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 다음주 만나나…급해진 韓, ‘동맹 현대화’ 고심

정지혜 2025. 7. 24. 16: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월 1일 관세 협상 시한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한·미 재무·통상 수장이 만나는 ‘2+2 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되고 미국측의 협상 의지가 높아보이지 않는 상황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미 외교 장관 간의 첫 통화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 긴박한 시점인 만큼 다음주 중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방미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 시한 직전 미국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급할 것 없는 미국, 2+2 협의 취소하며 ‘여유’…일주일 안에 타결 불투명?

24일 현재 한·미 관세 협상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분만으로는 협상의 진전이나 시한 내 타결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정황들이 속속 포착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질이지 타이밍이 아니다. 8월 1일까지 타결하는 것보다 고품질 합의 도출에 더 관심이 많다. 단순히 합의를 하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현재 미국의 각국에 대한 통상 협상 전략을 관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인터뷰에서 베선트 장관은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합의를 소개하며 다섯 차례 합의안을 거치며 점점 더 미국측에 나은 협상안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끈질기게 압박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역시 그런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권 초기라 이제 막 내각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국내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통 큰 양보’를 할 여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고 판단했을 경우 굳이 미국이 협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을 가지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일본은 국내 정치 상황상 입지가 좋지 않은 이시바 시게루 정부가 빠르게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수치를 제안하는 등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였을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미국측이 흡족해하며 협상이 빨리 끝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베선트 장관이 2+2 회의를 갑자기 취소한 것도 협상 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대통령실은 정확한 상황 파악과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는 점에서 오늘 안에 협상 관련 진전된 설명이 없다면 여론이 동요할 수도 있다.

통상과 안보 의제를 한번에 다루는 ‘패키지 딜’을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바 있지만 현재로서는 통상 협상 비중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일본과의 협상 결과에서도 미국은 방위비 등 안보 의제를 특별히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주한미군은 주일미군과 성격이 달라 여전히 중요한 협상 대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처럼 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거나 대규모 대미투자를 약속하기 쉽지 않은 한국의 여건에서 내걸 수 있는 가장 큰 안건은 안보 의제라는 점에서다.

사진=AP연합뉴스
◆다음주 한미 외교장관회담 성사되나…‘동맹 현대화’ 의제될지 관심

통상 분야 중심의 협상에서 외교부 역시 참여는 하고 있지만, 협상 주도보다는 현지에서의 소통과 패키지 딜에서 협상의 마무리를 종합하는 역할에 비중이 더 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역시 국무부가 아닌 재무부, 상무부에서 주요 협상을 이끌고 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한미 고위급 교류와 관련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속한 교류를 위해 미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 조현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첫 소통을 하는 시점은 다음주 중 직접 대면하는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화를 꼭 먼저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조 장관이 빠른 방미를 통해 루비오 장관과 만나고, 관세 협상 전반에서도 돌파구가 되도록 힘쓴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통상이 아닌 안보 쪽으로는 한·미 동맹의 영역과 역할을 확대하는 개념의 ‘동맹 현대화’가 최근 잇따라 언급되고 있다. 한반도와 대북 대응에 집중했던 기존 방향성을 ‘중국 견제 강화’ 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면 한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미국 편에 서서 싸우게 되는 것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재설정하는 측면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일부인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더 많이 내는 것보다, 중국과 관련된 역내 분쟁 등이 발생할 때 한국이 미국의 동맹으로서 기여하는 부분을 늘리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보다 후자가 미국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조비연 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낼 경우 미국이 이에 대한 기여를 더 해야 한다는 뜻인데, 미국은 그 부담 자체를 줄이고 싶은 게 목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방위비보다는 국방비를 늘리라는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 한국에 안보 차원에서 더 원하는 것은 비용 지불(cost)보다는 부담 이동(burden shifting)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이 ‘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스스로 자주적 방어를 더 하겠다는 접근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11일 한국을 찾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케빈 김 부차관보는 외교부 홍지표 북미국장과 개최한 국장급 협의에서 한미동맹 현대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외교부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에서 동맹을 호혜적으로 현대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입장에서 이는 중국과의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한 위협에 대응을 줄이는 것이란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카드란 점에서 통상 협상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부는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