로도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