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브랜드와 집의 계급도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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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창에 영어로 'wallet brands'를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눌러보자.
각종 지갑 제품 이미지가 검색 상위에 노출된다.
'서열' '계급' '티어' '순위'.
피라미드 이미지는 속칭 '브랜드 계급도'를 그린 그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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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창에 영어로 ‘wallet brands’를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눌러보자. 각종 지갑 제품 이미지가 검색 상위에 노출된다. 이번에는 한국어로 ‘지갑 브랜드’라는 키워드를 넣어보자. 이상하게도 영어 검색 결과와 달리, 웬 피라미드 그림이 검색 상위에 뜬다. 그리고 검색 결과 옆에 이런 관련 검색어가 갑자기 등장한다. ‘서열’ ‘계급’ ‘티어’ ‘순위’. 피라미드 이미지는 속칭 ‘브랜드 계급도’를 그린 그림들이었다. 지갑 대신 다른 키워드를 넣어도 마찬가지다. ‘패딩’ ‘핸드백’ ‘시계’ ‘자동차’, 심지어 ‘커피’까지도.
이 얼마나 한국적인 풍경인가. 서열이 명확한 질서를 이토록 사람들이 원했단 말일까. 그런데 피라미드는 어쩌면 안도감을 위한 정보일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한 무언가의 위치를 가늠하는 ‘급 나누기’ 문화는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청소년 시절부터 입시 덕분에 익숙했던 이 ‘계급도’는 당연히 우리가 구매하는 ‘가장 비싼 물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집 그리고 동네다.
동네마다, 단지마다 엄연히 매매가격이 다른데 ‘부동산 계급도’를 보는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꼭 그렇진 않다. 하지만 최근 서울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그 뉴스가 전국적으로 도배되는 상황을 보니 ‘계급도에 익숙한 사람들의 심리’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과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안다. 또 동시에 한국의 인구구조가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장기적으로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계급도의 세계관이 명확한 상황에서 특정 서열 이상만 살아남는다는, 소위 ‘미만잡’의 관점에서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어느 선까지가 과연 노아의 방주일지, 어디까지가 안전할지 고민하다가 더 높은 등급과 계급과 순위에 포함되는 것만이 (자산의) 생존이라 여겼을 것이다. 올 상반기 한국 사회가 마주한 부동산 단기 과열은 그래서 더더욱 계급도에 익숙하고 계급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들의 ‘위태로운 상향 이동’이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일극화는 그래서 친숙하면서도 위험하다. 현실 지리는 입체적이고 수평으로 넓게 퍼져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지리는 단선적이고 수직적이다. 주거와 소비를 피라미드 안에서 판단하는 세상에 다양성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정치와 제도가 ‘급 나누기’와 ‘계급도’를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일극화를 내버려 둔 세상에서는, 정치도 제도도 결국 효과를 보기 어렵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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