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고도지구’ 높이규제 완화하니···건설사가 먼저 조합 찾아왔다
4차례 유찰됐던 시공사 선정도 훈풍 불 듯
오세훈 “정비사업기간 21년→13년 앞당길 것”

서울 중구 신당동 주민 송모씨(79)가 24일 버티슈퍼 옆으로 뻗은 계단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빨래를 널던 한 주민이 “언니, 지금 올라가려고? 올라가다 죽어. 우리집에 좀 있다 가”라며 깔깔 웃었다.
송씨의 집은 언덕으로 길게 이어진 계단 중간쯤에 있다. 시멘트로 빚어 만든 계단 곳곳에는 배를 뒤집고 죽은 바퀴벌레가 널려 있었다. 무너진 지붕을 방수포 등으로 대충 덮어놓은 집에는 천정과 지붕 사이로 쥐가 돌아다녔다.
1960년대에 지어진 주택부터 비교적 양호한 다세대 빌라 건물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신당9구역은 주택 노후화 등으로 재개발이 시급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2005년 재개발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20년 가까이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다. 1972년부터 최고고도지구로 묶여있어 건설사들에게는 ‘매력이 없는’ 사업지였기 때문이다.
최고고도지구는 건축물의 높이를 일정 수준까지 제한하는 제도다. 서울에는 국회의사당, 북한산, 서초동 법원단지 등 8곳이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다. 몇 년 전까지도 남산 일대에 들어서는 건물의 최고높이는 36m이하로 제한돼 있었다. 남산과 가까울수록 고도규제는 더 강해진다.
남산 산책길에 인접한 신당9구역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높이가 28m로 제한돼 있었다. 층 수로 환산하면 7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을 늘리면 늘릴 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진다. 7층 이하 아파트는 건설사들에게는 매력있는 사업지가 아니었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윤태권 신당9구역 재개발조합장은 “2022년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섰는데 4번이나 유찰이 됐다”고 말했다. 모든 조합원이 재개발 추진을 원해도 집을 지어주겠다는 건설사가 없으면 착공은 불가능하다. 이 구역의 총 조합원 수는 191명으로, 재개발 동의율은 93.1%에 달한다.
남산 고도지구 규제 완화로 재개발 가능성 생겨
이 지역에 큰 변화가 불어온 것은 서울시가 지난해 9월 ‘2030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남산 고도지구 높이를 완화하면서부터였다. 남산은 여전히 최고고도지구지만 높이규제를 다소 완화한 것이다.
28m였던 높이규제는 45m로 완화됐다. 아파트를 최고 7층에서 15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규제철폐 3호로 높이규제지역의 종상향시 의무공공기여 비율도 기존 10%에서 0%로 낮췄다.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설치 비율은 그대로(10%) 적용받는다.
변화는 조합 사무실에 비치된 곽티슈와 종이컵 등에서도 보였다.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윤 조합장은 “현재 4~5개 건설사들이 찾아왔는데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오후 2시부터 신당9구역 일대를 돌아보며 주거현황 등을 살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제는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착공되고 입주가 이뤄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일 것”이라며 “정비사업의 전 과정에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길게는 21년까지도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3년까지 단축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정비사업 책임관을 지정, 인허가 및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내 241곳(37만8000가구)의 정비사업 대상지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5곳(19만4000가구)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서울시는 내년 6월까지 총 219곳(31만2000가구)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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