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엡스타인 리스트’에 흔들리는 트럼프

박영서 2025. 7. 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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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댐도 구멍 하나로 붕괴된다.

'엡스타인 리스트'는 트럼프 지지층에겐 '은폐된 진실'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과거 교류가 재조명되고,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보수 진영 내부에서 혼란과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가 '엡스타인 리스트'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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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견고한 댐도 구멍 하나로 붕괴된다. 지금 미국 보수 진영에 균열의 징후가 나타났다. 그 중심에 ‘엡스타인 리스트’가 있다.

문제의 ‘엡스타인 리스트’는 억만장자 금융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생전에 관리했다는 미성년자 성 접대 관련 인물들의 명단을 지칭한다. 그는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기소돼 수감 생활을 하다 2019년 8월 사망했다. 공식 발표는 자살이었지만, 이후 ‘타살설’과 ‘리스트 실재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음모론의 소재가 됐다.

팸 본디 법무장관의 한 마디가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2월 “지금 내 책상에 앉아 (리스트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지난 7일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는 본디 법무장관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돼 ‘은폐 의혹’을 자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 세력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부 핵심 지지자들은 “진상을 공개하라”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엡스타인 리스트’는 트럼프 지지층에겐 ‘은폐된 진실’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들은 이 명단이 진보 엘리트와 글로벌 권력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낼 증거라 믿었다. 그렇기에 명단을 공개하고 단죄하는 건 정의의 수순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과거 교류가 재조명되고,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보수 진영 내부에서 혼란과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외설적인 그림을 그린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어 CNN은 1993년 트럼프 대통령이 전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 플라자 호텔에서 재혼할 당시 엡스타인이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을 공개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더 이상 부인하거나 모른 척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나아가 논란의 중심에 서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지자들에겐 정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인물이 이제는 화살의 표적이 된 셈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엡스타인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돌연 오바마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그는 “갱단의 두목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라며 “그는 유죄이며, 이것은 반역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는 쿠데타를 주도했다”라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 때 자신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 측과 공모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유도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는 오바마 전 대통령 주도하에 조작한 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진 정치 공작이라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장면이 담긴 ‘가짜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공유했다.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가 ‘엡스타인 리스트’로 흔들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의 모호한 태도다. ‘은폐의 공범’이란 비판은 그의 정치적 신뢰 기반에 금을 내면서 그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권력은 외부보다 내부의 균열로 무너지는 법이다. 지금 트럼프가 마주한 그 틈이 트럼프를 집어삼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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