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트럼프는 왜 공영방송 NPR과 PBS를 정조준했나

백윤미 기자 2025. 7.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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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언론 지형 개편 시동
진보 언론 약세, 우파 대안 급부상
‘언론 생태계 양극화’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이 공영방송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전면 삭감하면서 미국 전역의 농촌 지역 라디오·TV 방송국 수백 곳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의회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예산 절감 차원을 넘어 미 언론의 진보 성향 편향 보도 논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 약화, 그리고 뉴스 소비 지형의 급변이라는 복합적 배경 속에서 이뤄졌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NPR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NPR과 PBS 등 공영매체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좌편향된 보도’를 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으며 내부에서도 이를 문제 삼는 폭로와 사임이 이어졌다. 여기에 CNN 등 주류 진보 매체의 시청률 급락과 함께 뉴스맥스 등 보수 성향 채널이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 변화도 맞물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공영방송 구조를 흔드는 정면 승부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산 전액 삭감… 최소 100개 방송국 문 닫을 위기

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공공방송공사(CPB)에 배정된 연방 예산 11억 달러를 전액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이번 조치는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앞두고 있다. 공영방송 지원을 받던 방송국들은 오는 9월까지 기존 회계연도 예산으로 운영을 이어가지만, 이후에는 예산 공백을 메울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비영리 방송국 지원기관 퍼블릭미디어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인해 최소 78개 라디오 방송국과 37개 TV 방송국이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여러 채널을 운영하며 넓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실제 영향을 받는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특히 알래스카,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메인주 등은 방송국 폐쇄 시 대체 정보 채널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민주주의 기반인 지역 뉴스 접근성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기자로 위장한 민주당 기관”… 트럼프, 공영방송 저격

트럼프 대통령은 NPR과 PBS가 “기자로 위장한 민주당의 기관”이라며 납세자의 세금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도 “NPR과 PBS는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 이번 삭감이 정치적 성향과 무관한 공정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은 수십 년 전부터 NPR과 PBS의 진보 편향 보도를 문제 삼아왔으며, 이번에는 공화당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삭감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시시피·켄터키·사우스다코타 등 방송국 연방 의존도가 높은 지역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메인주와 알래스카처럼 지역 공영방송 의존도가 특히 높은 곳에서는 리사 머코스키, 수전 콜린스 등 일부 공화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전국 단위 조직이 아닌 지역 밀착형 공영방송 기능까지 위협하는 이번 조치에 선을 그은 셈이다.

◇내부 고발에 편향 논란도... 진보 언론 시청률 급감

공영방송계 내부에서는 이미 상당한 균열이 드러났다. 지난해 4월 NPR의 수석 비즈니스 편집자였던 우리 베를리너는 진보적 편향을 내부 고발하며 사임했다. 그는 NPR이 러시아게이트, 헌터 바이든 노트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 등 민감한 이슈에서 보수적 관점을 철저히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NPR은 더 이상 중립적 보도기관이 아닌 해안 도시의 진보적 고학력 엘리트층만을 위한 부티크 미디어가 됐다”고 주장했다.

NPR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보도를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청취자 기반은 진보 성향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NPR뿐 아니라 CNN, MSNBC 등 전통적인 진보 성향 언론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특히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임기 종료 이후인 2021년 1월부터 황금시간대 시청률이 약 36% 감소했고, 광고 핵심 타깃인 25∼54세 시청자층에서는 약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점에서는 시청률이 일시적으로 80∼90%까지 급락한 사례도 있었다.

2022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전미소총협회(NRA) 연례 대회에 설치된 뉴스맥스 부스에서 방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수 미디어 부상... 지역방송 “유권자들이 기억하길”

반면 보수 진영의 뉴스 소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트럼프 친화적인 미디어 채널로 알려진 뉴스맥스(Newsmax)는 올해 뉴욕증시에 상장해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보였다. 상장 첫날인 지난 3월 31일 주가가 700%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이 300억 달러에 육박했고, 일시적으로 전통 언론 섹터 1위인 폭스뉴스의 모회사 폭스 코퍼레이션(약 234억 달러)을 뛰어넘기도 했다. 이는 시장에서 보수 성향 뉴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스맥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이나 보수 성향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럼블’과 함께 보수 성향 플랫폼 재편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 없이 자생하는 미디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영방송 예산을 전면 삭감한 배경에는 이 같은 미디어 지형 변화와 민심 재편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방송국들은 기부금과 민간 재단 협력으로 최대한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선에서는 벌써부터 해고와 편성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알래스카·뉴멕시코·콜로라도 등에서는 운영 인력이 2~3명에 불과한 소규모 방송국들이 운영 중이며, 일부는 송신기 전력 요금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공영방송업계는 이번 조치가 언론의 독립성뿐 아니라 공적 정보 접근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안이 2026년 중간선거에 유권자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PBS 소속 지역방송국인 PBS 리노 방송국의 커트 미셰 최고경영자(CEO)는 “공영방송의 사명과 가치가 흔들리는 현재를 유권자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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