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물바다 된 전남대 앞···콘크리트 걷어내고 ‘광주 청계천’으로
광주 총 15개 복개도로 상당수 침수 위험
자연스런 물길 막고 '배수 능력' 약화 원인
폭염 저감 효과 커…단계적 복원 한목소리

이른바 '100년 빈도'의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17일. 광주 도심 곳곳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 순간 시민들이 마주한 건 평소에 감춰져 있던 '물길'이었다. 북구청에서 전남대 정문으로, 다시 신안교 일대로 도로를 따라 물이 쏟아져 내려갔다. 이 길은 복개하천 위 도로였다.
도시화 과정에서 물길을 덮어 차도를 만들었던 곳들은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침수 피해의 현장이 되는 모습이다. 이번 폭우에서 침수 피해가 컸던 북구 전남대·신안교 일대, 남구 백운광장 일대는 각각 서방천과 극락천이 있던 자리다.
극한 폭우가 일상화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짐에 따라 복개도로를 생태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더군다나 폭염 또한 일상회되는 시대에서 하천은 도심의 열을 크게 낮추는 효과도 있다. 도로를 뜯어내 물길을 되살리는 일이 재난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제로 떠올랐다.

◆감춰진 물길, 드러난 침수 위험
광주는 예부터 물이 많은 도시였다. '물이 많은 들판'이라는 의미의 옛 지명(물들)에서 무등(無等)이 나왔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무등산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광주천을 중심으로 동계천, 극락천, 용봉천 등 수많은 지류가 얽히고설켜 도심을 가로지르다 영산강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산업화 기간 급속하게 도시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 물길들은 하나둘 복개돼 도로와 주거지로 전환됐다.
1970년대 양동시장을 중심으로 복개를 시작해 경양지천(1987년), 동계천(1991년), 서방천(1992년), 극락천(1994년) 등 15개 지류하천이 복개됐다. 특히 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광주천은 8개 지류 하천이 있는데 이 중 증심사천만 제외하고 나머지 물길은 복개된 상태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복개하천은 총 15곳이다. 하천연장은 약 6만941m, 복개연장은 4만1천816m다. 구체적으로 ▲동구 동계천 동계지천 소태천 ▲서구 광주천(양동) 마륵천 서창천 ▲남구 극락천 ▲북구 광주천(유동) 학림천 진원천 장등천 서방천 용봉천 두암천 오치천 ▲광산구 선암천이다. 이 중 동계천, 동계지천, 극락천, 용봉천, 두암천, 오치천, 서방천 등 7곳은 전 구간 복개되면서 폐천 조치됐다.
문제는 이러한 복개하천 구간이 폭우 때마다 반복적으로 침수된다는 점이다. 광주시와 자치구가 관리하는 침수위험구역(34개소) 또한 복개 하천에 집중돼 있었다.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하천을 덮어 도로나 건물로 사용하면 물길이 좁아지고 병목현상으로 인해 배수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 또한 "광주 침수 피해가 컸던 신안교 일대는 용봉천과 서방천 물길이 한곳으로 모이는데 광주천 수위까지 상승하게 되면 배수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구조적 병목지대"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7일 기상 관측 이래 최대인 하루 400㎜가 넘는 강우가 쏟아졌을 때 심한 침수 피해 지역 상당수가 복개하천 부근이었다.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신안교는 용봉천과 서방천이 만나 광주천으로 합류하는 지점이다. 서방천 복개 구간인 북구청(전남대 후문)과 전남대 정문, 신안교로 이어지는 용봉로나 문흥동 성당 일대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극락천 복개 구간인 남구 백운광장 일대와 마륵천 복개 구간인 마륵동 일대, 서창천 복개 구간인 풍암동 등도 수마를 피하지 못했다.

◆폭우·폭염 일상화…"단계적 복원을"
근본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서는 복개하천을 가능한 곳에 한해서라도 생태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물길을 터 도시홍수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도심 내 생태 하천은 여름철 주변 기온을 낮춰 '폭염'으로부터 도시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윤 센터장은 "지금처럼 하천이 지하에 묻혀 있으면 유지·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구청~신안교 구간은 교통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방통행 전환이나 2차선 축소를 통해 하천 일부를 노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하폭을 넓히고 물 흐름을 가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원 이후 발생하게 될 악취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윤 센터장은 "복개 구조를 걷어내도 현재는 오수·우수 합류식 하수관로 구조라 악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서방천은 특히 수질이 가장 나쁜 하천 중 하나고, 영산강 오염의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그 일대를 분류식 하수관로로 전환하고 유지용수 확보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윤 센터장은 하천 복원과 더불어 침수지역 일대에 도로와 보행로를 '투수 포장'(빗물이 잘 스며드는 재료 또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광주의 도심은 전남대학교 일대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지역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불투수층이다. 비가 쏟아지면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관로로 집중되면서 하천에 부하를 준다"며 "보행로와 도로를 투수 포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전문가인 최지현 광주시의원 또한 반복되는 재난에 따른 비용을 정밀히 따져서 복개 하천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복개 하천 복원이 폭우와 폭염이라는 두 재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장기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반복적인 침수 피해에 따른 비용 손실과 도시 열섬이나 폭염으로 인한 시민 피해, 이로 인한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 하락 등을 종합적으로 산출한 뒤 하천을 복원해 얻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면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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