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다 키워놨는데" 무너졌다…수확 앞두고 과수농가 초토화
[앵커]
기록적인 폭우에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특히 충남 예산 과수농가들은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일궈온 한해 농사가 수확을 앞두고 멈춰 버렸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직 어린 식물을 만지고 또 만져봅니다.
잘 자라왔지만 시드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김광섭/딸기농가 주인 : 다 키워놨는데…정말 잘 키워놨는데…]
과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던 기계도, 자식 같이 키워온 모종도 이제 다 물에 잠겼습니다.
지난 주 쏟아진 비 때문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쪽까지 흙탕물이 밀려와서 딸기 모종이 이렇게 전부 잠겼습니다.
온도계를 한번 보시면 50도가 넘습니다. 습도도 정말 높고요.
일단 온도가 말이 안 됩니다. 50도가 넘습니다.
이쪽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숙소인데 지금 이렇게 매트리스도 보이고 옷걸이도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쓸 수 없을 만큼 다 잠겼습니다.
또 이쪽에 화장실도 보이고. 출입문은 이렇게 완전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딸기모종을 보관하는 저온창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완전히 기울어서 지금 당장은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두 달만 더 버티면 모종을 옮겨심고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김광섭/딸기농가 주인 : 힘내서 또 하긴 해야 하겠죠. 힘들다고 해서 부모가 자식을 포기하는 건 아니니까.]
빨갛게 익은 토마토는 지금이 수확할 때였습니다.
방울토마토 농가 안으로 들어와보니 제 가슴 높이만큼 물이 차올랐던 흔적을 볼 수 있고요.
방울토마토는 진흙으로 뒤덮였습니다.
농가 옆 배수로까지 이렇게 방울토마토가 떠내려왔습니다.
진흙 묻은 멜론을 바라보는 청년 농부는 이제 28살입니다.
다들 농촌을 떠나지만 이 청년은 꿈이 있어 남았습니다.
더 좋은 작물로, 도시 사람들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강현/멜론농가 주인 : 노트북으로 영농일지도 쓰면서 올해랑 작년, 재작년은 어땠는지. 농부의 자부심이 있어서 '농부'에다 충청도 말로 '농부에유'로 농장 이름도 만들었는데…]
4살 딸, 2살 아들에겐 멋진 농부 아빠이고 싶었습니다.
[강현/멜론농가 주인 : 멜론만큼은 정말 나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다, 내 멜론. '아빠 농사짓는 농부야'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하지만 결실을 맺기 딱 한걸음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이렇게 수확을 다 끝내고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멜론들이 보이고요.
상자에 넣어서 테이핑까지 다 끝낸 상태였는데 다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이거 다 멜론 상자입니다.
멜론 상자인데 원래는 멜론을 수확하고 여기에 잘 넣어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과일인데 다 젖어서 상자까지 다 찢어지고요.
'극한 폭우'라고 불릴 만큼 한꺼번에 쏟아진 비, 농민들은 앞으로가 막막합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스럽습니다.
[이한호/수박농가 주인 : 1년 동안 우리가 진짜 피땀 흘려서 농사지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니까…]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일궈낸 한해 농사가 7월 극한 폭우에 멈췄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지금 이곳은 우리가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현장입니다.
[작가 강은혜 VJ 김진형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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