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본질 사이[이은화의 미술시간]〈380〉

이은화 미술평론가 2025. 7. 23. 23: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이프 그림이다.

실제로 이 그림은 파이프 그 자체가 아니라 파이프를 그린 이미지일 뿐이다.

이미지를 보고 사물이나 사람의 본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이미지와 실재의 차이를 망각하는 순간 이미지에 배신당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이프 그림이다. 화가는 분명 파이프를 그렸다. 그런데 파이프 아래에는 프랑스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썼다. 파이프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이미지의 배반’(1929년·사진)은 사물과 이미지, 단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사물의 이미지를 사물 자체로 동일시하는 우리의 관습에 도전장을 내민다. 실제로 이 그림은 파이프 그 자체가 아니라 파이프를 그린 이미지일 뿐이다. 지금은 마그리트의 대표작이자 초현실주의 미술의 걸작으로 칭송받지만, 이 작품은 처음 발표된 후 수십 년간 마그리트의 경력을 꺾은 실패작으로 여겨졌다.

1929년, 30세의 마그리트는 벨기에 브뤼셀의 한 갤러리와 3년의 계약을 맺었다. 그 덕에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고, ‘이미지의 배반’을 그렸다. 이전에는 광고 포스터를 제작해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이 그림은 완성 직후 초현실주의 예술가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대중은 외면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를 가졌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갤러리는 마그리트와의 계약을 끝내버렸고, 마그리트는 생계를 위해 다시 광고계로 돌아가야 했다.

이 그림이 빛을 본 건 작품이 제작된 지 28년이 지난 후였다. 1957년 초현실주의의 후원자 윌리엄 코플리가 작품을 구매하면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코플리가 1978년 경매에 출품한 이 그림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이 11만5000달러에 사들이며 마그리트의 그림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이미지는 실재와 다르다. 이미지를 보고 사물이나 사람의 본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이미지와 실재의 차이를 망각하는 순간 이미지에 배신당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넘어 본질을 보라고, 무엇이 진짜인지 질문하라고 권한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