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우의 정치眼] 보수정당의 자기 부정, 포퓰리즘

국민의힘이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앞둔 가운데 유명 한국사 강사의 입당이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이들이 들어오면서 국민의힘의 극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타당하지만 극우라는 논쟁적 개념으로 이 정당의 지향을 성급히 단정하기에 앞서, 국민의힘이 지속적으로 포퓰리즘적 정치 행태를 반복해 왔다는 점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포퓰리즘은 흔히 진보 정당의 이른바 퍼주기식 정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해되며 그러한 정책을 비판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이 인식 탓에 보수 진영은 자신들이 포퓰리즘의 위험과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포퓰리즘을 단지 국가 재정을 동원해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행위로 단순화하는 것은 본래 의미를 과도하게 축소한 해석이다.
포퓰리즘(populism)은 라틴어 포퓰루스(populus, 대중)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부패한 정치인에 맞서 대중의 의지가 통치에 직접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순수한 국민과 부패한 정치 엘리트라는 이분법에 기반하여, 다수 대중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대중주의 또는 대중영합주의로 이해된다. 겉보기에는 민(民)에 의한 통치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유사해 보이지만, 기성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부정적 뉘앙스로 인해 포퓰리즘을 자처하는 정치세력은 거의 없다. 그러나 카리스마적 리더가 등장해 복잡한 정치·사회 문제를 단순화하고 이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선동하는 정치가 확산될 때, 포퓰리즘 정치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정당과 의회를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하고 제도화된 정치과정을 우회하거나 노골적으로 경시하며, 나아가 기존 정치 문법과 정치 엘리트의 화법도 거부한다.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포퓰리즘과 무관한가. 거대 보수정당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적 인지도와 인기를 이유로 방송계, 법조계 등에서 외부 인사를 반복적으로 영입해 왔다. 그러나 시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들이 정당과 의회를 통해 공적 의사를 형성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이들이 이해하고, 그 절차와 제도를 존중할 의지와 역량을 갖추었는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중 한 경우인 윤 전 대통령은 선거 승리 이후 정당정치와 의회정치에 대한 불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정치를 부정하고 대중의 불만에 기대어 즉흥적인 통치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심지어 권위주의로의 회귀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후폭풍이 여전한 국민의힘이지만 오랜 시간 우리나라의 거대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해 온 정당의 정체성을 다시금 기억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만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앞세우는 이들의 힘을 빌려 당 쇄신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은 이념적 자기 부정에 가깝다.
국민의 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장기화된 포퓰리즘의 고리를 끊어낼 힘을 마련해야 한다. 쉽게 고쳐지지 않을 보수정당의 대중영합적 정치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지닌 정치적 분별력과 경륜 있는 보수 정치인이 누구인지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