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 견제' 요구받나... 美-필리핀 협상에 힌트

조영빈 2025. 7.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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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필리핀 등 주변국들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합의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이들의 협상 내용을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노선' 동참을 확약해 관심을 모았다.

박원곤 교수는 "근래 미국은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을 주요 동맹으로 내세우는 반면 한국에 대한 언급은 줄이고 있다"며 "결국 이재명 정부를 향해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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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필리핀 "동맹, 인태 지역 어디든 적용"
韓에도 "中 견제 노선 명확히" 요구할 것
비관세 분야 더 내어주는 식의 차선책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 도착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핀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19%의 상호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일본·필리핀 등 주변국들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합의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이들의 협상 내용을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노선' 동참을 확약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 역시 필리핀처럼 미국과 동맹국인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도 '중국 압박에 힘을 싣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필리핀과의 무역합의가 타결됐다. 필리핀은 19%의 관세를 낼 것"이라며 관세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하지만 외교가의 시선은 오히려 협상 타결 직전 있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면담에 쏠렸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어디에든 적용된다"고 밝혔고, 마르코스 대통령도 "(양국 동맹이) 인도·태평양 전체에 대해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 '필리핀이 중국 견제에 동참한다'는 외교적 선언을 끼워 넣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필리핀 간 협상은 "한국의 가까운 미래"라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3일 "미국은 지금 협상 중인 동맹국들에 '우리의 동맹이 중국을 겨냥하는 것인지 묻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한미 간 협상에도 '중국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한미동맹이 중국 견제 역할을 함의하고 있다는 한국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우리 협상단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방비 인상 카드로 미국 설득할 것"

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 귀국한 뒤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방미 결과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후 한미 간 협상에서 미국이 이와 유사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에 대해 "국방비 인상 카드로 미 측 요구를 어느 정도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산 무기 구매, 국방비 인상안 카드 등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국방비 인상에 이미 '중국 견제'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미국을 설득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뒤따른다. 박원곤 교수는 "근래 미국은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을 주요 동맹으로 내세우는 반면 한국에 대한 언급은 줄이고 있다"며 "결국 이재명 정부를 향해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관세 협상을 도구 삼아 한미동맹의 방향성을 중국 견제로 옮기려 할 것이란 얘기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 자동차나 농산물 등 비관세 분야에서 미국 측 요구를 더 들어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게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도 "필리핀만큼 한국이 중국 견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국방비 인상 폭을 더 키워 미국을 설득할 순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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