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대상 ‘입시학원’…교사 91% “영유 레벨테스트는 인권 침해”

'탑 영어유치원 000명 합격 영광'
'4세 고시 초시 합격 대비 여름 특강 모집'
내년 유치원 입학을 앞둔 22년생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의 홍보 문구입니다.
요즘 학부모 선호가 높은 일부 영어유치원은 시험을 통과해야 입학이 가능합니다. 흔히 '4세 고시'라 불리는 시험인데, IQ 테스트와 유사한 영재성 검사와 말하기, 작문 등 영어 시험을 함께 봅니다.
심지어 이 4세 고시를 대비시켜 주는 학원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다니는 학원인 셈입니다.
대치와 압구정에 지점을 둔 한 4세 고시 대비 학원은 3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입시 코스'까지 선보였습니다. 실제 시험과 유사한 환경에서 치르는 '모의고사 반'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영유아 대상 조기 영어교육 과열 현상이 아동 뇌 발달과 정서 형성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급기야 아동 보호를 위해서라도 '학원법'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영유아 대상 학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91% "영유 레벨테스트는 인권 침해"…87% "규제 찬성"
미취학 아이를 가장 많이 마주하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대부분은 영유아 시기 영어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오늘(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2주간 전국 영유아 기관 원장과 교사 1,7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응답자의 76.1%는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조기 영어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양육자가 영유아의 발달 단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학습을 지나치게 요구한다'(63.5%)는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영어 사교육 기관에서 영유아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이른바 '레벨 테스트'를 인권 침해라고 보는 응답자도 91.7%에 달했습니다.
영유아 영어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영유아 단계의 공교육 강화(65.6%)', '입시·경쟁 위주의 제도 개선(62.7%)', '영유아 교육에 대한 부모 교육 강화(57.6%)', '영유아 대상 학습 위주 학원 규제(50.7%)' 등을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영유아 대상 영어 학원의 규제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7.5%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영유아 대상 학원들의 과도한 선행 학습과 입학시험 등이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엄소용 연세대 의대 연구교수는 "영유아 조기 교육이 지나치게 학업 중심일 경우 이 시기 발달에 중요한 창의성,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레벨테스트 등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가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엄 교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인지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시기의 이른 학습 경험은 정말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학령기 학습 부진과 자존감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 가칭 '영유 금지법' 발의…'36개월 미만' 교과 과정·영어 교습 행위 금지
사걱세는 영어학원 유치부 등이 영유아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동 발달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며 규제를 촉구했습니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영유아 대상 학원의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영유 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36개월 미만 유아에 대해서는 '교과 과정 연계' 또는 '영어' 교습을 금지하고, 36개월 이상 미취학 아동은 하루 40분으로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강경숙 의원실과 사걱세가 지난 5월 서울과 경기 5개 지역의 유아 대상 반일제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교습 시간은 서울 5시간 24분, 경기 5개 지역은 5시간 8분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의 일평균 수업 시간(3시간 20분)보다 2시간 정도 길고, 중학교 1학년 일평균 수업 시간(4시간 57분)보다도 교습 시간이 길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다수 영어유치원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을 어긴 학원은 1년 이내 교습 정지나 등록 말소 등의 행정 처분을 받게 됩니다.
강 의원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한국의 사교육이 '너무 과도하다,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면서 "연령과 발달 단계 특성을 고려해 법률상 교습시간 제한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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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름 기자 (are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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