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했던 캐릭터” 안효섭의 스크린 데뷔

정시우 객원기자 2025. 7. 2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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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개봉

- 인기 웹소설 원작의 블록버스터
- 전체 1500컷 중 1300컷이 CG
- 블루스크린 상상력 동원해 연기

- 최근 ‘케데헌’으로 글로벌 인기
- “선배 한석규가 조언한 것처럼
- 연기 얼마나 더 재밌을지 궁금”

도약. 안효섭을 만나러 가는 길에 떠오른 단어다. 드라마에서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인기 배우지만, 영화에서는 아직 보여준 게 없었던 안효섭은 올해 영어 더빙에 참여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발견’됐고, 300억 대작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타이틀 롤을 맡아 극장 관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평범함’에 끌려 택한 작품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주연을 맡은 배우 안효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2025년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높게’ 뛰어오른 안효섭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렘 반, 두려움 반”이라 표현했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 새로운 출발선에 선 안효섭에게서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지됐다.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넘게 연재된 판타지 웹소설을 끝까지 본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의 눈앞에 소설 속 세계가 그대로 재현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안효섭은 이 소설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김독자를 맡아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스크린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안효섭은 “저는 작품 고르는 기준이 뚜렷하다. 심장이 뛰고, ‘하고 싶다’는 게 느껴져야 한다”며 “김독자의 평범함에 끌렸다. 제가 지금까지 해 온 캐릭터는 뭔가 특별한 지점이 있었다. 김독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그런 지점이 없더라. 누구나 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오히려 끌렸다”고 답했다.

김독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 또한 출연에 영향을 미쳤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그는 다소 지쳐 있었다. “3, 4년간 쉼 없이 작품을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다. ‘내가 뭘 하고 있나’ ‘내가 원했던 연기자의 삶이 이런 건가’ 하던 차에 카페에서 대본을 읽는데, 특별하지 않은 이 인물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갔다. 휘둘리고, 흔들리는 모습이 꼭 당시의 저와 같았다”고 회상했다.

김독자를 연기하며 그가 가장 신경 쓴 점은 ‘보편성’이다. 실제로 원작에서의 김독자는 평범한 직장인에, 별로 튀지 않은 외모를 지닌 캐릭터다. 188㎝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어딜 가든 이목을 끄는 안효섭에겐 ‘평범한 남자’ 김독자를 표현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안효섭은 “아무런 맛도, 색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비치길 바랐다.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고,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했다. 외적인 부분은 분장팀과 의상팀이 만들어주셨다”고 전했다.

블록버스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한 장면.


전체 1500여 컷 중 약 1300컷이 CG 분량일 만큼 VFX 시각 효과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비중이 크다. 안효섭은 물론이고 모든 배우가 블루스크린 앞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연기해야 했다. “초반에 CG 촬영을 하다가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못 믿으면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반성하게 되더라. 그때부터는 이 세계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인기 작품을 영화화하는 건 득만큼 실도 많다. 원작 팬들의 관심을 확보하고 간다는 면에서 득이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기대치와도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실이다. 실제로 ‘전지적 독자 시점’ 예고편 공개 후, 원작 팬들 사이에서 원작과는 달라진 각색 부분에 대한 볼멘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아는 안효섭은 “원작을 아시는 분들에겐 아쉬운 점이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원작의 팬이었다가 실망한 작품들이 있어서, 그게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떻게 김독자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을지였다. 너무 많은 걸 섞으면 산으로 갈 것 같아 기준을 잡고 나만의 김독자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에서 김독자는 주인공 혼자만 살아남는 결말을 인정할 수 없어서, 모두가 함께 살아남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고자 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결국 운명을 대하는 태도와 선택에 관한 이야기인 셈인데, 김독자처럼 안효섭에게도 살아오면서 한 선택 중 바꾸고 싶은 것이 있을까. 안효섭은 고민 없이 “단 하나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선택에서 비롯된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속 좋은 선택만 했다고 좋은 건 아닌 것 같다”는 그는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선택은 유의미했다”고 부언하기도 했다.

▮아이돌 대신 선택한 배우의 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안효섭은 극중 ‘사자 보이즈’ 리더 ‘진우’역 더빙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간 안효섭은 이후 JYP 신인 개발팀의 연락을 받고, 한국에 돌아와 연습생 생활을 했다. 계획대로라면 배우 안효섭이 아닌, 아이돌 안효섭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었던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배우와 가수 둘 다 하려고 했다. 당시에 ‘연기돌’이 뜰 때였다. 가수의 인기로 연기도 하자는 게 당시 저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 분야들을 존중하게 됐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는 배우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퐁당퐁당 LOVE’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2’ ‘홍천기’ ‘사내맞선’ 등 작품을 거치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여러 번 흔들리기도 했다. “사실 초반엔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연기가 좋다고 연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신인이라 욕도 많이 먹었다. 제가 상상한 현장도 아니었다”고.

그런 그의 마음을 돌려세운 건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만난 한석규다. “하루는 한석규 선배님이 ‘효섭아, 연기 재밌지? 근데, 잘하면 더 재밌다?’고 하시더라. 그 말씀이 너무 와 닿았다. 연기를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젠 연기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다. 얼마나 재밌어질지도.”

초반 계획대로 아이돌은 되지 못했지만, 캐나다 이민 시절 익힌 언어와, JYP 연습생 시절을 통과하며 체득한 기술은 돌고 돌아 지금의 안효섭을 살찌우고 있다.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바로 그 결과물. 사자보이즈 리더 진우 역할의 영어 더빙을 맡아 호평받은 안효섭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인기에 대해 “말 그대로 얼떨떨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재밌어 보여 임한 작품이다. 얼마나 큰 프로젝트인지 잘 몰랐다. 그냥 ‘진우, 참 멋있다’ ‘대본 재밌네?’ 하면서 접근한 작품이어서 지금 굉장히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더빙에는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이날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원인은 스케줄. 그는 “(타이밍 문제로 한국어 더빙을 하지 못해) 아쉽다”며 진우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안효섭은 앞으로 10년에 대한 마음을 꺼냈다. “지금까진 기본기에 물을 주는 시간이었다면, 이젠 잘 해내는 시간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기본기를 잘 모르면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연기를 못 하는 것처럼, 기술과 감정이 100% 잘 맞물렸을 때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그때다. 앞으로 조금 더 자라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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