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무역 흑자 기록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로 관세 합의” 자평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대해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관세 협상을 마쳤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양국 합의 세부 내용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어 일본에 매우 유리한 합의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난 7일 공개서한을 통해 발표한 상호 관세율 25%를 15%로 낮추기로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또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품목 관세도 25%에서 12.5%로 낮춰 기존 2.5%를 합쳐 15%로 낮춘다고 밝혔다.
일본보다 앞서 미국과 무역 합의로 상호 관세를 낮추기로 한 나라는 지난 5월 영국(10%) 그리고 이달에 합의한 베트남(20%), 인도네시아(19%), 필리핀(19%)이 있다. 다만 영국은 미국에 상품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가 아니다.
자동차 관세는 영국과 합의했을 때 27.5%의 고율 관세를 10만대에 한해 10%로 인하했기 때문에, 숫자상으로만 보면 영국이 더 유리한 합의를 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수량 제한이 걸려 있지 않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세계에서 선구적으로 수량 제한 없는 관세 인하”라고 강조했다.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모회사 스텔란티스를 대변하는 자동차정책위원회(AAPC) 맷 블런트 위원장은 “나쁜 합의”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반도체나 의약품 등 경제 안보상 중요한 물자에 대해 향후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도,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약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일본에 불리한 내용도 있다. 품목별 관세 대상에서 자동차 관세 인하가 합의된 반면, 50%가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유지된다. 영국은 미국과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폐에 합의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일본 쪽이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상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쌀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의 수입품에 한해 무관세를 허용하는 ‘미니멈 액세스’ 범위 안에서 미국 수입쌀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자국이 양보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이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한 5500억달러(약 759조원) 투자의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팬 인베스트먼트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으로 일본 정부 관련 금융기관이 출자 및 융자 그리고 융자보증을 하는 것을 축으로 반도체, 의약품, 철강, 조선, 주요 광물, 항공, 에너지, 자동차,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경제안보 분야 투자를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합작 사업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미-일 합의는 발효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등 세부 사항 협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관세보다 투자’라고 일관되게 미국에 주장하고 협의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를 포함한 제품들에 대해 양국이 최선을 다해 극한까지 마지막까지 협상을 진행했다”고도 말했다.
협상을 담당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8차례에 걸쳐 방미한 끝에 합의를 이끌어낸 뒤 엑스(X)에 “임무를 완료했다”는 글을 올렸다.
일본 재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야스나가 다쓰오 일본무역회 회장은 “기업 활동이나 투자 판단에서는 대외 정책의 안정성과 관세를 포함한 통상 조건의 전망이 분명해지는 게 첫번째 포인트”라며 “이번 협상에서 이 부분이 진전된 것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225지수는 23일 3.51% 상승 마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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