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개정안, 왜 이렇게 논란이 되나
[미디어 즉문즉답]이사 추천주체 다양화'진일보'… 정치권 추천 늘어나 논란
보도채널에도 적용된 임명동의제, 민방 지역MBC는 제외 논란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다시 방송3법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새로운 방송3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둔 가운데 언론계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립니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쪽과 보다 엄밀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방송3법과 관련한 쟁점을 짚습니다.
- 방송3법 내용은 무엇인가요?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이들 개정안은 크게 세가지로 구성됩니다. 첫째,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 구조를 바꿉니다. 둘째,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의 사장 선임방식을 바꿉니다. 셋째, 방송 종사자들의 자율성과 보도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합니다. 공영방송이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 세부적인 내용은 무엇인가요?
KBS 기준 이사 수를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6명을 국회 교섭단체가 의석 비율에 따라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이외의 9명은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가 추천권을 갖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납니다. 국회 교섭단체(5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2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가 추천권을 갖습니다. EBS이사회는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되며 국회 교섭단체(5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 (1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1명), 교육 관련 단체(2명), 교육부장관(1명), 교육감 협의체(1명)가 추천합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시 국민이 참여하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복수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특별다수제 방식으로 최종 후보를 선정합니다. YTN과 연합뉴스TV는 교섭대표 노조와 합의해 사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고, 복수의 후보 가운데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도록 했습니다. 공영방송 3사와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은 보도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과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임명동의제를 도입해야 하고,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편성위원회는 △방송편성규약 제정·개정 △방송사업자 방송편성규약 준수 △방송프로그램 취재·제작 및 편성 자율성 침해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입니다.
- 기존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사를 추천했나요?
공영방송 이사를 방통위가 추천·임명하도록 했으나 실제론 여야가 KBS 7:4,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6:3으로 임의로 추천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나눠먹기 관행이 굳어졌습니다. 그 결과 공영방송 이사회가 여야 대결의 장이 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정부가 바뀌면서 다수를 점하는 이사들이 독주하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 개정안의 이사추천 방식은 진일보한 것 아닌가요?
이사회 추천 구조에서 정치권 종속 문제를 개선하고 다양화했다는 점에선 진일보했습니다만 몇가지 우려도 존재합니다. 국회 추천 몫을 줄인 점은 의미 있지만 완전히 없애지 못했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현행 제도와 비교할 때는 개선이지만 윤석열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가 거부권이 행사된 방송3법에선 국회 추천 몫이 30% 미만인데 이번 개정안에는 40%에 달한다는 점에서 후퇴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관행으로 굳어졌던 국회 추천을 법에 명시하게 되면서 잘못된 관행을 합법화한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 미디어학회와 변호사단체는 어떤 곳이 추천권을 갖나요?
학회 추천의 경우 활동기간, 주요 활동내역, 회원 수 등을 고려해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학회가 합의한 2인을 추천하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변호사단체 역시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 2개 단체가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지난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당시 류희림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대표성이 떨어지는 학회에 추천권을 부여해 논란이 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규칙'으로 정하게 했고 단체의 기준도 제시하는 등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3법이 학회에 추천권을 부여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과 비교하면 개선된 면이 분명 있습니다. 반면 법이 아닌 규칙을 통해 기준을 정해놓았기에 불완전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시청자위원회의 구성 방식이 바뀌면서 추천 방식이 개선된 측면도 있습니다. 과거 시청자위는 임의로 사장이 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구조였으나 이번 개정안에선 편성위원회가 제청하도록 했습니다.
- 임명동의제 적용 방송사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공영방송 3사와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에 적용하면서도 지역MBC, SBS 등 지상파 민영방송, 종합편성채널은 빠져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도 같은 우려가 있습니다. 공영방송에 적용하는 것은 논쟁이 되지 않지만 민간기업인 보도전문채널에도 적용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보도 기능을 갖는 방송에 도입하려 한다면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다른 방송사들도 예외가 돼선 안 되겠죠. 그렇기에 SBS, 지역MBC, 지역 민영방송 노조 등에서 방송3법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와 별개로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인 EBS는 여전히 방통위원장이 EBS 사장을 임명하면서 방통위 하부기관처럼 여기는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민주당 지도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법안이 조율됐다고 합니다. 민영방송들에도 강제하는 법안을 강행할 경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다른 쟁점이 확대될 수 있고, 방송사들의 반발이 커지는 것 등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민영화된 YTN의 특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적 맥락을 제외하고 원칙만 놓고 봤을 때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 사장 추천 방식에는 문제가 없나요?
개정안은 공영방송 기준 100명 이상의 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추천하고 사장 선임 방식을 이사 과반수 찬성이 아닌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규정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합니다. 사장 선임에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민이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정하는 것이 경영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가, 개선된 이사회만으로 충분히 더 나은 사장을 뽑을 수 있지 않은가라는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이는 이번 개정안만의 문제라기보단 방송3법의 단골 논쟁 소재이기도 합니다.
방송3법 개정안이 부칙을 통해 새롭게 이사회를 구성하게 하고 새 사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사장 임기보장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논쟁이 있습니다. 이전 정부 때 임명된 사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교체되고, 그렇게 교체된 사장들이 해고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에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죠. 사장을 해임하는 것과 제도를 바꿔 새롭게 뽑는 것에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교체기엔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일이 흔치 않기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은 어떤 입장인가요?
국민의힘에선 '민주노총을 위한 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의 이사 추천 구조를 보면 특정 단체에 독점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방송사 사측과 국민의힘에선 과거 논의 때부터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에 반발해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노사동수' 구조에선 노조의 의견만으론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기에 노조가 방송을 장악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 법안의 절차적 측면에 문제는 없나요?
여당과 이 법안을 지지하는 쪽에선 '속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부터 방송3법 논의를 외면해온 전례가 있기에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방송3법과 관련한 논의가 10년 넘게 진행됐기에 이미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전부터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가 많았지만 하나로 수렴되기 어려운 면도 '속도전'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힘을 싣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3법'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인하게 어렵습니다. 공청회 등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법안이 '단일안'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건 지난 1일입니다.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7일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일부 언론단체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법안 처리 속도를 낮추더라도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만 '속도전'이 이어졌습니다. 완벽한 법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공영방송의 독립을 일관되게 촉구해온 이들도 반발하다는 점은 이 법안이 갖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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