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심리전 방송 중단에, 북한도 방해 전파 껐다…50여년 만에 대북·대남 방송 중단
북측, 작년 대남 방송 중단 이어 방해 주파수도 차단

남북이 심리전 차원에서 진행해온 대북·대남 방송이 50여년 만에 중단됐다. 북한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대북 방송을 중단하자 방송 방해 전파 발신을 대부분 중지했다. 지난 달 접경지역 확성기·소음 방송을 서로 멈춘 데 이은 남북 상호 간의 긴장 완화 조치로 풀이된다.
2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해 1월 심리전 차원에서 진행해온 라디오·TV 대남 방송을 전부 중단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국정원은 최근 대북 방송을 중단했고, 곧이어 북한이 지난 22일 오후 10시 대북 방송 방해 전파 발신을 중단했다. 10개 주파수의 발신을 멈췄고, 현재 2~3개 주파수가 남아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방해 전파 발신을 중단한 것에 대해 “예상 못 했다. (정부는 대북 방송 중단을) 북한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이는) 상대가 우리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가 (대남 방송을) 재개하면 대응하겠지만, 우리가 먼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심리전 방송을 담당했던 국정원 내 조직은 안보위협 탐지 등 새로운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담을 쌓고 있지만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한다”며 “그러나 (북한이) 쉽게 대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고,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이 심리전 차원의 라디오 방송을 중단한 것은 50여년 만이다. 그간 대남·대북 방송은 체제 대결의 상징이었다. 북한은 1967년 ‘제2중앙방송’(1972년 평양방송으로 개칭)으로 처음 대남 라디오 방송을 했다. 1973년에는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북 라디오 방송 ‘희망의 메아리’가 시작됐다. 대북 TV 방송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해 1월 송출을 중단한 방송은 ‘통일의 메아리’·‘평양방송’·‘평양FM’ 등이다. 남한이 이달 송출을 중단한 방송은 ‘인민의 소리’·‘희망의 메아리’·‘자유FM’·‘자유코리아방송’ 등이다. 남한은 심리전 방송에서 시사 뉴스나 날씨예보, K팝 아이돌 그룹의 노래 등을 송출해왔다.
지난해 1월 북한이 먼저 대남 방송을 중단한 이유는 명확치 않다.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남한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당시 윤석열 정부와 대립하던 상황에서 북한이 선제적 중단으로 윤 정부의 반응을 시험해보려는 조치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대북 방송 중단에 북한이 방해 주파수 발신 중지로 호응한 것은 비례적 대응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대미·대남 관계에 대해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을 천명했다. 이 기조에 따라 지난해 북한은 대북 전단이 날아오자 오물 풍선을 날려보냈고, 확성기 방송이 들리자 소음 방송을 내보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와 우호적 관계 조성을 위한 적극적 행동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러시아와 밀착으로 얻어야 할 게 많은 북한 입장에서 남한과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취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리전 방송 중단 등 남북의 최근 조치들이 남북 긴장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하는 등 양측은 긴장 완화 조치를 주고받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심리전 방송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며, 방송 중단으로 양측이 평화 공존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수층에서는 대북 방송이 북한 민주화 운동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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