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권력기반 약화됐지만… 공개적 적전분열 → 실각은 없을 것[Deep Read]

2025. 7. 24. 09:4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흥규의 Deep Read - 시진핑 실각설
정책 실패·미디어 이상징후 따른 실각설 부상… 군부 내 최측근 잇단 숙청이 기름 부어
반론도 커 아직은 ‘기대에 기반한 추정’… 韓, ‘포스트 習’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 준비해야

최근 들어 시진핑(習近平)의 조기 실각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오는 가을에 개최되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4중전회에서 시진핑이 조기 은퇴 혹은 실각할 것이란 주장이다.

◇시진핑 권력

지금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권력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문화대혁명기를 제외한 마오 시절 중국 정치는 집단지도체제적인 성격의 원탁권력모델에 가까웠다. 마오의 권위가 절대적이라 했던 문혁 시기에도 당과 국가의 외곽세력을 동원하거나 이이제이의 방식을 통해 통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진핑에게는 이러한 권력 제약 요인이 거의 없다. 시 집권 10년을 넘어서면서, 중국 내 파벌이라 불렸던 장쩌민(江澤民)계의 상하이(上海)방이나 후진타오(胡錦濤)계의 공청단 세력들은 무력화됐다. 시의 권력을 억제할 국가주석 3연임 금지라는 제도적 장치도 2018년 폐지됐다. 시진핑 집권 3기를 시작하는 2022년 개최된 제20차 당대회에서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그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중국 지도자들이 새로운 직책을 맡을 때 68세 이하여야 한다는 ‘7상8하’라는 내부적인 연령제한 원칙도 이미 무용지물이 됐다. 시진핑이 건강만 허락한다면 중국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아무런 장애가 없어 보였다.

◇실각설의 연원

그런데 왜 실각설이 나올까. 실각설의 연원은 주로 대만이나 해외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입이다. 이들의 주장은 고든 창, 마이클 플린과 같은 반중 인사들에 의해 곧바로 인용됐고, 반중 정서가 강한 한국에서도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전파된다. 그 근저에는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혐오와 더불어 시의 정책이 지나치게 공세적이어서 오늘날 미·중 경쟁은 물론이고 동북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책임론이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 실각설의 근거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정책의 실패다. 시진핑의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코로나 정책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는 것이다. 국가자본주의 경제정책과 공세적이고 배타적인 대외정책은 미·중 경쟁을 촉발시켜 중국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미디어에서의 이상 징후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권력과 권위는 주요 정책이나 행사에서 최고 지도자의 행태나 어법을 중심으로 정당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런데 중국 매체는 최근 시에 대한 찬양 대신 집단지도체제를 강조했고(제팡쥔바오 2024.12.9), 개인보다는 당에 대한 복종을 강조한 장유샤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연설을 게재했으며(신화통신 2025.1.26), 시의 권력남용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싣는(제팡쥔바오 2025.5.30) 등 이상 징후가 보였다.

◇측근들의 숙청

세 번째는 군 내부에서 시의 최측근들이 차례로 숙청되고 있다는 관찰인데, 이것이 실각설의 가장 중요한 뿌리가 됐다. 중국군 2인자인 장유샤 부주석이 쿠데타를 일으켜 시진핑의 군 통수권을 빼앗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시는 집권하자마자 강도 높은 군 숙청작업을 통해 장쩌민 세력을 제거했고, 자신과 친밀한 산시방의 지도자 장유샤를 군부 2인자로 발탁했다. 산시방은 시진핑이 추진한 중국군 현대화의 주력이 됐고, 핵과 미사일을 관장하는 로켓군·우주전 등 첨단 무기체계를 다루는 전략 지원군 등을 주로 담당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공군대학이 발표한 중국 로켓군 관련 보고서는 중국군 내부의 기밀 유출을 의심하게 했다. 이후 산시방과 친한 전임 국방부장 리샹푸·웨이펑허를 비롯해 리위차오 로켓군사령관 및 소속 장성들이 부패 혐의로 숙청을 당했다. 이 숙청을 주도한 세력이 푸젠(福建)계의 세력을 대표한 허웨이둥이었다. 먀오화 군정치공작부 주임, 둥쥔 국방부장, 린샹양 동부전구사령관 등이 모두 푸젠계로 시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면서 제2차 군부 숙청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반년 사이에 모두 반부패 혐의로 숙청됐다. 그 후 장유샤가 집단지도체제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면서 시진핑 실각설이 확산됐다.

◇반론의 부상

실각설에 대한 반론도 크다. 우선 많은 난관이 있지만 중국의 경제는 여전히 견실하다. 세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고, 경제 발전 속도는 미국의 2배 이상이다. 골드만삭스나 하버드대의 최근 보고서들은 중국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도 2035년쯤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의 경제체가 될 것을 예측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 정치체제의 안정성이다. 서방은 문혁과 같은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문혁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그동안 정교하게 제도적·문화적 억제책들을 구축해 왔다. 시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단지도체제적 전통이 작동하며 정책 결정 이전에 치열하고 다원적인 검토, 법적 절차 준수에 대한 강조, 명분에 대한 예민함, 돈키호테식 인물을 억제하는 인사정책 등이 존재한다. 시 역시 이러한 전통 위에 서 있다. 아무리 측근이라도 부패의 문제가 노출되면 보호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국이라는 초강적과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시의 권력기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익의 길

종합해 보면 시진핑은 권력 약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실각설은 아직 ‘기대에 기반한 추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시의 권력기반이 약화됐다면 아마 그의 건강 상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과도한 업무와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최근 군부 사태는 시의 의지와 달리 전개됐을 개연성이 크다. 이는 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시를 대신해 리창(李强) 총리가 빈번하게 공개석상에 나온다. 장유샤가 군권을 장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중국은 공개적인 정치투쟁이나 적전분열을 노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라도 시의 명예로운 퇴진을 추진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는 중국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포스트 시’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중국은 중요한 나라다. 시가 없는 중국이 반드시 한국이나 주변 국가에 긍정적일 것이란 판단은 지나친 낙관이다. 오히려 현실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개연성이 크다. 두려움과 혐오로 중국을 경시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중국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면서 더 긴밀히 분석하고 소통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플라자프로젝트 이사장

■ 용어설명

‘국가주석 3연임 금지’란 당초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를 5년씩 2번, 10년으로 제한한 것. 하지만 시진핑 집권 후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이 내용을 담은 헌법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킴.

‘산시방(陝西幇)’은 중국 시진핑 정권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산시성 관련 인물들을 통칭하는 개념. 시진핑은 부친 시중쉰 전 부총리의 고향인 산시성에서 7년 동안 하방(下放)생활을 함.

■ 세줄요약

실각설의 연원: 실각설의 근거는 세 가지. 첫째 정책의 실패, 둘째 중국 미디어에서의 이상 징후, 셋째 군 내부에서 시의 최측근들이 차례로 숙청되는 것. 해외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입을 통해 타국으로 전파되는 형국.

반론의 부상: 실각설에 대한 반론도 큰 형국. 많은 난관이 있지만 중국의 경제는 여전히 견실하며, 중국 정치체제의 안정성이 강하고,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이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존재함.

국익의 길: 종합하면 시진핑은 권력 약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실각설은 아직 ‘기대에 기반한 추정’이라 할 수 있음. 중국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포스트 시진핑’을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국익 살펴야.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