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감춘 신예 연극인들…실험적 시도 넘쳤던 ‘대학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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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 무대.
빛 한줄기 없는 시커먼 암전 속, 누군가 입으로 바람 소리를 냈다.
이 연극은 경기 용인시와 용인문화재단이 개최한 '제2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의 마지막 날 공연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작품이다.
극의 원전인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 '아가멤논' 등에 등장하는 그는 수천년 동안 세인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오다 19세기 독일의 한 고고학자가 출토한 마스크 덕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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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박성훈 기자
“쉬이이…” “이이이잉…”
23일 경기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 무대. 빛 한줄기 없는 시커먼 암전 속, 누군가 입으로 바람 소리를 냈다. “나는 멈췄다.” 짧은 대사와 함께 여럿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장내를 채웠다.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연극 ‘덜미’는 이렇게 시작했다.
조명이 들어온 무대에는 한지를 이어붙인 듯한 장막이 내걸렸다. 조명을 등진 배우들의 동작이 장막에 비치며 시커먼 그림자들이 이리저리 얽히고설켰다. 배우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다. 장막이 걷히고, 배우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모두 탈로 얼굴을 가렸다.
이 연극은 경기 용인시와 용인문화재단이 개최한 ‘제2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의 마지막 날 공연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작품이다. 전국의 대학교 연극단 가운데 군계일학으로 뽑혀 서게 된 자리인 만큼 젊은 배우들은 모처럼 대중에 얼굴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그들은 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선택을 했을까?
그 이유를 극의 중심인물인 아가멤논에게서 찾아본다. 극의 주요 인물이자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인 그는 우리에게 ‘황금 마스크’로 잘 알려져 있다. 극의 원전인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 ‘아가멤논’ 등에 등장하는 그는 수천년 동안 세인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오다 19세기 독일의 한 고고학자가 출토한 마스크 덕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을 되찾았다. 극중 배우들의 얼굴을 가린 탈은 아가멤논을 위시한 극중 등장인물의 현신과 다름없다.
연극은 다양한 무대장치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내용은 비극이었지만, 여러 차례 웃음을 자아내며 보는 이의 긴장을 이완시켰다. 원전은 서양에 속한 신화였지만, 형식은 우리 전통에 가까웠다. 배우들은 색동저고리 등 한복을 토대로 한 의상을 입고 연기했고, 장구 등 우리의 전통 소리가 배우들의 해학 넘치는 연기와 그럴듯하게 어우러졌다. 여성 역을 남성이, 남성 역을 여성이 맡은 점도 이색 시도였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총 12개 대학의 연극은 23일 모두 끝났다. 평단에서는 “지난해 이맘때 열린 첫 대학 연극제보다 우수한 작품성과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주최 측은 각 작품에 대한 평가에 순위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꿈에는 무게를 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 연극계를 이끌 연극인의 꿈을 응원한 이번 연극제는 오는 25일 오후 4시 관객의 박수갈채 속에 막을 내린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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