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자동차·쌀 수입 늘리고 관세 25→15% 낮췄다
일본車 27.5% →15% 깜짝 합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50% 유지"
"日, 알래스카서 LNG 합작투자"

미국과 일본이 정부 간 무역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와 대규모 투자 등 내용을 포함한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 쌀·자동차 수입을 늘리는 조건으로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대폭 조정했다. 일본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25%의 절반 수준인 15%로 낮췄다. 미국과 일본의 협상 타결은 아직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일 일본 NHK 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은 이날 합의에서 쌀과 자동차에 대한 무역 개방, 5,500억 달러(약 76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은 일본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이달 초 통보한 25%에서 10%포인트(p) 낮춘 15%만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일본에 상호관세는 24%를 통보했지만, 이달 초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며 1%p 올린 25%를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관세 협상의 쟁점이었던 쌀과 관련, 기존에 협상을 타결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대미 관세를 낮추지 않고 미국 쌀의 수입량을 늘리는 선에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외국 쌀 최소 의무 수입량을 뜻하는 '미니멈 액세스(minimum access)' 규정을 유지하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이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합의에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절 들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일본은 연간 77만 톤의 쌀을 무관세로 의무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34만여 톤을 수입하고 있는데 점차 비중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주식용이 되는 중립종 쌀 수입을 늘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같은 자포니카 품종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쌀의 길이가 짧은 단립종 쌀을 주로 재배하지만 미국산 쌀은 이보다 긴 중립종이 많다.
자동차 세율은 절반으로 낮춰
일본 대미 무역 흑자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관세와 관련해서는 지난 4월부터 추가 부과된 25%의 세율의 절반인 12.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기존 세율인 2.5%를 더해 최종 15%로 결정됐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기우치 다카히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상호관세 25%의 경우에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0.85%p 낮아지는 반면, 15%의 경우엔 0.55%p 하락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일본과 합의를 끝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일본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를 완료했다"면서 "일본은 제 지시에 따라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이) 그 수익의 90%를 가져간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 및 특정 농산물, 기타 품목을 포함한 교역을 개방할 것이라는 사실"이라며 "일본은 미국에 15%의 상호관세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 알루미늄 50% 유지...대미 투자도 약속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부과하는 품목 관세 50%는 유지된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달 4일엔 이를 50%로 인상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미국을 상대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해 왔지만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알래스카에서 미국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을 위한 합작 사업 등도 약속했다. 다만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미국산 자동차를 얼마나 수입할 것인지 등 자동차 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구체적 내용이 보도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 직후 이시바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을 만나 "2월부터 국익을 걸고 전력으로 협상해 왔다"며 "일본과 미국이 힘을 합쳐 고용을 창출하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통해 세계에서 여러 역할을 다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킬 것은 지킨 다음에 미일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추진했고, 그런 합의가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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