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한스 짐머 vs 존 윌리엄스’ 두 거장 함께하니 쾌감이 ‘2배’

이민경 기자 2025. 7. 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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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 기획 ‘OST 페스티벌’
영국 앤서니 잉글리스 지휘자 초청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150분 영화음악
지난 2018년 ‘한스 짐머 vs 존 윌리엄스’ 초연 때에도 앤서니 잉글리스 지휘자는 흰 셔츠 안에 슈퍼맨 타이즈를 입고 등장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난 23일 재연한 공연에서도 앙코르 무대에서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현재 상영중인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F1 더 무비’의 흥행 요소에 한스 짐머 사단의 참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음악이 곧 서사’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작곡가 한스 짐머의 곡은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음악계의 양대 산맥인 작곡가 존 윌리엄스는 ‘스타워즈’, ‘E.T’, ‘쉰들러리스트’, ‘해리포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마스터피스를 남겼다.

23일 열린 롯데문화재단(롯데콘서트홀) 기획 ‘2025 OST 페스티벌’(7월19일~8월 14일)의 다섯번째 공연 ‘한스 짐머 vs 존 윌리엄스’는 클래식 애호가를 넘어, 영화와 오케스트레이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만족한 무대로 남았다.

레퍼토리 시작부터 반갑다. ‘E,T’의 ‘지구에서의 모험’(Adventure on Earth)으로 포문을 열며 판타지 세계로 인도했다. 이어 ‘해리 포터’의 ‘헤드위그의 테마’와 ‘후크’의 ‘네버랜드를 향한 비행’으로 나아갔다. 이 세 곡은 모두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스 짐머 vs 존 윌리엄스’ 공연 실황 모습. 이민경 기자

선홍색 실크 벨트와 하얀 연미복으로 무대에 오른 지휘자 앤서니 잉글리스는 다음곡은 한스 짐머의 곡을 들려주겠다 예고했다. 몰타에서 촬영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테마로, 콜로세움 안에서 검투사들이 겨룰 때의 비장함이 담긴 곡이다. 잉글리스 지휘자는 “짐머의 곡은 특히 타악기 파트가 인상적”이라고 설명을 더하고 뒤돌아 연주를 시작했다.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타악기 지휘자들이 팀파니, 드럼, 공, 심벌즈 등을 온 힘을 다해 연주하자 관객석도 박자에 맞춰 들썩였다.

매 곡이 시작하기 전 잉글리스 지휘자는 관객석을 향해 돌아 곡에 대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는데, 다음곡인 ‘쉰들러 리스트’ 테마와 얽힌 비화도 흥미롭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처음부터 존 윌리엄스에게 곡을 받고자 그를 초대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줬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윌리엄스는 눈물을 쏟았고, 감히 이 영화의 곡을 쓸 수 없노라고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계속된 부탁에 결국 윌리엄스는 ‘쉰들러 리스트’에 쓰인 모든 곡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한스 짐머의 ‘베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연주하기에 앞서서도 영화에 대한 소개를 더했다.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베트맨 앤 로빈’의 처참한 실패 이후 사활을 걸고 만든 ‘베트맨 비긴즈’라며, 이 작품으로 한스 짐머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처음으로 합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이 작품은 ‘초대박 흥행’을 일으키며 워너브러더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고.

2부가 시작되기 직전, 공연장에 다급한 안내방송이 흘렀다. “지휘자 앤서니 잉글리스가 건강상태 악화로 대타 지휘자가 들어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타 지휘자는 바로 ‘조니 뎁’이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의 코스튬에 비즈가 달린 수염까지 영락없는 뎁이었다. 지휘대로 향하더니 곧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메들리가 시작됐다. 하지만 연주가 끝나고 관객석을 향한 그는 모자와 수염을 잡아 뜯더니 “나야, 앤서니” 하며 익살을 부렸다. 깜짝 몰래카메라에 관객들은 박장대소했다. 인디아나 존스 ‘레이더의 행진곡’에서는 지휘 중간에 중절모를 쓰며 해리슨 포드를 흉내내 팬서비스를 마저 이어갔다.

앙코르 공연에 스타워즈 테마를 선곡하며 제다이 복장을 하고 광선검을 손에 들고 나타난 잉글리스 지휘자. 이민경 기자
쇼맨십이 충만한 지휘자 앤서니 잉글리스 덕분에 관객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이민경 기자

엄숙한 클래식 공연장에서 떠들석한 페스티벌의 장으로 분위기가 변해가는 것이 감지됐다. 공연의 대미 ‘맨 오브 스틸’ 차례가 왔다. 왜 이 곡을 피날레로 선정했는가.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은 기존 슈퍼맨과 완전히 다른 영화다. 이 영화를 본 짐머가 그에 걸맞는 음악을 못 만들어낼까 부담감을 느껴 고사했을 정도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작곡가들 역시 모두가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거듭된 요청에 결국 짐머는 참여하기로 결정, 그 역시 기존 슈퍼맨 OST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OST를 만들어냈다.

아쉬움이 가득한 관객들이 박수를 멈추지 않자 앙코르가 이어졌다. 잉글리스 지휘자는 제다이 망토를 입고 광선검을 들고 나타나 스타워즈 테마를 시작했다. 두번째 앙코르 무대에서는 갑자기 흰 셔츠를 찢더니 슈퍼맨 ‘S’가 그려진 가슴팍을 의기양양하게 드러내며 ‘슈퍼맨 마치(March)’를 선사했다.

잉글리스 지휘자의 쇼맨십이 돋보이는 몰입형 공연을 본 관객들은 “정말 생산적인 2시간 30분이었다”, “영화음악으로 오히려 클래식 관현악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롯데문화재단이 기획한 2025 OST 페스티벌의 범위는 더욱 넓게 변주될 예정이다. 잉글리스 지휘자와 코리아쿱오케스트라 공연은 마무리 됐지만 앞으로 ‘지브리 & 디즈니 영화음악 FESTA’(31일)와 ‘신카이 마코토 하이라이트 필름 콘서트’(8월 1일), ‘블링블링 캐치! 티니핑 심포니’(10일) 등 여러 공연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출격 대기중이다.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는 “어린 아이들을 비롯해 더 많은 분들이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세계를 경험해보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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