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숙인엔 소비쿠폰 ‘그림의 떡’?…“현행 방식으론 배제될 가능성”

박현정 기자 2025. 7.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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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고도 소외된 이주노동자들은 인권위에 진정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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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1인당 15만~45만원의 소비쿠폰 1차 지급이 한창인 가운데, 일정한 거처가 없이 생활하는 홈리스들은 이런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소비쿠폰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에서 신청 및 사용이 원칙으로 이는 노숙인도 마찬가지”라며 “거주불명자로 등록(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고 행정상 관리 주소를 임시로 부여)된 경우는 전국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에서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현행 방식으로는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이 자신이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부터 신청, 신청 뒤 사용까지 제약이 있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홈리스는 실제 사는 곳과 주민등록상 주소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소비쿠폰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휴대전화 사용이나 공인인증서, 신용·체크카드 활용이 어려운 특성이 있어 사실상 주민등록 주소지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를 방문해야 소비쿠폰 신청도 가능하다는 게 단체 쪽 설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그해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았다는 거리 노숙인은 조사 대상(58명)의 46.6%에 그쳤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사유는 ‘신청 방법을 몰라서’(40.9%)가 가장 많았다.

홍수경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홈리스들이 사는 곳으로 찾아가 소비쿠폰 신청을 받고 실거주 지역에서 현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쿠폰 지급 대상은 대한민국 거주 국민으로, 외국인의 경우 영주권자(F-5)·결혼이민자(F-6)·난민 인정자(F-2-4) 가운데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 등만 예외적으로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약 36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만 약 158만명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 상당수는 소비쿠폰 지급에서 배제된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이주민 41명은 이날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전국 140여개 이주인권단체가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주노동자 ㄱ씨는 “건강보험료는 한국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이 꼬박꼬박 납부했는데, (과거) 재난지원금은 받지 못했다”며 “이주민만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쏙 빼놓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도 “모든 이주민은 한국 정부가 정하는 소득세와 지방세, 간접세, 사회보험금 등을 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민생회복을 말하면서 (소비쿠폰 지급에서) 이주민을 제외한다면 그건 배제와 차별”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소비쿠폰 지급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지역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지역도 한둘이 아닌데,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하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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