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해소위한 연대" 환경·정치 참여나선 독일 Z세대

백주아 2025. 7. 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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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글로벌 젠지(GenZ) 리포트’ ⑤독일
좌파당(Die Linke) 타마라마찌 좌파당 의원 인터뷰
"기성 정치 실패따른 Z세대 정치 참여 급증"
"교육·노동·환경 등 차별 해소 대안은 정치"

[베를린(독일)=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평일 오후 6시, 베를린 미테에 위치한 그린피스 베를린지부 사무실에 각자의 일과를 마친 청년들 7명이 모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코(27)는 대학 시절 바다에 방치된 플라스틱 오염에 충격받아 환경운동을 시작했다며 7년간의 활동 경험을 들려줬다. 칠레 출신으로 2년 전 베를린에 온 플로리아나(24)는 “고향에서는 리튬 광산 때문에 물이 말라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든다며 우리 땅을 파헤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베를린 지부에는 현재 2400명의 자발적 활동가들이 100개 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독일은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에게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고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 노동시간 제한 덕분에 환경 운동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그야말로 ‘운동가들의 안전한 천국’이었다.

베를린 미테에 위치한 그린피스 베를린지부 사무실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독일 청년들이 정치·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배경에는 ‘불확실성’이 있다. 부모 세대가 만든 시스템의 허점을 가장 먼저 겪는 Z세대는 환경, 전쟁, 인공지능(AI), 주거, 교육, 노동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23일(현지시간) 독일 좌파당(Die Linke) 소속 타마라 마찌(33) 국회의원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Z세대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을 지나며 정책의 실패와 허점을 직접 체감한 세대로 환경, 평등, 사회정의 같은 실질적 이슈에 관심을 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세대“라고 분석했다. 마찌 의원은 킬의 메텐호프 지역에서 자란 교사 출신으로 지역 도서관 폐관 위기를 막기 위해 시민 운동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좌파당 내에서도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서민층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한 배경을 바탕으로 청년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마찌 의원은 청년들이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배경에 대해 “그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적인 연대”라고 답했다. 좌파당은 주거·교육·기후 분야에서 Z세대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베를린 등 대도시 주거비 급등 문제에 대응해 ‘집세 상한선’을 제안하고 불법 임대에 대한 법적 지원도 제공한다. 마찌 의원은 “젊은 세대가 월세로 월급의 절반 이상을 내는 현실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정부가 빈집을 매입하거나 신규 공공임대주택을 25만 채까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과 노동 문제는 Z세대가 느끼는 불안 해소를 위해 선행돼야 할 주요 의제로 꼽힌다. 그는 “독일 공교육은 계층 간 격차가 큰데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기 어렵고 특히 이민자 가정은 차별에 더 취약하다”며 “독일의 이원직업교육제도(아우스빌둥)의 기본 구조는 좋지만 노동시장 내 차별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같은 차별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타마라 마찌 독일 좌파당(Die Linke) 국회의원. (사진=Die Linke)
환경 문제도 좌파당은 공허한 정책보다는 환경이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둔다. 그는 “폭염 속 어르신의 건강, 유해 자재가 뿜는 시멘트 먼지, 도시 공기의 질 등 일상의 문제에서 환경을 바라봐야 한다”며 “프레이데이스 포 퓨처(Fridays for Future)와 같은 기후 운동과도 적극 연대하면서 대중교통 확충, 지역 에너지조합 육성 등 실용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파당은 청년을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결정자’로 대우한다. 좌파당에는 ‘청년의회’, ‘링스유겐트(좌파청년조직)’, ‘학생정치조직(SDS)’ 같은 청년 참여 플랫폼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 청년들은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의회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간다.

마찌 의원은 “오는 9월 킬 지역의 청소년들을 의회에 초청해 정치 체험 행사를 열 계획으로 청소년센터를 기반으로 정기적인 토론, 미디어 활용 교육 등을 하며 단순한 계몽이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세대가 만든 시스템서 대안 찾는 청년들

독일 청소년 사회화 연구의 대가 클라우스 후렐만 헤르티스쿨 공공정책 전문 대학원 교수는 세대 간 인구 불균형에 따른 차별이 청년들을 정치로 이끄는 원인으로 분석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 55세 이상 인구는 약 3100만명(38.7%), 25세 이하 인구는 약 1820만명(22%)로 고령 인구가 청년 인구를 넘어선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고령화가 심화하는 추세로 선거에서 청년층 대비 중고령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훨씬 큰 셈이다.

23일(현지시간)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트라세에서 클라우스 후렐만 헤리티스쿨 교수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후렐만 교수는 “나이 든 사람이 정치적으로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보니 정책 설계에서 청년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구조적 소외감은 젊은 세대를 정치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며 “전통적인 정당들은 신뢰를 잃었고 극우정당과 극좌정당으로 양분되고 있는데 각 정당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두 정당 모두 정치가 개인의 삶과 연결돼야 한다는 기치 아래 청년들을 포섭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독일 사회가 직면한 ‘세대 간 공론의 부재’ 위기가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와 Z세대 사이의 가치관 충돌은 단순한 인식 차이를 넘어 독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렐만 교수는 “인구 구조상 기성세대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Z세대의 ‘워라밸’ 요구는 일을 열심히 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에게 혼란스러운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하지만 본능적으로 정치의 구조적 불평등을 체감하는 Z세대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은 청년실업률이 통계적으로 낮고 여러 지표를 통해 괜찮은 나라라는 평가를 받지만 낡은 시스템 개선과 구조 개혁, 경제성장이 골고루 뒷받침 돼야 청년들이 비로소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트라세에 위치한 헤르티 스쿨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김주혜 통역사)

백주아 (juaba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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