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국에 쌀시장 개방…한·미 협상 최대 변수 되나
상호관세 25%→15%, 자동차 관세도 절반 낮춰
일본, 5500억불 투자안 제시…이익 90% 美 몫
쌀 등 농산물시장도 개방…TRQ 물량 확대 유력
한국, 쌀·쇠고기 협상서 제외 방침
25일 미국서 ‘2+2 통상협의’…미·일 협상 결과 변수로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국에 부과된 상호관세를 낮추는 대신 쌀시장을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 반발을 의식해 시장 개방에 미온적이었으나 협상 기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이같은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정부는 쇠고기·쌀 등 민감품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본 협상 결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방금 일본과의 대규모 거래를 완료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라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8조원)를 투자하고 미국 측이 이익의 90%를 가져가는 데 합의했다.
특히 자국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특정 농산물을 포함한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성과를 홍보했다.
일본이 쌀시장 등을 개방한 데 따라 8월1일부터 부과받게 될 상호관세율은 15%다. 4월2일 발표된 일본의 관세율은 24%였으나, 이달초 미국이 각국에 보낸 관세 서한에서 공개된 최종 관세율은 25%였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자동차에 부과됐던 25%의 품목관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NHK’는 23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일 양국이 자동차 관세를 12.5%로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존 관세(2.5%)를 더해 최종적인 자동차 관세는 15%가 적용될 전망이다.
일본의 쌀시장 개방은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쿼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 대통령 직속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올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쌀 수출 확대 전략으로 ‘일본의 TRQ 수입 확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일본은 77만t의 쌀을 TRQ를 통해 수입하는데, 미국에 대해 특별 쿼터를 신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일본이 자국 농산물시장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한·미 협상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22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안건에 대해 부처간 조율을 마쳤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농림축산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쌀·쇠고기 등 농업계 반대가 극심한 민감 품목의 시장 개방문제는 미국과의 협상 때 제시하지 않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입량을 확대하는 등의 대안과 함께 조선·자동차·배터리·반도체·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와 구매방안을 제시해 설득에 나설 구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통상협의’를 열어 이같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이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쌀 등 농산물시장 개방을 통해 협상 결과를 이끌어낸 만큼 한국과 미국의 협상에도 큰 변수가 생겼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일본의 쌀시장 개방 시기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며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조급하게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나친 양보안을 섣부르게 제시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무역 협상에서 우리가 최대한 양보안을 제시하고 상대방에게 선처를 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온라인플랫폼법’ 등 디지털분야와 함께 미국 측 시나리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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