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급 물난리에 물축제라니”…광주 광산구 ‘보류’ vs 장흥군 ‘강행’ 논란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5. 7. 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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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하고도 시끌벅적 물축제 여는 이율배반적 지자체
행사 적절성 논란에도 제각각…광산구 ‘보류’·함평군 ‘취소’·장흥군 ‘강행’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 17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인근 상가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재난급 물난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나 광주전남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물축제'를 강행하려다 비판받은 가운데 광주 광산구가 결국 행사를 보류했다. 반면 전남 장흥군은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취소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하기로 했다. 수익금 전액을 수해 지역에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광주 광산구 여론 뭇매에 행사 '보류'…미련 남았나? 

앞서 광주 광산구는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가 한창인 상황에서 물 축제를 강행하려다 비판받았다. 오는 26일 첨단1동 미관광장 일대에서 '제2회 광산 워터락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었다. 뉴진스님 등 유명 연예인들의 초청 공연, 물총대전이나 키즈풀, 얼음 놀이터가 포함된 축제다. 이와 관련해 광산구는 경기 침체로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자는 취지라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 광산구 지난해 8월 31일 개최한 제1회 워타락 페스티벌 모습 ⓒ광주 광산구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동시에 물 축제를 여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예정된 축제다 보니 변경이 어려운 측면이 물론 있지만, 수해 복구가 한창인 데다 아직 실종자 한 명을 수색 중인 상황에서 시끌벅적한 '물 축제'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광주의 경우 이번 호우로 2명이 실종돼 1명이 숨지고 1명은 계속 실종 상태다. 재산 피해 규모는 361억원으로 광산구(130억원)는 북구(140억원) 다음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전국이 수해로 무거운 분위기인데 물놀이 축제를 여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더구나 심각한 피해를 입은 광산구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광산구는 비난 여론의 뭇매에 축제를 보류했다. 광산구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시민 피해가 지속됨에 따라 오는 26일 열기로 한 제2회 광산워터락 페스티벌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이날 물 축제를 공동 추진한 첨단상인회와 주민이 참석한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보류 결정으로 행사 재개의 여지는 남겼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민관이 함께 준비한 뜻깊은 행사인데 (보류되어서) 마음이 무겁다"며 "폭우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내린 극한 호우로 인한 광산구의 잠정 피해액은 130억 원으로 집계돼 140억 원인 북구에 이어  광주에서 2번째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물놀이 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었던 전남 함평군도 행사를 취소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 물축제를 수해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함평군은 오는 26일부터 물총대전과 EDM 버블파티 등 부대행사가 포함된 '물놀이 페스타'를 열기로 했었다. 함평군은 이번 수해로 51억 5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된 곳이다.

​지난해 7월 27일 오후 장흡읍 중앙로 사거리 앞. 정남진 장흥물축제 개막 첫날 살수대첩 거리퍼레이드에 나선 참가자들이 폭염도 잊은 채 물싸움하고 있다. ⓒ 장흥군​

"제정신이냐"…비판 속 장흥 물축제 강행

반면 장흥군은 수십년째 개최해온 축제를 취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흥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는 집중호우로 수해 복구가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해 폭죽 행사 등은 배제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은 "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목표로 하는 만큼 축제 취소는 어렵지만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며 이재민과 아픔을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장흥 물축제는 올해로 18회째를 맞는다. 이 축제는 글로벌 축제 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관광산업 기반 확장을 목표로 열린다. 오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장흥 탐진강과 우드랜드에서 개최되며 장흥의 치유의 물, 장수의 물을 알리고 건강 증진을 돕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군은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국내 정상급 연예인이 대거 출연하는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 장흥군은 폭우로 직접 피해는 크지 않은데다, 오랫동안 준비한 행사 등을 고려해 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간 진행되는 올해 축제에는 3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흥 물축제는 매년 관련 예산이 증가했다. 지난 2022년 24억240만원에 이어 2023년 26억7480만원, 2024년 29억7200만원 등이다. 

해마다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도 증가해 전남의 여름 대표축제로 꼽힌다. 장흥 물축제는 축제 산업화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했다.전체  3분의 2이상이 외지 관광객으로 지난해 축제에 다녀간 인원만도 69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른 간접 소득으로 걷어 들인 경제적 파급 효과도 600억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장흥군 한 해 총예산 약 5000억 원의 12~15%에 달한 규모다. 한해 지역경제의 주력 농사인 셈이다. 장흥군이 이 축제를 선뜻 취소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해 정남진 장흥물축제 탐진강변 고수부지 '흠뻑쇼'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수해복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차승세 노무현시민학교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예정된 행사라 해도 취소나 연기한다고 지역경제가 망하는 건 아니다"며 "수해 복구가 일정 수준 이뤄질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흥군 관계자는 "최근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현재도 수해 복구가 한창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장흥물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행사로, 개막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취소나 연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대신 수익금 일부를 수해 지역에 기부할 계획을 전액 기부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장흥군은 지난 2023년 전국적인 수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축제를 강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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