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선녀'를 '견우와 봉수'로 만든 추영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대 청춘 스타(배우)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잘생긴 얼굴과 흐름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 하지만 추영우는 '견우와 선녀'에서 이 관성을 가뿐히 깨트린다. 무난히 잘하는 편이 아니라, 신과 캐릭터를 확실히 압도하는 연기를 한다.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기량의 격차, 한 신 안에서도 감정의 밀도를 자유롭게 조율하는 완급의 리듬, 외형과 연기 사이 균형의 정점. 추영우라는 이름에 대세라는 단어가 따라붙는 건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tvN 월화 드라마 '견우와 선녀에서 추영우는 두 개의 영혼을 연기한다. 하나는 온갖 불운을 짊어진 소년 배견우, 다른 하나는 그의 몸을 빌려 살아가는 악귀 봉수다. 그가 보여주는 1인 2역은 단순히 외양이나 말투를 바꾸는 연기의 차원을 넘어선다. 두 인물은 생과 사, 절제와 폭주, 체념과 욕망 사이를 오가며 복잡한 감정을 뒤섞고, 추영우는 이 경계선을 눈빛과 호흡만으로 가른다.
견우가 보여주는 냉소와 경계심, 봉수가 드러내는 질투와 결핍은 각기 다른 방식의 슬픔을 품고 있다. 추영우는 이 복합적인 감정들을 단 한 신 안에서 직조하듯 엮는다. 한순간 미소 짓다가도, 곧장 눈빛에 어둠이 드리우는 식이다. 그 감정의 결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단지 연기를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장면을 이끌고 있는 연기의 힘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운한 삶을 살아온 견우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벽을 두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를 비추는 박성아(조이현)의 사랑과 다정함은 그를 변화시킨다. 추영우는 견우의 차가운 외면과 내면의 따뜻한 갈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겉은 차갑지만 속은 여린, 불행하지만 사랑받고 싶은 복합적인 정서를 담백하게 끌고 간다.
반면 봉수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전쟁 중 죽은 학도병의 원혼인 봉수는, 죽음 이후에도 미련과 결핍을 품은 채 살아 있는 청춘을 탐한다. 그는 견우의 몸을 빌려 저돌적으로 날뛰고, 때론 철없이 들뜬 아이처럼 인간의 삶을 흥청망청 즐긴다. 살고 싶었던 삶을 견우의 몸으로 대신 살아보는 이 인물은 때때로 애처롭기까지 하다. 추영우는 봉수의 천진한 기쁨부터 광기 어린 절규를 단숨에 밀어붙이되 인물의 핵심 감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확히 조절한다. 악귀조차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감정의 설계다.
더욱 인상적인 지점은 봉수라는 인물이 지닌 불온한 정서조차 시청자에게 기이한 애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설정의 힘이라기보다, 그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든 추영우의 공이다. 악귀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 그리움, 애착, 욕망 등의 감정의 궤도, 그 모든 것이 추영우의 몸 안에서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팽팽한 연기 밀도를 완성해 낸다.

JTBC '옥씨부인전'(2024~2025)에서의 1인 2역 경험은 '견우와 선녀'의 연기 분화에 있어 단단한 자산이 된 듯 보인다. 당시에도 그는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이름을 버린 천승휘와, 소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성윤겸이라는 상반된 인물을 동시에 연기했다. 두 인물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 연기력은 단순한 외적 차별화가 아닌 감정의 동공에서 비롯됐다.
'견우와 선녀'의 견우와 봉수 역시 그렇다. 눈빛이 먼저 달라지고 다음이 말투다. 그는 인물의 감정을 체화하는 방식으로 서사의 이입을 끌어낸다. 때문에 교복을 입고 소년의 눈망울을 지닌 견우로 있다가도, 돌직구 고백을 날리는 봉수로 돌변할 때 그 전환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추영우의 피지컬은 확실한 설렘 포인트다. 186cm의 큰 키,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체격. 그는 외모만으로도 청춘 드라마의 프레임을 통과할 수 있는 배우다. 그러나 진짜 매력은 그 외모가 아닌 내면의 울림이다. 단정하고 곧은 인상 아래 변화하고 싶어 하는 소년의 불안함과 설렘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올해만 벌써 '중증외상센터', '옥씨부인전', '광장', 그리고 '견우와 선녀'까지 연이어 주연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추영우는, 주어진 기회에 기대기보다 기회의 사다리를 스스로 만들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단단한 준비성과 점점 진일보하는 연기력,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 그 자체로 설득하는 힘. 만약 '잘생긴 청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20대 배우를 기다려왔다면, 그 이름은 아마도 추영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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