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전통 보존… 가치있는 코스 만들어야 [이지연의 클럽하우스]
북아일랜드의 '로열 카운티 다운'
美 제외 10여년간 세계 1위 랭크
코스 난이도 등 총 7개 기준 평가
모운산 배경 압도적 경관 돋보여
자연훼손 없도록 카트 이용 금지

로열 카운티 다운에 서면 분위기에 압도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풍스러운 클럽하우스의 위엄과 코스를 둘러싼 모운산의 풍광에 빠져든다. '너무 어렵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코스 난이도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66)은 지난 2024년 로열 카운티 다운에서 이 분위기에 압도됐다. 그는 "로리 매킬로이의 고향,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골프장 1위에 오른 골프 코스를 밟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감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100대 골프장 선정 작업이 대중화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였다. 1966년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가 미국 내 100대 난코스를 선정해 발표한 것이 시초가 됐다.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의 참여로 이뤄진 발표는 엄청난 화제와 함께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 100대 코스 선정 작업은 다변화됐다. 미국 내 베스트 골프 리조트, 100대 대중 골프장, 베스트 신 코스, 여성을 위한 베스트 코스,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골프 코스 증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배경이 됐다. 이 전 회장은 "미국 내 100대 골프장과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100대 골프장 중 40여 개가 조금 넘는 코스를 돌아봤다. 100대 골프장은 무엇이 다를까를 생각했는데,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살린 코스가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골프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코스의 명문성과 품질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논란의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초창기 코스 선정 작업은 난이도가 주가 됐다. 미국골프협회(USGA)의 코스레이팅에 기초해 골프 코스를 평가했다. 그런 점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가 선정에 참여하고 다양한 선정 기준이 마련된 건 100대 골프장 선정 작업의 대중화에 큰 계기가 됐다.
최근의 100대 골프장 선정 기준은 크게 7가지로 나뉜다. 골프장의 '전통성', 골퍼의 기량을 다양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샷의 가치', 코스가 어려우면서도 공정한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난이도', '코스 디자인의 다양성', 코스 경관의 '심미성', '코스 관리 상태', '도보 플레이 여부' 등이다. 이 전 회장은 "세계 100대 골프장에서 카트를 이용해 라운드를 하려면 의료진이 발행한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카트 이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자연의 훼손을 막고 걸어서 플레이하는 골프 본연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들었다"며 "플레이 시간을 단축하고 안전상의 이유로 카트를 권유하는 한국의 골프장 문화와는 너무 달랐다. 골프 본연의 가치를 살리고 전통을 자연스럽게 계승해 나가는 문화가 명문 골프장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리면 골프장의 가치는 치솟고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골프장을 짓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곳도 있다. 그러나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명문이 되는 건 아니다. 유명세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가치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몇몇 골프장은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린 게 의아한 곳이 있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마케팅으로 얻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나라에도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린 골프장들이 있다. 몇몇은 충분한 가치를 지녔지만 몇몇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과 마케팅으로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리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통과 가치를 유지하는 코스 개발이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지연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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