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이석기 판례 뜯어본다… 尹에 '외환유치 예비·음모' 적용 검토
난관인 '외국과 통모' 입증 완화 효과
판례 없는 외환, 내란과 형평성 주목
法 '내란음모 성립 요건' 적용 가능성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수사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외환유치 예비·음모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살펴보면서 수사 문턱이 낮은 일반이적 혐의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물밑에선 외환죄 가운데 가장 중하고 상징성이 큰 외환유치 혐의를 염두에 두고 신중히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외환유치 범죄 실행 착수 전' 판단… 입증 수위 완화

외환유치는 '외국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전투행위를 개시하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를 법적 구성요건으로 한다. 특검팀이 '예비·음모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외환유치 범죄 실행에 착수하진 못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형법상 '예비'는 범죄 실현을 위한 준비행위, '음모'는 2인 이상이 범죄 실현에 합의하는 행위를 뜻한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 또는 북한주민·단체와 통모해 전쟁이나 무력충돌을 일으키려 모의·합의했단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재판에 넘기는 게 가능하다. 예비·음모를 적용하면 법률상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히는 '외국, 외국인과 통모하여' 관련 입증 수위도 낮아진다.
판례 없는 낡은 조문에… 내란·외환 형평성 분석

문제는 외환유치로 처벌된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판례도 없고 조문도 낡은 만큼 특검으로선 유사한 죄목과의 비교를 통한 접근이 불가피하다. 외환죄와 맞물리는 범죄는 내란죄다. 1953년 6월 국회가 형법을 제정할 때 진행한 축조심의(입법 과정에서 한 조문씩 따지는 심의) 과정을 보면, 외환죄에 대해선 내란죄와 보조를 맞춰 미수범, 예비·음모·선전·선동 등의 조문을 대응시켰다.
당시 의원들은 내란·외환 범죄가 실제로 수행됐을 때뿐 아니라,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음모한 이들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을 세분화했다. 형법 28조는 기본적으로 예비·음모 단계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지만, 내란·외환은 국가에 대한 '반역죄'란 점에서 예외적으로 엄격히 벌하도록 했다.
'이석기 내란음모' 소환한 특검… '노상원 수첩' 변수로

이런 맥락에서 특검팀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조목조목 뜯어보고 있다. 내란죄와 외환죄는 형평성 있게 판단돼야 하기 때문에,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관련 법원이 제시한 범죄 성립 기준이 윤 전 대통령 등의 외환음모 혐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관련해 "개별 범죄행위에 관한 세부적 합의가 있을 필요는 없으나, 공격 대상·목표가 설정돼 있고, 실행계획 주요 사항 윤곽을 공통적으로 인식할 정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범죄 결심을 외부에 표시·전달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며 객관적으로 범죄 실행을 위한 합의란 것이 명백히 인정되고, 그 합의에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도 기준으로 제시했다.

특검팀은 외환죄 수사의 단초가 된 노 전 사령관 수첩을 분석하는 전담 인력을 운용하며,북한과의 통모 시도 정황부터 실행 합의에 이르는 과정까지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특히 노 전 사령관이 간첩들이 자주 활용하는 '피라미드형' 의사 연락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보고 유심히 살피고 있다. '피라미드형'은 대표적인 간첩 연락망 형태로, 공작원들은 내려온 지시를 수행할 뿐 서로 소통할 수 없다.
특검팀은 작전을 수행한 이들이 큰 그림을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던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등은 예비·음모 단계에서 합치된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이적죄로 드론작전사령부 등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될 때, 수사팀이 제시한 '국가안보 위해 관련 추상적 위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점도 주목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외환죄 적용 관련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며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도 혐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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