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미리보는 2026 TK 지방선거 <1>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도 내주나’…민주당은 ‘역전 가능한 험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구경북(TK)의 정치 권력은 오랜 기간 보수 정당이 '석권이라는 분에 넘친 권력'을 누려왔다. 지금의 보수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그럴까.
◆국민의힘, 건너야 할 건 탄핵의 바다…가진 건 난파선
21대 대통령선거 이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텃밭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에서 최근 20년 내 보수 정당의 지방선거 압승은 당연했다.
1995년 첫 지방선거에서는 문희갑 전 대구시장, 이재용 전 남구청장, 이명규 전 북구청장, 김규택 전 수성구청장, 황대현 전 달서구청장, 양시영 전 달성군수 등 무소속 당선이 많았다.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례는 김문오 전 달성군수, 서중현 전 서구청장 등 많지 않다.
이 탓에 지역정치권에서는 보수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이 당연해졌다
그러나 계엄 사태가 터진 지 8개월. 이재명 정부가 집권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소수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혁신은 커녕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
이들이 더는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 여론 또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발표한 최근 6개월간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현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2월 TK에서 국민의힘(61%)과 민주당(18%)의 지지율 격차는 세 배에 달했다. 반면 7월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은 32%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31%로 그 차이는 오차범위를 넘지 못하는 대등한 수준이다.
악화한 여론에 더해 대구시당에서는 파열음까지 터졌다. 그동안 지역 의원 중 나이와 선수로 합의 추대됐던 시당위원장 선거에 이인선 의원과 권영진 의원이 맞붙었다. 두 의원은 지지당원들을 동원한 출마 기자회견까지 하며 시당 내부에서는 계파 갈등으로까지 사태가 번질 조짐을 보였다.
결국 당 안팎의 조율로 이인선 의원이 추대됐지만 어려운 당 사정에 결속을 다져도 모자랄 판에 밥그릇 싸움만 벌였다는 지역민들의 비판은 이어졌다.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해결을 못 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TK에서 조차 민주당에 광역단체장을 넘겨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처럼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후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바 있다.
새로운 보수정당이 나와 국민의힘을 대신할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역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을 대신할 우파 진영의 새로운 정당 창당을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모든 시나리오가 국민의힘에는 치명적이다.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는 55.95%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후보는 40.33%로 분패했다. 당시 김부겸 후보는 인물론을 호소하며 바람몰이에 성공해 득표율 약 15% 차이라는 선전을 펼쳤지만, 지역의 보수성향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당시 선거 얘기가 자주 언급된다.
관계자들은 "이번에 무게감 있고 실력 있는 인물이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면 결과를 절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관계자들은 당원의 조직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청장 및 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또한 국민의힘이 능력을 보지 않고 관행대로 후보를 공천한다면 인물론을 앞세운 보수신당이나 무소속 후보자 등에게 참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정권·거대여당 든든한 뒷배…역전 가능한 험지
더불어민주당에는 가혹하기만 했던 험지 TK가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역전을 할 수 있는 도전의 땅이 될 전망이다.
TK에서는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 진보정당 후보가 수장으로 설 곳은 없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자부심이 있기에 지역민들은 선거에서는 진보정당 후보들을 잔인할 만큼 철저히 외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으로 치러지게 된 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직무 정지가 시작됐을 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전국적 부정 평가는 70%를 웃돌았지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TK의 민심은 여전히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향했다.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대구 23.2%, 경북 25.52%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는 계엄 사태에 대한 심판론이 거셌지만, 지역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동정론과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비판이 더 설득력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랬던 TK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요즘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보다 국정운영 능력이 '나쁘지 않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여론조사에서도 바뀐 분위기는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 발표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TK의 이번 달 평가는 '잘하고 있다'(49%)는 의견이 '잘못하고 있다'(33%)를 웃돌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실시해 앞서 7일 공개한 결과도 비슷했다. TK에서 긍정 평가가 53.9%였고, 부정 평가는 38.9%를 기록했다. 격차는 15.0%였다. 이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는 그에 대한 지역민의 시선은 싸늘했었다. 당시 리얼미터가 조사한 TK의 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전망은 부정은 46.5%에 달했으나 긍정은 39.6%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모처럼 부는 훈풍'을 '태풍'으로 키우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당은 지난 21일 대경ICT산업협회, 대구시의사회 등 산업계와 의학계, 경북대학교 및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학계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구 AX(인공지능 전환) 정책 포럼'을 출범시켰다.
AX는 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에 두고 업무처리 방식, 조직 운영,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혁신하는 전환 과정을 의미한다. 포럼은 AX 시대에 발맞춰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 사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15일에는 '대구 청년·대학생 최저임금 위반 실태 및 대책 수립 토론회'도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1만30원이지만, 대구에서는 지난 2017년 최저임금(6천470원) 수준인 6천500원만 주는 곳이 허다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시당은 이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시당이 청년층을 비롯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책 수립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와 더불어 국회를 장악한 거대 여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런 분위기 탓에 벌써 차기 TK광역단체장이나 안동시장 등의 당선 유력 후보에 민주당 후보군의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이제 TK가 해볼 만한 험지가 된 만큼 진보 쪽에서 능력 있는 정치신인과 무게감 있는 중진들의 도전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3.1%, 95% 신뢰수준. 리얼미터가 조사는 지난 6월30일부터 7월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08명을 대상으로 100% 무선 RDD 자동응답 전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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