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가 해외 입양자료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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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아동 입양 체계가 민간 중심에서 국가 책임으로 개편되면서 그동안 입양기관, 아동복지시설, 지방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던 해외 입양기록물들의 관리 및 정보공개 업무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됐다.
회색 콘크리트 벽에 아직 군데군데 설비가 들어오지 않아 휑한 이곳은 친부모에 대한 정보와 산부인과 기록지, 어릴 적 입었던 배냇저고리 등 해외 입양인 20만명의 기록물이 모두 모일 임시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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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 영구기록관 설립 좌초

지난 19일 아동 입양 체계가 민간 중심에서 국가 책임으로 개편되면서 그동안 입양기관, 아동복지시설, 지방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던 해외 입양기록물들의 관리 및 정보공개 업무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됐다. 문제는 기록물을 모을 임시서고가 ‘기록관’으로서는 다소 의아한 냉동창고라는 점이다. 더구나 버스조차 드문 곳에 위치해 있어, 해외 입양인 중 장애인이 많은데 이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가본 경기도 고양시의 한 냉동창고 4층. 회색 콘크리트 벽에 아직 군데군데 설비가 들어오지 않아 휑한 이곳은 친부모에 대한 정보와 산부인과 기록지, 어릴 적 입었던 배냇저고리 등 해외 입양인 20만명의 기록물이 모두 모일 임시서고다. 서고 천장에는 가동되지도 않는 냉동장치가 매달려 있었고, 그 밑으로 철제 책장 수십개가 늘어서 있었다.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70년의 세월을 담은 해외 입양기록물 약 26만건이 도착할 예정이다.
2023년 7월 관련 법 제·개정이 이뤄진 뒤 시행까지 2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임시서고는 필요한 설비조차 제대로 갖춰놓지 못한 상태였다. 이 규모에는 항온·항습기 6대가 필요하지만 4대만 들여놓았고,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기록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스소화기가 필요한데 아직 하나도 마련되지 않았다. 한명애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사업본부장은 “전국 40여곳의 시설을 찾아가 직접 확인하고 조사했으나, 대부분의 시설들은 하중 기준 등 법정 서고 기준에 맞지 않았다”며 “연말까지 항온·항습기 2대를 더 설치하고, 공기살균기도 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장원은 애초 해외 입양기록물을 보관할 영구 기록관을 세우려고 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좌초됐다. 2023년 1억원을 들여 고양시 일산서구 부지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실시해 4년간 340억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기획재정부로부터 올해 임시서고 설비 설치 비용과 임차 예산 23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보장원은 내년에 다시 2억원의 예산을 받아 새 부지를 대상으로 타당성조사를 다시 실시한 뒤 2031년 영구 기록관 건립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임시서고로 쓰이는 냉동창고는 5년으로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입양인들은 기록물 이관과 보관을 우려한다. 임시서고를 접근성이 좋은 장소로 옮기고, 입양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달라고도 요구한다. 신서빈 입양기록 긴급행동 공동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950년대부터 최근에 해외로 보내진 사람까지 모든 기록물이 옮겨가는데 다양한 벌레와 곰팡이가 섞이는 문제에 대한 설비가 부족하다”며 “5년이면 임시치고는 긴 기간인데 관리에 대한 장기계획도 들은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임시서고 앞에서 만난 해외 입양인 김오묘(45)씨는 “너무 오랫동안 (국가가) 투명성이 부족했다. 항상 비밀이었고, 일방적인 입장만 전달했다”면서 입양인의 참여를 요구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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