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펄프·뮤즈… 90년대 록의 전설들이 온다

‘응답하라 1990년대 록 밴드’. 올 하반기 내한 공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인기 록 밴드들이 대형 음악 축제의 대표 무대와 대규모 단독 공연 무대들의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 1990년대 ‘블러’와 함께 영국 브릿팝 전성기를 이끈 ‘4대장 밴드’로 불리는 ‘펄프’ ‘스웨이드’ ‘오아시스’가 차례로 내한한다.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는 건 8월 1~3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대표 출연자)로 나서는 펄프. 4만~5만명이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 록 음악 축제인 이 축제 둘째 날 대미를 장식한다. 1983년 데뷔한 펄프는 1995년 앨범 ‘디퍼런트 클래스’(Different Class)의 수록곡들이 크게 히트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적이면서도 신랄한 가사, 독창적인 선율로 국내에도 마니아를 양산했다. 2002년 활동을 중단했지만 2023년 재결합과 함께 월드 투어에 돌입하면서 이번 내한이 성사됐고, 지난 6월 24년 만의 새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9월 26~28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리는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는 ‘스웨이드’와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가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다. 1992년 데뷔한 스웨이드는 브릿팝 4대장 중에서도 1960~70년대 록 음악의 향수를 세련된 작법으로 부활시키며 1990년대 X세대의 가슴을 뛰게 만든 밴드. 지난해에도 3000석 규모의 서울 KBS아레나에서 단독 공연을 했고, 올해는 단일 약 3만5000명 규모의 대형 축제 헤드라이너로 나서게 됐다. 1990년 데뷔, 너바나, 펄 잼 등과 함께 미국 얼터너티브 록 전성기를 주도했던 스매싱 펌킨스는 2000년,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게 됐다.
9월 27일 인천문학주경기장에선 영국 밴드 뮤즈가 10년 만의 단독 내한 공연을 개최한다. 정확한 좌석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이 경기장 최대 수용 인원인 5만명에 맞춰 대규모 무대가 꾸려질 전망이다. 1998년 데뷔한 뮤즈는 거칠고 자글거리는 일렉트릭 기타와 왜곡된 베이스 소리를 앞세워 얼터너티브 록 음악 장르의 경계선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총 9장의 정규 앨범으로 전 세계 3000만장 판매고를 올렸고, ‘타임 이즈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 ‘플러그 인 베이비’(Plug In Baby) 등 일부 히트곡은 국내 유명 예능과 광고 배경음으로도 사랑받았다.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선 영국 밴드 오아시스가 5만석 규모의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지난해 8월 밴드가 15년 만에 재결합을 선언하면서 이어진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이미 지난해 11월 예매가 시작된 직후 전석 매진됐다.
1990년대 밴드가 유독 화려한 대규모 공연들의 대표자로 나서는 배경에는 뜻밖에도 그 시절 경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가 있다. 현재 오아시스 공연은 20·30대 예매 비율이 84.5%에 달한다. 대표 Z세대 팝스타로 꼽히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두아 리파가 각각 지난해 잠실실내체육관(단일 1만여 석)과 고척돔(2만여 석)에서 공연을 가졌음을 감안하면 최근 올드 스타들의 내한 관객 동원력은 이를 훌쩍 상회한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해 연말 BBC는 ‘젊은 오아시스 팬들이 1990년대 정신을 재부팅하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과거의 록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젊은 유럽 팬들을 집중 분석했다. 지난 2월 영국 공연 티켓 판매 사이트 스키들 역시 ‘브릿팝에 대한 향수가 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나’란 기고를 통해 고공 행진 중인 옛 록 음악 공연의 인기를 집중 분석했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세계적인 메가 히트곡의 출연이 뜸해지면서 실력이 검증되고 잘 알려진 히트곡을 원하는 젊은 층의 욕구가 커진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 함께 떼창하는 분위기가 중요한 음악 축제에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좀처럼 30세 이하의 젊은 헤드라이너를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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