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일>충전하는 순간, 화재도 충전된다

전남일보 2025. 7.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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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광주 동부소방서장
광주 동부소방서장 김영일
범엽(范曄)이 편찬한 중국 후한(25~220년)의 역사서 ‘後漢書(후한서)’에는 “故當深謀遠慮,防患未然”(고당심모원려, 방환미연-그러므로 깊이 계획하고 멀리 내다보아,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방지해야 한다)이라는 글이 있다.

이 책에서는 미연(未然)이라는 단어가 전란, 역모, 재난을 막기 위한 지혜로운 대비의 의미로 종종 등장하는데, 즉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막는 것이 군주가 갖춰야 할 지혜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미연에 방지하라’는 표현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사마천이 편찬한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 ‘史記(사기)’에서도 “防其未發,治於未亂(방기미발, 치어미란-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막고, 아직 어지럽기 전에 다스린다)”라고하여 일이 벌어지기 전에 알아채고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지혜임을 강조한다.

지난 13일 2명의 경상자가 발생한 동구 계림동의 상가주택 화재 현장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가 발견되었다. 같은 날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화재가 발생하였고,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방에는 전동 스쿠터 배터리와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가 다수 있었다.

같은 날 발생한 이 두 화재의 원인이 전동 스쿠터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비롯되었는지는 국과수의 정밀감정이 있어야 정확하게 밝혀지겠지만 전동스쿠터가 최근들어 개인형 이동장치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만큼 이 두 화재를 주의 깊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20년에서 2024년까지 전국의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화재 총 678건 중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화재가 485건(약 70%)에 달한다. 우리 시에서도 같은 기간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한 화재가 40건이 발생했고 이중 개인형 이동장치 화재 건수는 총 22건으로, 1억5천여 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 무선청소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일상 전자기기의 심장이다. 하지만 고온, 충격, 과충전, 셀 결함 등의 조건이 겹치면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해 폭발 또는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체감온도가 35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등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야외에 방치돼 있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여름철 직사광선 등에 취약해 폭열현상(갑자기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의 편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오히려 재앙이 되지 않도록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막기 위한 생활 속 실천 수칙을 알아 두어야 한다.

첫째 가격이 저렴한 비정품은 회로 보호기능이 부족해 폭발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정품 배터리와 충전기를 사용한다. 둘째, 취침 중, 외출 중 충전을 피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서 충전한다. 셋째, 과충전은 배터리 내부 온도를 급격히 올릴 수 있으니 충전 후에는 즉시 플러그를 제거한다. 넷째. 배터리는 고온 다습한 곳에 두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에는 차량 내부, 창가, 베란다 등에 두는 것은 절대 금지다. 다섯째,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한다. 배가 부풀거나 손상이 보이면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기기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 있다.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위험을 방치한다면, 작은 충전기 하나가 소중한 일상을 태워버릴 수 있다.

사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가정의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은 올바른 충전 습관이다. 소중한 가족을 위해, 오늘만큼은 꼭 배터리를 다시 확인해보자. “미연에 방지하라”는 옛말처럼, 준비된 지혜가 재난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