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정착기] 미경산우 고급육 직접 생산해 손님 입맛 사로잡다 | 월간축산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7월호 기사입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깨끗한 물을 마시고, 청결한 곳에서 지내야 건강해진다고 생각해요. 급수대가 더러우면 안 되니 매일 들여다보며 청소하는 게 일과예요. 급수대 안쪽에 있는 정수 필터도 자주 확인하고 더러워지면 교체합니다.”

이 대표의 하루는 이른 아침 축사에 들러 소들이 사료를 먹는 걸 지켜보면서 시작된다. 사료는 자동화된 급이 시설을 통해 제공한다. 그는 우사를 둘러보다 사료가 남아 있는 곳을 발견하면 컨디션이 안 좋아 먹이를 못 먹는 소가 있는지 살펴본다. 1등급 한우로 키우려면 하루라도 먹이는 데 소홀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오전 일과를 끝내면 매일 가는 곳이 있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상주시 함창읍 ‘청기와숯불촌’이다. 이 대표가 농장에서 직접 키운 미경산 한우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그가 한우 식당을 운영한 지는 30여 년이 됐다. 처음 식당 문을 연 건 지금의 자리가 아닌 상주 시내였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다 2021년 함창읍으로 가게를 이전했다. ‘청기와숯불촌’은 상주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한우 맛집이다. 이 대표는 식당이 잘되는 건 미경산우를 선택한 덕분이라고 했다.
“좋은 고기를 얻으려고 이런저런 실험을 많이 했어요. 출산 경험이 없는 미경산우가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육질이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도하게 됐죠. 손님들도 처음엔 미경산우에 대해 잘 몰라서 반신반의하는데 막상 한 번 맛보면 계속 찾을 만큼 맛있습니다.”
그가 농장과 한우 식당을 함께 운영하게 된 이유가 뭘까? 1996년 상주 시내에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 그는 손님들에게 고품질 고기를 제공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분명 1등급 한우라고 해서 믿고 구매했는데 막상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낼 정도로 품질이 좋은 고기가 아니어서 실망한 적이 많았다. 맛있고 믿을 수 있는 고기를 팔고 싶었던 그는 결국 직접 소를 키우고자 귀농을 결심했다. 2000년에 지금의 이안면 부지에 한우 16마리를 입식하고 <청기와농장>을 개설했다. 시골 출신인 그는 소를 키우는 일이 낯설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부모님이 소를 키웠고, 벼농사며 밭농사며 일하는 걸 보면서 자랐어요. 그런 경험 덕분에 자연스럽게 귀농을 선택한 것 같아요.”
귀농 초기에는 한우를 일관 사육했다. 어깨너머로 봐 오던 일이지만 막상 직접 소를 키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전문적인 사육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2007년 경북대학교 축산학과에 진학했다. 학교에서 배운 축산 이론을 농장에서 실제로 적용해 보며 하나하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졸업한 뒤에는 혼자 다양한 시도를 하며 사육 노하우를 쌓았다. 한우 일관 사육을 십수 년째 고수하다가 10년 전에 비육우 전문 농장으로 전환했다. 어미 소가 출산하다 잘못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일관 사육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육우농장으로 전환한 뒤 그동안 닦아온 노하우를 동원해 차근차근 사육마릿수를 늘렸다. 그가 건강한 소를 키우는 비결은 특별하지 않다. 청결한 사육 환경과 영양가 있는 조사료, 두 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요즘 그는 소들에게 건초를 증기에 쪄서 공급하는 이른바 화식사료를 시작하려고 한다. 볏짚 등의 건초를 끓이거나 찌는 동안 세균이 제거돼 깨끗하고 건강한 먹이를 줄 수 있는 게 화식의 장점이다.
“화식사료는 소에게 여물을 끓여서 주던 전통 방식의 하나죠. 16개월쯤 되는 육성우에게 화식 건초를 먹이면 좋아요. 깨끗하고 건강한 먹이를 많이 먹여 배통을 늘리면 몸집을 키우는 데 유리하거든요. 처음 해 보는 거라 걱정되기도 하는데 성공시켜서 화식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고기는 경북 구미의 도축장에서 1차 도축된 뒤 이곳으로 온다. 이 대표는 그동안 틈틈이 배운 정육 기술을 이곳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다. 시설 하우스에선 상추·고추·미나리 등 다양한 채소를 키워 손님에게 낸다. 깨끗한 물로 키운 상추는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 신세계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청기와농장>과 식당의 연매출은 약 7000만 원. 이 대표는 “매출이 크진 않지만 힘든 일을 이기고 만들어 낸 단단한 숫자”라고 자부했다. 식당을 이전할 당시 코로나19 여파에 넘어야 할 산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일까지 겹쳐 한동안 식당 운영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부지를 매입하고 다양한 시설을 확충하다 보니 자금이 부족해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았어요. 여러 가지 악재로 힘들었지만 견디다 보니 이제 살 만합니다.” 이 대표는 예비 귀농인에게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 수익을 창출하라”고 조언한다. “선진 농장에 직접 방문해 가축 사육 노하우를 많이 알아두세요. 한 사람만의 방식이 아닌 여러 농장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판로도 한 가지만 생각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 보세요.”
글 박자원 | 사진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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