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0장] 황룡촌 전투(194회)

정유진 기자 2025. 7. 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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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관과 종사관이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도둑떼들이 선전관과 초토영 종사관을 한꺼번에 죽여버렸다고? 이것이 과연 사실인가?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왕을 떠받드는 기관은 갑신정변 전후 개화파들이 서구 개념의 왕실을 꾸민다 하여 궁내부를 두고, 그 관할 아래에 승정원 후신으로 왕명 출납을 담당하는 승선원을 비롯하여, 경연청, 규장각, 통례원, 장악원, 내수사, 내의원, 사옹원, 태복시주, 시강원, 내시사, 전각사, 회계사주 등이 각각 소속되었다.

이러다 보니 전통적 공식 기구인 의정부와도 충돌이 잦았다. 주도권 싸움인데, 의정부는 3정승, 즉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합좌기관이었으므로 권위는 하늘을 찔렀다. 국가의 중요한 정사를 논의하고 그 합의를 거쳐 정사를 왕에게 올리는 정부 최고 의결기관인데, 근래는 궁내부가 월권을 하였다. 여흥민씨 세족을 거느린 민왕후의 전횡 때문으로, 이러다 보니 궁궐 권위가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시와 월권은 일상이 되었다.

6조(六曹)의 판서는 물론 언관(言官)·무신과 때로는 근접한 지방관 등 40-50명의 사적 인맥이 궁궐을 쥐어흔들었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저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느라 큰소리가 나오는데, 주로 육조 대감들이 재빨리 변시해 궁내부에 들러리를 섰다. 하지만 그들 역시 탁상공론으로 중구난방 소리만 요란했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사서삼경을 달달 외긴 했으나 열린 세계관이 펼쳐질 리 없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이후 왕을 옹위한다는 친위대 형식의 궁내부는 이래저래 체계도 갖추지 못하고 실험만 하다가 머리 큰 사람들의 쌈박질만 터져 나와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남도에서 동학 패거리들이 농민들과 합세하여 정부를 전복하겠다고 나서는데, 그 대책이란 것이 없었다.

"도대체 전라감영은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비도들을 진압하지 못하고 녹봉이나 축내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로다!"

왕이 소집된 어전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침묵을 지키던 좌찬성이 나섰다.

"마마, 추가로 응원군을 보내야 하는데, 병사들이 없다는군입쇼."

"그러하면 군사를 모집할 방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진작에 군기시의 무기 제조와 훈련도감의 강화를 논의했던 것인데, 모두 일실(逸失)하고 말았습니다."

"일실 타령만 할 일인가."

그때 예조판서가 나섰다.

"상감마마, 십여년 전의 민란과는 상황이 완전 다른 것 같습니다.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최경선 오권선 김덕명 이화진 깅응문 배상옥 최장현 등 지방의 거괴들이 민심을 붙잡고, 지방 관아를 습격하여 무기와 군량을 확보하니 군세가 비등해졌다고 하옵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지방 토호들, 양반 계급도 은연중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대책을 내보라."

"우선 백성들에 대한 선무작업이 필요합니다."

"선무작업?"

"백성을 인(仁)으로써 다스리고, 악덕 지방관을 색출하여 처벌하여 민심을 사야 합니다. 소통은 대화가 기본인즉, 말재간 있는 사람을 특사로 보내 진사(塵事) 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사료되옵니다."

"아니되옵니다."

당장에 형조판서가 반대하고 나섰다. 그가 말을 이었다.

"비도들에게 양보하고 요구를 들어준다면 왕실의 권위는 어디서 찾을 것이며, 왕실 법도를 어디서 찾을 것입니까. 칼을 물고 자결할지언정 굴복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군자의 길입니다."

"그렇소이다. 대저 백성들은 무지랭이로서 따끔한 훈계와 매로 다스려야 규율이 설 것입니다."

다른 대신이 나섰다.

"동학패를 만만히 볼 대상이 아닙니다. 중앙군이 보유한 무기들을 모조리 노획하여 정규군 이상의 군사력을 확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흥선대원군 대감이 동학의 뒷배로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흥선대원군 대감이?"

왕이 놀라 반문하였다. 아버지가 반도들과 결탁해? 그는 순간 국사에 넌덜머리를 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