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배경색의 마술, 화려한 깃털 밑에는 흑백 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1665년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걸작이다.
연구진은 선명한 색으로 유명한 참새목 풍금조(tanager)속에 속하는 새들이 빨간색 또는 노란색 깃털을 가지고 있을 때, 보통 그 아래에 흰색 층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양한 배경에서 깃털을 촬영하면서 빛의 반사율 또는 흡수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한 결과, 숨겨진 아래층이 위층을 더 화려하게 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란색, 보라색은 검은색 바탕 덕에 진해져
캔버스 바탕에 흰색 먼저 칠하는 것과 같아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1665년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걸작이다. 그림 속 소녀의 얼굴은 진주만큼 생생하다. 페르메이르는 소녀의 얼굴이 더 밝게 보이도록 베이지색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오래전부터 화가들은 캔버스에 흰색을 칠해 나중에 덧칠한 물감이 더 밝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했다.
숨겨진 바탕색을 활용한 것은 인간이 처음이 아니었다.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진화생물학과의 로잘린 프라이스-월드만(Rosalyn Price-Waldman) 박사 연구진은 “명금류(鳴琴類) 새들의 빨갛고 노란 깃털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그 밑에 흰색과 검은색 깃털이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임을 발견했다”고 2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새의 깃털 색은 다양한 색소에서 나온다, 검은색과 갈색, 녹슨 붉은색은 멜라닌 색소에서 나오고, 밝은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은 새가 먹이를 통해 섭취하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에서 기인한다.
반면 파란색과 보라색은 색소에서 나오지 않는다. 깃털에 해당 색만 반사하는 광결정(光結晶) 구조에서 나온다. 깃털의 파란색은 광결정이 파란색 파장의 빛만 반사하고 다른 빛은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나타난다.

연구진은 선명한 색으로 유명한 참새목 풍금조(tanager)속에 속하는 새들이 빨간색 또는 노란색 깃털을 가지고 있을 때, 보통 그 아래에 흰색 층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파란색 깃털을 가진 새는 그 아래에 검은색 층이 있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표본에서 72개의 깃털을 구했다. 다양한 배경에서 깃털을 촬영하면서 빛의 반사율 또는 흡수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한 결과, 숨겨진 아래층이 위층을 더 화려하게 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깃털의 빨간색과 노란색은 아래 흰색에서 나오는 빛의 후방 산란이 이들을 더 밝게 만든다고 프라이스-월드만 박사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빨간색과 노란색 깃털에는 중앙에 흰색 띠가 있는데, 깃털이 겹칠 때 흰색 띠가 모여서 깃털의 겉보기 밝기를 높이는 숨겨진 배경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파란색과 보라색이 있는 깃털은 중앙에 검은색 띠가 있어 깃털이 겹칠 때 그 색이 더 진하게 보인다. 새는 수컷이 더 화려하다. 연구진은 암컷의 깃털에는 색소가 적어 검은색과 흰색의 띠가 드러나 더 칙칙하게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새가 만든 바탕색의 착시 효과는 사람에 전달돼 명화를 탄생시켰다.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미술학도들이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처럼, 새가 색을 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미래의 예술과 생명공학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같은 원리로 명화를 복원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표지에 인공지능(AI)이 복원한 15세기 그림을 실었다. 복원은 그림 자체를 바꾼 게 아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AI가 그림에서 손상된 부분을 디지털로 복원하면, 이 정보를 필름 형태의 마스크에 옮기고 이를 그림에 부착했다.
당시 연구진은 복원 부분을 인쇄한 필름에 맞춰 그 밑에 흰색 필름도 붙였다. 이는 실제 화가들이 쓰는 방법이다. 캔버스에 먼저 흰색을 칠하면 그 위에 덧칠한 물감이 더 밝고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w5857
npj Heritage Science(2020), DOI: https://doi.org/10.1186/s40494-020-00370-7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세 과학] 연금보다 나은 근육, 줄기세포 회춘으로 얻는다
- [단독] “구치소 CCTV 어디 있나”… 수용자 정보공개청구 6만건 넘었다
- [Why] 이란은 왜 유독 UAE만 집중 공격하나
- [스타트UP] X레이 방사선 피폭 90% 낮춘다…티인테크놀로지, 30兆 시장 도전
- 50시간 넘게 소포 6만개 분류… 휴머노이드도 ‘자율 교대근무’ 시작했다
- [코스피 8000] “삼전 팔아 아파트 산 거 후회”… 유주택자 잠 못 들게 하는 포모 증후군
- 인천공항 주차할 곳 없더라니…직원 사용 85% 적발되자 “국민께 사과”
- 보잉 CEO, 트럼프 순방 동행에도… 기대 이하 주문에 주가 하락
- [코스피 8000] 닛케이 버블 비웃는 ‘K-광속 질주’… 29만전자·190만닉스가 만들었다
- 트럼프 떠나고… ‘中우방’ 러시아·파키스탄 수장 중국 방문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