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만난 우주항공 산업] ③ 유럽 우주항공 수도 툴루즈

조규홍 2025. 7. 2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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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 ‘우주 세계’로 날개, 성공 비결은 ‘인재-기업 선순환’

‘늪지와 모기가 많은 곳.’ 1960년대 이전 프랑스 툴루즈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툴루즈 부시장의 말이다. 지금 툴루즈는 우주항공 교육과 산업에서 유럽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항공 연구, 학습, 관련 비즈니스를 하려면 유럽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이다. 항공우주 분야 그랑제콜(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 에어버스 등이 있어 교육과 산업 생태계가 고루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툴루즈가 이 같은 저력을 갖게 된 배경, 그리고 경남과의 협력 가능성을 함께 알아본다.

툴루즈 우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대형 우주 발사체 ‘아리안 5’ 실물 크기 모형./조규홍 기자/

파리서 588㎞… 늪지와 모기 많던 곳
1986년부터 공공기관 등 본격 이전
삶의 질 높아 엔지니어 1000명 정착

고등항공우주학교·국립항공대학 품어
인구 중 25% 학생, 절반 이상 지역 취업

경남과 협업 가능성 아직 불투명
툴루즈 부시장 “공동의 이익 있어야”

◇“일단 내려가라”…균형 발전 성공 사례= 프랑스는 1955년 수도의 과도한 성장과 집중을 방지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툴루즈는 균형도시 중 하나로 선정돼 1968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소와 학교가 이전해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57년 툴루즈시 인구는 27만명에서 2025년에는 51만명으로 늘었다. 툴루즈는 파리와 직선 거리로 588㎞ 떨어져 있음에도 최근 연간 1만명씩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툴루즈가 프랑스 3위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툴루즈시의 올해 예산은 30억 유로. 한화로 4조원이 넘는다. 이는 사천시 올해 예산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이다. 트램, 지하철 등 4개 대중교통 노선을 갖고 있다. 장 클로드 다르들레 부시장은 여기서 대중교통망을 더 확충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툴루즈 항공박물관에서 만난 다르들레 툴루즈 부시장은 “1968년 프랑스 정부는 분산화 정책을 통해서 1000명의 엔지니어들을 툴루즈로 보냈다. 당시 툴루즈는 습지와 모기가 많은 곳이었다”며 “정부는 엔지니어들에게 1년만 살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파리로 돌아오게 해준다고 했으나 아무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툴루즈 우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아폴로 15호 우주복./조규홍 기자/

엔지니어들이 툴루즈에 정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저렴한 집값이 큰 역할을 했다. 30년 전 파리에서 툴루즈로 옮겨 온 다르들레 부시장은 “당시 툴루즈 부동산 가격이 파리의 절반”이라고 회고했다. 낮은 거주 비용은 우주항공 산업이 갖춰진 툴루즈에서 개인이 부동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산을 키울 수 있는 여윳돈이 됐다. 파리에서 살지 않아도 얼마든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에 낮은 거주 비용은 매력적인 요인이었다.

여기에 더해 툴루즈의 독특한 산업 친화적 정책 추진 구조도 한몫했다. 2013년 툴루즈 시장은 지역 정치 신뢰 회복의 일환으로 시 정책 보좌 인력 50여명 중 절반을 민간 출신 인사로 구성했다. 인공위성 관련 전문가였던 다르들레 부시장도 이때 시정에 합류했다. 다르들레 부시장은 민간 부문 전문가가 지역 행정에 참여하며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툴루즈 에어버스(AIRBUS)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콩코드 여객기./조규홍 기자/

◇툴루즈 발전 근간은 ‘인재’= 툴루즈에는 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 그랑제콜인 고등항공우주학교(ISAE-SUPAERO, 이자에 수파에로)과 프랑스 국립항공대학(ENAC)이 100m 거리를 두고 인접해 있다. 이들 교육기관은 유럽에서 우주와 항공 분야를 대표한다. 고등항공우주대학은 항공우주 산업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국립항공대학은 항공 관제·항공기 시스템·항공 전자공학 전문가를 주로 육성하고 있다. 아울러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산하 연구기관도 툴루즈에 집중돼 있다. 툴루즈 내 교육 기관에 소속된 학생은 11만5000명. 툴루즈 전체 인구의 25%가 학생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고등항공우주대학 내 학생 90%는 외국인이다.

프랑스 고등항공우주학교(ISAE-SUPAERO)에서 엠마누엘 제누국제관계 담당 교수가 주요 연구 분야를 설명하고 있다./조규홍 기자/

지난 2일 프랑스 툴루즈의 고등항공우주학교(ISAE-SUPAERO) 캠퍼스에서 만난 엠마누엘 제누 국제협력 담당 교수는 툴루즈가 우주항공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한 비결이 풍부한 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항공우주대학 졸업생 33%는 에어버스 등 항공 기업으로, 32%는 탈레스 등 항공 분야 부품 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툴루즈에 위치하고 있다. 에어버스 CEO도 고등학공우주대학 출신이다.

프랑스 국립항공대학(ENAC)에서 마크 슈포 국제관계 담당 교수가 관제 시뮬레이션을 소개하고 있다./조규홍 기자/

같은 날 프랑스 국립항공대학(ENAC)에서 만난 마크 슈포 국제관계 담당 교수는 “툴루즈 학생 50~60%는 지역에 남아 기업 등에서 일한다엠마”고 말했다.

인재가 지역에 남아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그 기업은 우주항공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체계가 툴루즈에 구축돼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느끼는 도시 삶의 질 척도 설문에서 툴루즈가 프랑스 내에서 5년간 1위를 차지한 배경이기도 하다.

프랑스 국립 항공 대학교(ENAC) 내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이노브스페이스 모습./조규홍 기자/

◇경남과 협업 가능성은?= 사천시와 도내 대학들은 툴루즈시 또는 툴루즈 소재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다. 또 경남테크노파크도 툴루즈에 소재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에어로스페이스 밸리와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간, 대학 간 협력 관계 구축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취재에서 만난 툴루즈 부시장, 고등항공우주대학 국제협력 담당 교수는 명확한 의지 표명을 피했다.

다르들레 툴루즈 부시장은 사천시의 자매결연 제안과 관련해 “자매결연을 맺는 도시들은 공동의 주제가 있고, 함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항공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도시와 맺는다. 예를 들면 캐나다 몬트리올과는 툴루즈와 바로 오가는 항공편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 우주박물관 회의실에서 한국 기자단이 툴루즈 부시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한국언론진흥재단/

그러면서 다르들레 부시장은 공동의 이익이 있다면 결연 관계 구축에 3년의 기간을 제시했다. 첫해는 관계 형성, 이듬해는 견고화, 그 다음해는 교류 확장 여부 결정 순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적 교류에는 관심을 보였다. 그는 “관광과 관련해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영사관을 설치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이미 게임 페스티벌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마누엘 제누 고등항공우주학교 교수는 “교류와 관련해서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며 “모두 다 받을 수는 없다. 다만 이미 교류하고 있는 카이스트와의 관계는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 국립항공대학교 마크 슈포 교수는 “ENAC와 비슷한 과정을 갖고 있는 학교가 있다면 국제 교류는 매우 열려 있다”며 “프랑스 학생들에게 한국은 관심이 큰 나라”라고 밝혔다.

조규홍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우주항공 과정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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