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이냐"…물난리 속 장흥 물축제 강행
지역경제 활성화·소상공인 위한다는 명목
연예인 대거 초청 댄스 뮤직 페스티벌도
타 지자체 수해 복구 구슬땀 ‘대조적’
광산구는 비판 쇄도에 축제 잠정 보류

최근 400㎜ 이상의 극한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광주와 전남 곳곳에서 공무원과 주민들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물축제를 강행하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물난리 와중에 물축제를 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장흥군은 26일부터 8월 3일까지 제18회 정남진 장흥물축제를 열고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와 물싸움, 수중 줄다리기 등을 진행한다. 장흥군은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국내 정상급 연예인이 대거 출연하는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
26일 개막식에는 아이돌 그룹 피프티 피프티를 비롯해 다이나믹 듀오, 비와이, 김희재, 거니 등이 공연을 펼친다. 축제 개막 5일 차에는 박지현, 박혜신, 허찬미, 류지광, 신혜, 강민 등이 출연해 트롯트 향연을 갖는다.
31일 '장흥 록 페스티벌'에는 윤도현 밴드, 육중완 밴드, 노브레인, 크랙샷 등이 무대에 오른다.
8월 1일과 2일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파티가 펼쳐진다. 이틀 동안 오후 5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DJ 뮤즈, DJ 바비, 키노, DJ 우리, DJ One, DJ 춘자, DJ 김성수, DJ 바비앙, DJ 현아, 엑스러브(XLOV), DJ 미유, DJ 준코코, DJ One, DJ 수빈 등 국내 정상급 EDM DJ들이 총출동한다.
9일간 진행되는 올해 축제에는 3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흥 물축제는 ▲2022년 24억240만원 ▲2023년 26억7천480만원 ▲2024년 29억7천200만원 등 매년 관련 예산이 증가했다.
장흥군은 폭우로 직접 피해는 크지 않은데다, 오랫동안 준비한 행사 등을 고려해 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수해복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차승세 노무현시민학교장은 SNS에 "예정된 행사라 해도 취소나 연기한다고 지역경제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라며 "수해 복구가 일정 수준 이뤄질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전남거주 김모(50대)씨도 "오랫동안 준비해 온 행사이고, 장흥에 큰 물피해가 없어서 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전해들었다"면서 "하지만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자원봉사자들까지 나서 땡볕 아래서 피해복구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물축제를 한다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타 지자체들도 행사를 연기하고 있는 만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흥군은 지난 2023년 전국적인 수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축제를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장흥군과 축제추진위는 개최, 취소, 축소 등 여러가지 방향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지역민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축제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올해와 마찬가지로 축제 수익금을 수해복구 지원금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장흥군은 올해에도 물축제 수익금 전액을 수해 피해지역에 기부할 예정이다.
장흥군 관계자는 "최근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현재도 수해 복구가 한창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장흥물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행사로, 개막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취소나 연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대신 수익금 일부를 수해 지역에 기부할 계획을 전액 기부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함평군도 엑스포공원 물놀이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2025 함평 물놀이 페스타'를 지난 18일부터 개최하고 있다. 다음달 17일까지 이어질 물놀이 페스타에는 서바이벌 물총대전, 징검다리 챌린지 체험과 EDM 버블파티, K-POP 댄스파트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함평군 관계자는 "매년 운영하던 물놀이장 프로그램에 주말 프로그램을 일부 더한 운영 중심의 행사이기 때문에 개장식 등 공식 행사는 생략했다"며 "집중호우와 수해 상황을 고려해 축하공연과 행사 이벤트는 모두 취소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민과 가족 단위 이용객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막대한 수해를 입고도 물 축제를 강행하려던 광주 광산구는 결국 행사를 보류했다.
광산구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시민 피해가 지속됨에 따라 오는 26일 열기로 한 제2회 광산워터락 페스티벌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이날 물 축제를 공동 추진한 첨단상인회와 주민이 참석한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광산구는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가 한창인 상황에서 물 축제를 강행하려다 비판받았다.
/이서영·임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