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나빠지고 與 분열 조짐… 대통령실도 고개 돌렸다

김경필 기자 2025. 7. 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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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왜 낙마했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뉴스1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낙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여론 악화와 정권 초 국정 운영 동력 상실을 우려해 뒤늦게 결정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초 대통령실과 여당은 “단 한 명의 낙마도 없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지지층의 부정적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자 ‘임명 강행이 더 해롭다’는 쪽으로 판단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24일까지 송부해 달라고 재요청했다. 임명 강행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강 후보자가 성균관대 겸임교수 시절 무단 결강을 했다는 의혹 등이 터져 나오자 여권에선 “더 방어했다가는 여론이 악화될 것”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공표된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의 19~21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2%가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부적합 의견이 39.2%였다. 전날 공표된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의 14~18일 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실 내부 비공개 여론조사에서도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한 여론 추이가 계속 나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오광수 전 민정수석,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이 연달아 사퇴하면서 인사 검증 실패란 비판까지 커지자 정리한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했다.

여권 내 균열 조짐도 강 후보자를 정리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진숙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이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도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를 요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친여 성향의 여성 단체와 민주노총은 물론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이 잇따라 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등 비판 목소리는 커져갔다. 민주당 보좌진 사이에서 “다른 의원들 갑질도 폭로하겠다”는 얘기가 돌면서 보좌진 갑질 논란이 당 전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2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여론이 너무 안 좋다.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도 “제가 해결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원내 지도부는 대통령실과 강 후보자에게 연락해 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김병욱 정무비서관도 국회를 찾아 민주당 의원들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고 한다.

여권 기류가 바뀐 것은 강 후보자가 처음 했던 해명들이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강 후보자는 당 지도부 의원들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에게 전화를 걸어 읍소하면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에서도 ‘보좌진에게 직접 쓰레기를 버리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지시한 정황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의원은 강 후보자와 통화하면서 “왜 거짓말을 했느냐”며 대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를 안고 갈 경우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각종 개혁 과제가 산적한 새 정부의 임기 초반 국정 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 그룹인 ‘경기·성남 라인’이자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채 인사비서관과 김현지 총무비서관 등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현지 비서관이 강 후보자 사퇴 결단을 위해 움직였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부인했다. 인사 업무를 대통령실 내 소수 인원이 전담하면서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수석급도 장관 인사에는 전혀 개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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