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후 커피? 피하세요"…심장병 키우는 열대야 불면증 막으려면

정심교 기자 2025. 7. 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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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찜통 같은 무더위가 낮뿐 아니라 밤에도 이어지면서 밤잠을 설치는 이가 크게 늘었다. 이런 밤을 '열대야'라고 하는데, 열대야는 전날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열대야는 여름철 불면 증상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이는 낮 시간대 졸림뿐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열대야 속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묘책을 알아본다.
밤에 체온 떨어지지 않으면서 잠들기 어려워
사람의 체온은 하루 주기로 오르내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온이 오르기 시작해 저녁에 최고치에 달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체온이 내려가면서 잠이 들어야 하는데, 열대야가 발생하면 체온이 떨어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잠들기 어렵고, 잠을 유지하기도 힘든 불면증이 발생하기 쉽다.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는 "특히 고온다습하면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연중 가장 긴 여름철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생체리듬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을 깊이 잘 수 있는 적당한 온도는 18~20도인데, 열대야로 밤이 되어도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체온조절 중추가 각성상태가 돼 쉽게 잠이 들지 못해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열대야 불면증’은 원인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열 조절 장애'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열대야가 이어지는 동안, 주변 온도가 높으면 몸이 열을 발산하기 어려워 체온이 상승한다"면서 "열 조절 능력이 방해받으면 신체가 잠드는 능력에 영향을 미쳐 잦은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멜라토닌 억제'다.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신체가 '어둠'과 '온도 저하'를 감지할 때 만들어진다. 하지만 열대야처럼 어두워도 주변 온도가 높으면 멜라토닌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수면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셋째, '수면의 질과 지속 시간 감소'다. 밤에 주변 온도가 오르면 '수면 지속 시간'이 짧아지고 '수면 시작점'이 늦어지는 경향의 연구들이 보고된다. 이는 다음날 낮 동안의 졸림, 인지 기능 저하, 전반적인 웰빙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열대야 불면증, 폐암·치매·섬망 발생률↑
열대야로 인해 수면 부족 상태가 쌓이면 낮 신체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진다. 피로감·불쾌감이 커지고 주의력·집중력은 떨어진다. 학업·업무 시 오류·사고가 늘고 과잉행동·충동성·공격성 같은 행동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인지·지각·학습·언어·주의력 기능이 떨어지고 심혈관질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또 자살 충동 등을 높여 정신 건강을 위협하며, 암 발생률도 증가한다. 코호트 연구 8개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불면증을 앓은 적 있는 사람에서 암 발생 위험이 24% 늘었다. 또 다른 메타 분석에선 불면증이 폐암 발생률을 11% 늘렸고 신경퇴행성질환, 알츠하이머병, 섬망 등과의 관련성도 확인됐다.

이런 열대야로 인한 수면장애는 노년층에 더 취약하다. 노년기엔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밤잠을 설치는 수면 구조로 이미 바뀌어서다. 유·소아(6~12세)에게 열대야 불면증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발달 지연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면역력 저하로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 학습력·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같은 호흡기질환 환자는 열대야 속 습도가 높아지면 호흡곤란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심혈관 질환자는 열대야 속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혈압 변동성이 증가하고, 수면 중 혈류량이 변화할 때 심부전·부정맥 발생 위험도 커진다. 갱년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체온 조절 장애와 수면 각성 주기가 불안정하기 쉬운데, 밤에 땀이 나는(야간 발한) 증상이 열대야와 겹치면 수면 박탈이 가속할 수 있다.
술·담배·커피·콜라·녹차·담배는 멀리
여름철 열대야 불면증을 예방하려면 생체 시계가 일정한 수면 시간을 인식하도록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낮에 운동 등 신체 활동으로 수면 유도 물질(아데노신 등)이 뇌에 충분히 쌓이면 밤에 더 쉽게 잠들 수 있다. 특히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은 생체리듬을 안정시키고 불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된다.

술·담배·커피·콜라·녹차·담배는 멀리해야 한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12~14시간 지속되므로 카페인에 예민하다면 주의해야 한다. 김선영 교수는 "커피 카페인은 체내 12시간 정도 머무르므로 오후보다 '오전 10시 반 이전'에 한 잔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수면 유도 효과를 갖고 있지만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산물은 수면유지에 문제를 일으켜 이른 새벽 각성을 유발한다. 담배의 니코틴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도파민 활성도를 높여 각성을 유발하므로 피해야 한다.

수면은 각성 리듬의 유지를 위해서는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하기보다는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낮잠은 자제하거나 가능한 한 짧게 잔다. 덥다고 식사를 거르면 저녁에 배가 고파 잠을 방해할 수 있으니, 되도록 저녁 식사를 거르지 않고 가볍게 먹는다. 배가 고파 잠이 안 올 때는 우유를 한잔 마시는 것도 도움 된다. 우유에 뇌를 진정해주는 세로토닌이 들어 있어서다.

잠을 준비하는 동안 두뇌 활동은 줄여야 한다. 뇌가 잠을 자기 위해서다. 취침 전에 자극적인 TV 프로그램, 스마트폰을 본다면 뇌는 한창 활동하는 셈이다. 가벼운 운동은 숙면에 도움 된다. 체온을 식히는 효과를 얻으려면 초저녁에 30분 정도 가벼운 조깅이나 빠르게 걷기, 산책이 좋다. 잠자기 2시간 전에는 되도록 피하되 잠들기 전에는 스트레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침실 환경은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고, 잠들기 전의 일정한 행동 패턴(양치질, 가벼운 스트레칭, 미지근한 물 샤워) 등-은 수면을 도와주는 좋은 습관이며, 잠들기 전 명상이나 독서 등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도 도움 된다. 실내 온도는 되도록 25~28도, 습도는 50~60%로 유지한다. 에어컨은 1시간 이상 가동하지 않는 것이 좋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분다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흐르게 하는 게 숙면에 유리하다.

이런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열대야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수면 보조제를 고려할 수 있다. 신현영 교수는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저녁 어두워지면 분비를 시작해 새벽 2~4시 최고 농도에 도달해 생체리듬 조절한다"며 "멜라토닌 제제를 먹으면 환경 변화에 따르는 일시적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 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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