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路)과 이슬(露) 사이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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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노숙자'의 '노'도 '길'을 뜻하는 한자어 路가 아니라 '이슬'을 뜻하는 한자어 露이다.
'길(路)과 하늘(天)'이 결합한 말이 아니라 '이슬(露)과 하늘(天)'이 결합한 말이 바로 '노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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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어 단어를 '어종', 즉 말의 종류에 따라 셋으로 나누면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나눌 수 있다.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한자어와 외래어도 한국어 단어의 일종인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의 절반 이상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한자어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좋으면 좋았지 결코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한자어를 익힐 때에는 여러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소리가 같은 둘 이상의 한자어가 특정한 맥락에서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그렇다. '노상강도, 노상 주차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노상'은 '길'을 뜻하는 한자어 路에 '위'를 뜻하는 한자어 '上'이 결합한 말이다.
그렇다면 '길가의 한데에 물건을 벌여 놓고 장사하는 곳'을 뜻하는 한자어 '노점'은 어떤 한자어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일까. '노상'과는 달리, '노점'은 '이슬'을 뜻하는 한자어 '露'에 '가게'를 뜻하는 한자어 '店'이 결합한 말이다. '노점'의 뜻을 감안하면 '노점'은 '길'을 뜻하는 한자어 路에 '가게'를 뜻하는 한자어 '店'이 결합하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노점'에서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점'의 '노'가 '길'을 뜻하는 한자어 路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노숙자'와 '노'도 '길'을 뜻하는 한자어 路일 수 있다는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노숙자'는 대체로 '길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숙자'의 '노'도 '길'을 뜻하는 한자어 路가 아니라 '이슬'을 뜻하는 한자어 露이다. '노천강당'의 '노천'도 마찬가지이다. '길(路)과 하늘(天)'이 결합한 말이 아니라 '이슬(露)과 하늘(天)'이 결합한 말이 바로 '노천'인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도 햇수로 15년이 다 되었다. 매년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를 고유어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다. 질문에 답하기가 괜히 부끄러운 나는 한결같이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를 일부러 쓸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무리하게 바꿀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라고 답하곤 한다. '노상'과 '노숙', 그리고 '노천'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한자어를 이루고 있는 개별 한자어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어쩌면 우리말을 더 '달곰하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규환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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