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달비 9600원, 손님도 끊겼다"...수수료 상한제 '역풍' 맞은 미국
시카고, 라스베가스 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도시 대부분 제도 원상복구
학계 "국내 제도 도입 신중해야" 지적


#미국 시애틀은 2022년 배달앱 수수료를 30%에서 15% 낮추고, 배달 라이더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높은 30달러로 인상한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미국 최대 배달앱 '도어대시'는 시애틀 지역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고, 이를 메우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주문당 4.99달러(6900원), 거리당 1.99달러(2700원) 등 최대 9600원의 배달비를 청구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외식점주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 정책의 발원지로 꼽히는 미국 등 북미 지역이 '규제의 역설'로 신음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반엔 음식점주 비용 부담이 줄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이로 인해 주문량이 줄면서 결국엔 소비자는 물론 점주와 배달 라이더 모두 피해를 받을 수 있단 의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이달 초 "과도한 규제가 가격 인상을 초래, 시애틀은 미국에서 배달이 가장 비싼 도시로 전락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도어대시는 이 자료에서 "라이더 수입이 20% 감소했고, 시애틀 음식점 월 평균 매출도 2% 하락했다"며 "수수료 상한제를 폐지한 샌프란시스코, 덴버 등 지역의 입점업체 월 매출은 오히려 1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낮아진 수수료로 앱이 배달 라이더 임금과 배달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풍선효과'가 확산한 것이다.
도어대시와 우버이츠 등 미국 배달앱들은 수수료 상한제 시행 이후 약 22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들은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과해 적자를 보전했다. 일례로 수수료를 주문당 20%로 제한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선 우버이츠는 2달러, 도어대시는 0.99~2.99달러의 배달비를 소비자에게 청구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은 대폭 늘어났다. 마이크 설리번 캐나다 웨스턴온라리오대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딸면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된 북미 지역의 소비자 수수료는 7~20%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추가 배달비가 평균 4.69달러(6500원), 배달음식 비용은 평균 4달러(5620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제도 부작용이 확산하자 미국 시카고·덴버·산호세·라스베가스·발티모어 등 주요 도시들은 수수료 상한제를 폐지했다. 일몰제로 도입한 수수료율 15% 제한 규제를 연장하지 않고, 종전의 '최대 30%' 수수료율로 원상복구한 것. 특히 뉴욕은 상한제 시행 전보다 13%포인트 높은 43%로 수수료율이 책정됐다. 배달업계가 뉴욕시를 상대로 제기한 '수수료 상한제 반대' 소송에 합의하면서다. 기본 수수료 외에 20%의 '잠재적 추가 수수료'가 더해져 외식업주의 수수료 부담이 되레 늘어난 셈이다.
이런 사례를 감안하면 국내도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배달앱들도 미국 업체처럼 수수료를 받아 배달 라이더 일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15%의 수수료율로는 적자가 불가피하단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무리하게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하면 시애틀 배달시장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출 상위 30% 기준 배달 수수료율은 약 7.8%다. 여기에 결제수수료와 배달비를 합치면 소비자가 2만5000원짜리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앱은 6710원(26.8%)의 수수료를 받는다. 수도권 배달 라이더 인건비가 통상 건당 5000원 전후란 점을 감안하면 배달앱은 이를 제외한 금액으로 앱 마케팅과 운영비를 충당하는 게 현실이다. '땡겨요' 같은 공공앱도 2만5000원짜리 음식 기준 전체 수수료율이 2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체 수수료율이 15% 이하로 설정하면 적자 구조가 심화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학계에서도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나온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제적인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면 오히려 소상공인의 저가 경쟁을 부추겨 시장의 생태계 균형이 깨져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며 "소상공인 지원은 이들의 실제 마진 구조와 고정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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