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은 10%, 관건은 품목관세…숫자로 보는 관세 협상 시나리오

허인회 기자 2025. 7.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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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국·일본 등 5개국과 관세율 10~20%선에서 타결
“EU와도 15% 합의 근접”…한국과의 협상 가이드라인?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일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미국이 세계 각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속속 타결 소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끝낸 국가는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5개국이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과 합의한 최종 관세율 범위는 10%에서 20% 사이다. 미국과의 협상이 예측 가능한 범주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 국가들의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협상 결과를 내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 끌어낸 '대미 무역적자국' 영국

현재까지 미국이 협상 타결을 이룬 국가 중 가장 낮은 상호관세 수치는 영국과 합의한 10%다. 미국은 지난 5월 영국과 가장 먼저 관세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6월 공개된 '미·영 경제번영 협정'에 따르면, 미국의 영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10%다. 미국이 지난 4월 전 세계에 부과한 보편관세 10%에서 올라가지 않은 셈이다.

아울러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연간 10만 대를 할당량(쿼터)으로 정해 1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관세율 2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매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영국은 기계류와 에탄올, 농·축산물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1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잉 항공기도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영국 수준의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다. 영국은 미국의 상위 10대 교역국 가운데 유일하게 대미 무역 적자를 기록한 국가다. 지난해 미국은 영국에 119억 달러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를 줄이자는 것이 관세 전쟁의 취지인데, 동맹국인데다 대미 무역적자국인 영국을 강하게 압박할 이유는 없었던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본의 무역 협상 총괄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속 문서엔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4000억 달러를 지우고 손글씨로 적은 5000억 달러가 보인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엑스

가이드라인이 된 일본의 15%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관세 수준은 미국이 일본과 합의한 15%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일본산 제품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8월1일부터 부과하려던 관세율 25%에서 10%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아울러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4월부터 추가로 부과되던 25%의 관세를 절반인 12.5%로 낮추고, 기존 세율인 2.5%를 더해 최종적으로 15%로 조정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철강·알루미늄과 함께 품목관세로 지정한 자동차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겠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결과다.

대신 일본은 자동차와 트럭을 비롯해 쌀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아울러 5500억 달러(약 75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도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미 투자 수익의 90%를 받게 된다"며 "이 협정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고 협상 성과를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두 나라가 조인트벤처를 세울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의 합의 결과는 한국 정부에 중요한 협상 기준선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일본 685억 달러, 한국 660억 달러였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8월1일부터 부과할 상호관세 서한을 발표하며 나란히 언급한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기도 하다. 사실상 한국을 일본과 한 묶음으로 두고 협상한다는 의도였던 셈이다.

당장 한국 정부는 미·일 협상에 준하는 결과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 구조와 수출 품목에서 유사한 일본보다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수출 시장에서 한국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라는 일본, 독일, 멕시코 순이다.

미국이 유럽연합(EU)과 15% 수준의 관세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일본과 합의한 상호관세율이 EU에도 적용된다면 한국에도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선에서 타결된 아세안 국가

이외에 미국이 무역협정을 타결한 국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이다. 베트남은 42%에서 20%로, 인도네시아는 32%에서 19%로, 필리핀은 20%에서 19% 등 미국과 상호관세율 합의에 도달했다.

베트남은 미국산 농산물에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일부 품목은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에 대해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미국 제품에 대해 무관세로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미국이 시장 개방에 주안점을 두고 협상에 나섰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상호관세 서한 ⓒAFP=연합

품목관세 협상에 촉각… 반도체·의약품은?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율 25%을 얼마나 낮추느냐와 함께 품목관세 인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상호관세와는 별로도, 철강·알루미늄에 50%, 자동차에 25% 등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품목 관세는 국가 안보에 중요한 제조업 부문을 되살리기 위한 것인 만큼 상호관세와 별개라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율를 절반으로 낮췄다는 점, EU와의 협상에서도 현재 27.5%인 자동차 관세율을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로선 협상의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51%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관세 인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50% 부과 중인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일본 역시 손대지 못했고, EU와의 협상에서도 이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말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 의약품 등의 품목관세의 향방도 주목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와 의약품 수출액은 각각 107억 달러(약 14조6000억원)와 39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주요 대미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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