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집으로 갈 수 있을지···” 수해에 이어 폭염에 시달리는 주민들
연일 폭염에 충남서 ‘온열질환자’ 8명 발생
이재민 50여명 아직도 대피소 생활 전전

23일 오전 찾은 충남 예산군 삽교읍행정복지센터 앞에는 주택과 농작물 등 수해피해를 접수하러 온 주민들로 길게 줄이 이어졌다.
행정복지센터 업무를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도록 피해접수 줄이 줄어들지 않자 센터는 결국 ‘주택침수’와 ‘농작물’로 피해 접수업무를 분담했다.
접수대로 이동한 주민들은 농기계별 피해 지원금액 등이 적혀있는 ‘2024년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현황표’를 일일이 살펴보며 ‘침수피해 농기계 신고서’와 ‘자연재난 피해신고서’를 써내려갔다.
삽교읍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지난 17일부터 접수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주택침수는 1000여 건, 농작물 피해는 수백 건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접수가 몰리고 있는 탓에 정확한 집계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민 김모씨(60대)는 “폭우가 나흘간 이어지면서 블루베리 50주와 호두나무 90주, 체리나무 10주 등 모든 작물이 물에 잠겨 한 해 농사를 망쳤다”며 “이제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집 청소를 하고 있다. 동생은 탈진증세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 속에서도 수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민들은 열탈진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는 등 충남에서는 온열질환 추정 환자의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집계된 온열질환 추정환자는 8명이다.
수해복구 작업 도중 폭염에 주민들 쓰러져
전날 오전 11시46분쯤 예산군 삽교읍의 한 주택가에서는 수해복구 작업 중이던 70대 A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누워 있는 A씨에게 열탈진 증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행정복지센터는 수해피해를 접수하러 온 주민들로 북적였지만 덕산복합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충남권역 호우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는 이날 비교적 한가했다. 통합지원센터는 전날 문을 열었다.
주민들이 통합지원센터 대신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유는 수해피해 주민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혼자 이동하는 게 어려운 주민들은 굳이 먼 통합지원센터보다 자택 인근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센터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행정안전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각 정부기관과 충남도와 공주·천안·서산·아산·당진·청양·태안·홍성·예산·부여 등 충남 10개 기초단체 재난 관계자 등이 피해 접수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통합지원센터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많이 퍼지질 않아 찾아오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며 “통합센터는 약 한 달간 운영될 예정으로, 추후 방문객 규모에 따라 센터 운영을 축소할 지 확대할 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피소가 마련돼 있는 삽교중학교에는 이재민 50여명이 대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부 이재민들은 대피소에 마련된 TV를 보며 수해 피해상황을 확인했다. 대피소 한 켠에는 의료진들이 이재민의 혈압 등을 체크하며 건강을 살폈다.
예산군 관계자는 “이틀 전부터 빗물이 슬슬 빠지기 시작해 이분들이 낮에는 집을 보수하러 가신다”며 “밤에는 다시 대피소로 모여 식사를 하거나 숙면을 취하는 등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덕면 주민 김모씨(80대)는 “내가 나이가 많아 집을 복구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하루종일 대피소에 있다”며 “아들이 혼자 집을 청소하고 수리하고 있는데, 언제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예상을 못하겠다. 집이 많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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