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계엄 당일 서울경찰청장에 포고령 따라야 한다고 한 적 없다”

최현석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현 중앙경찰학교장)이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은 효력이 있으니 따라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김 전 청장이 검찰 조사에서 “최 전 차장 등 서울경찰청 간부들의 검토 결과 ‘포고령에 따라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고 진술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 전 청장,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지휘부의 내란 혐의 재판을 열었다. 조 청장이 불출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당일 국회 봉쇄 조치와 관련된 경찰 간부와 실무자들의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오전 재판에는 최 전 차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서울경찰청 상황지휘센터에서 김 전 청장과 주진우 당시 경비부장, 오부명 전 공공안전차장 등과 동석한 인물이다.
◇”포고령 따라야 한다고 한 적 없어...김 전 청장, 압박 느낀 듯 보였다"
최 전 차장은 상황지휘센터에서 포고령의 위헌·위법 소지를 논의할 때 ‘긴급 시에는 계엄 포고령의 법률적 효력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주 전 경비부장은 앞서 법정에서 “계엄 포고령 1호의 정치활동에 대해 금지한다는 것을 두고 개인 의견들로 논란이 있었다”며 “최 차장이 나타나 ‘긴급 시에는 포고령은 법률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 전 차장은 이에 대해 “누군가 갑자기 효력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맥락을 몰라서 ‘계엄’의 효력에 대해 대체적으로만 말씀드렸다”며 “포고령이 아니라 계엄에 대해서만 일반적으로 효력이 있을 것 같다고 한 것이고,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에는 포고령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계엄 이후 지금까지도 매일 되뇌이고 있다. ‘내가 그런 말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최 전 차장은 당시 김 전 청장이 국회 봉쇄·차단 조치와 관련해 “압박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렷하게 기억나는 게, 청장님이 책상에 엎드려 고민하는 모습이었고 목소리도 갈라져나왔다”고 했다. 그는 김 전 청장이 급하게 결정하려는 모습을 보고 귓속말로 ‘논란이 될 사안이니 혼자 결정하지 말고 본청(경찰청)과 같이 협의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차장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전문가로서 비상계엄이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위헌·위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검사 질문에 “지금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원식 월담’ 촬영한 경호 담당자 “역사적으로 남겨야겠다 생각”
오후에는 김성록 국회경비대 의장경호과장(경감)이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경호 담당자로, 계엄 선포 당일 밤 10시 58분쯤 우 의장이 국회 담장을 넘는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한 인물이다. 김 경감은 “놀라기도 했고 역사적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사진을)찍었다”고 했다.
김 경감은 그날 저녁 TV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보고, 우 의장이 국회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먼저 수행비서실에 연락했다고 한다. 우 의장과 함께 평소 출입하는 국회 3문으로 갔으나 이미 경찰 차벽으로 막힌 것을 보고 4문 쪽으로 이동하다가,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철문을 발견해 월담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광주에서 고교를 나와 5·18이나 계엄에 대해 많이 들었다”며 “비상계엄 하에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는 상황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만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면 의장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묻는 검사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다만 국회 안으로 안전히 모시고 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이날 내란 특검에서 공소 유지를 맡은 이윤재 특검보가 “경찰은 당시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했는데, 경찰 신분인 증인은 왜 의장을 보호했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김 경감은 이에 “경호 임무는 경호대상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혹시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그런 고민을 없애기 위해 전화를 받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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