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총기 사건 피의자 공개될까…가족살인 신상공개 패륜아 '단 1건'

인천 사제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다. 피해자인 아들 유족 측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아버지인 피의자 신상 공개를 반대해 공개 여부는 미지수다. 그동안 가족 내 살인 사건에서 피의자의 신상 공개가 이뤄진 사례는 1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부모를 죽인 '패륜아'이고 자녀를 죽인 살인범의 신상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존속 살인을 가중처벌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족 내 살인 사건에서도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일관된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피의자 신상 공개가 이뤄진 사건 61건 중 자녀 등 직계비속을 살해한 사건은 단 1건도 없었다. 가족간 살해 사건 중에서는 자녀가 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경우만 1건 신상 공개가 이뤄졌다.
2017년 10월 당시 30대였던 피의자 김성관은 경제적 갈등으로 친모와 계부, 10대 이부동생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주했다. 김씨는 2018년 1월 국내로 송환됐고, 경찰은 김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수법이 잔인하고 피해가 상당할 뿐 아니라 사회적 파문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부분 가족간 살해 사건에서는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4월 벌어진 용인 일가족 살해 사건의 경우 피의자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2차 피해를 우려한 유족 측이 50대 가장이었던 피의자 신상 공개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 송도 총기 사건도 신상 공개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경찰청은 유족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단 방침이다. 아직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앞서 유족 측은 신상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피의자의 재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공개하는 건데 이번 사건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신상 공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 피의자인 60대 A씨는 지난 20일 밤 생일상을 차려준 아들 B씨(30대)에게 사제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 내부에서 범행이 발생했기 때문에 피의자 손주이자 B씨 자녀 모두 사건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등에 따르면 심의위는 △범죄 수단 잔혹성 △중대한 피해 발생 △증거의 명백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피해자와 유족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 경찰은 신상 공개 여부 결정 시 피의자 가족이나 주변인의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가족 살인 사건의 경우 피해자 유족이 피의자 가족이기도 하다. 다만 유족 의사 반영은 의무가 아니라 고려사항 중 하나다.

비속 살해 사건의 신상 공개가 전무한 배경에는 가족 살인 사건 내에서도 존속 살인을 더욱 중한 범죄로 보는 경향이 반영됐다. 형법상 존속 살해는 최소 7년 이상 징역에 처하지만, 비속 살해는 일반 살해죄가 적용돼 최소 5년 이상 징역이다. 영아살해죄는 일반 살인죄보다도 낮았다. 다만 법정 최고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나와 2023년 폐지됐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존속에 대한 범죄를 더 무겁게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이 신상 공개위원회에도 반영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존속과 비속을 차별해서 존속 사건에 대해서만 신상 공개를 하는 식의 태도는 규범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 사안의 위중함을 따져서 국민 알권리 등 공익을 충족할 여지가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다양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제총기가) 무방비상태로 퍼져 있다는 부분과 폭발물 등을 보더라도 국민 경각심 측면과 총기 규제강화 등 맥락에서 신상 공개가 당연히 돼야 한다"고 했다.
이세일 법률사무소 세일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가족관계 사건만 아니었다면 사실상 거의 공개라고 봐야 한다.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면서도 "(신상 공개는) 그 내용 자체가 충분히 공감할 수준이어야 한다. 유가족 등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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