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체면 중시하는 문화, 우울증 위험 키운다"

김다정 2025. 7. 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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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평판과 가족의 명예를 중시하는 이른바 '체면 문화'가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각 주의 명예문화 지수를 산출하고 빈곤, 교육, 의료 접근성, 인구 밀도 등 우울증 진단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통제한 결과, 명예 문화가 주별 우울증 진단율의 차이 중 약 7.8%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 교수는 "명예 문화가 사회와 개인 차원 모두에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높인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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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취약함 노출되면 평판 손상된다고 판단”
평판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인의 평판과 가족의 명예를 중시하는 이른바 '체면 문화'가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으로 체면을 지키려는 문화적 압박이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와이오밍대 사회문화심리학자 제시 복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교차문화심리학 저널(Journal of Cross-Cultural Psychology)》에 거주 지역의 문화적 규범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내에서 개인과 가족의 평판 유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른바 '명예 주(honor states)'와, 개인의 내적 자존감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존엄 주(dignity states)'로 주(州)들을 분류했다. 알라바마, 미시시피, 와이오밍, 아칸소, 웨스트버지니아 등 남부 지역이 대표적인 '명예 주'로 꼽혔으며, 이들 지역은 모두 명예 점수 80점 이상을 기록했다.

분석 결과, 명예 문화를 지닌 주일수록 우울증 진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예 문화가 강한 지역의 비히스패닉계 백인 성인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이 각 주의 명예문화 지수를 산출하고 빈곤, 교육, 의료 접근성, 인구 밀도 등 우울증 진단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통제한 결과, 명예 문화가 주별 우울증 진단율의 차이 중 약 7.8%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성인 비율 역시 명예 문화가 강한 주에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주별 차이의 약 7.1%가 명예 문화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히스패닉계 인구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했지만, 백인 비히스패닉 성인 군에서는 명예 문화가 우울증 진단율에 10%가 넘는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명예 문화가 강한 주일수록 우울증 진단율은 높지만, 항우울제 처방률은 오히려 낮았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곧 평판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정신건강 문제를 겪더라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을 개인 수준에서도 재확인했다. 캘리포니아와 루이지애나 주 성인 42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설문조사에서 개인적으로 명예의 가치를 중시할수록 우울 증상 경험과 자살 충동 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복 교수는 "명예 문화가 사회와 개인 차원 모두에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높인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사회는 유교 전통과 가족주의의 영향으로 개인의 실패가 곧 '집안 망신'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체면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개인의 실패를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실제로 한국의 정신건강 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2.3%에 달하며, 자살률 역시 OECD 평균(인구 10만 명당 10.9명)의 두 배를 넘는 27.3명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과 중장년 남성에게서 자살 충동이 높게 나타나는 점은 미국 명예 문화 지역의 백인 남성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정신질환 진단은 평판에 치명타'라는 뿌리 깊은 사회적 낙인 역시 치료의 문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한국정신건강재단 조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진단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신뢰와 평판을 잃을 것을 우려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다정 기자 (2426w@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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